완벽한 의사결정은 없다

AI보다 리더가 필요한 이유

by 곰샘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면 되잖아." 하지만 합리적이라는 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사회적 의사결정이 '바람직하다'고 평가받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대안들을 비교할 수 있어야 하며 (완비성),

2. 선호는 일관되어야 하고 (이행성),

3. 두 대안 사이의 판단은 제3의 대안에 의해 흔들리지 않아야 하며 (독립성),

4. 모두가 A보다 B를 선호하면 사회도 B를 선택해야 하며 (파레토 효율성),

5. 특정 개인의 판단만이 항상 우선되어선 안 됩니다 (비독재성).


들어보면 타당한 기준들입니다. 이 다섯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제도를 잘 설계하면 공정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951년, 당시 29세의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는 이 다섯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집단 의사결정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Arrow's Impossibility Theorem)'입니다. 이상적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완벽한 의사결정 규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론은, 이후 모든 사회적 선택과 조직 의사결정에 깊은 함의를 남겼습니다. 이상적 의사결정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방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모순되고 상충되는 기준 사이에서 고민하며 판단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가 인간보다 더 논리적이고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AI 역시 애로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넷플릭스는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AI를 활용하지만, 그 결과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맞춘 추천은 또 다른 사용자에게는 무관심하거나 불쾌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는 긴박한 상황에서 보행자, 승객, 다른 차량 탑승자 중 누구의 생명을 우선할지 판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충돌하는 윤리적 가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경우, 어떤 결정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AI 기반 채용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능력 중심 채용과 다양성 확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알고리즘이 내리는 결정은 늘 누군가에게는 편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AI는 도구일 뿐, 판단의 책임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갈등하는 가치 사이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일수록, 책임은 인간에게 남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리더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리더에게 의사결정은 피할 수 없는 과업입니다. 의사결정은 항상 평가받습니다. 때론 비판받고, 때론 후회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불완전한 조건 속에서도 리더는 어떻게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1. 완벽함보다 '우선순위'를 세워라

모든 기준을 아우르는 결정은 결국 이상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명확히 하고, 그 이유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2. 납득 가능한 과정을 설계하라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에 신뢰를 둡니다. 결정의 절차가 공정하고, 설명이 명확하며,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다면 구성원은 비록 그 결과에 100% 동의하지 않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3. 결정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처음에 완벽하게 내릴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피드백과 개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처음부터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학습하고 수정하는 프로세스입니다.


모든 의사결정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합니다. 이것이 리더의 실패를 의미하지않습니다. 오히려 이 불완전함이 리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완벽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지고 방향을 제시할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결국 중요한 선택일수록, 책임은 인간에게 남습니다. 완벽한 결정은 없지만, 책임 있는 결정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지는 순간, 리더는 리더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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