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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이 명화스러운 Aug 11. 2021

낯선 장소에서 타인이 두려운 '나'

어른이 된 '선택적 함구증' 아이

어려서부터 사람이 두려운 아이는 낯선 곳에만 가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아이에게 낯선 장소는 낯선 사람과 같은 의미가 되기도 했으니..

새로운 장소 또한 두렵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사람을 피하거나 구석진 곳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인 양 행동하는 아이이다보니 낯선 장소는 낯선 사람만큼이나 두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낯선 장소정도는 혼자라면 견딜만도 한데, 사람이 많은 낯선 장소는 여전히 많이 힘든 곳이다.

어렸을 때는 혼자인 것이 두렵거나 낯설어서 불안하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든 지금은 오히려 혼자서 가는 것들이 편하다.

타인과 굳이 날씨 얘기, 정치, 경제등의 얘기를 하며, 궁금하지도 않은 사람과 얘기들을 나누는 것이 나에게는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선택적 함구증'은 특정 대상을 상대로 불안을 느끼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전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은 타인에게 상처를 받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아이는 타인은 나를 상처주는 대상으로 각인하는 듯 하다. 물론, 그건 진실이 아니지만, 아이는 그게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지 못한다.


40대가 된 지금은 모든 타인들이 나를 해하지는 않으며, 어떤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낯선 타인 앞에서는 불안하고 두려워 진다. 그것이 타인에 대한 두려운 상대라는 각인이 되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가끔은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여전히 불편한 걸 나 같이 '사람이 두려운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냐하는 사실보다는 그냥 내가 타인을 만나야하는 그 어색하고 낯선 상황과 장소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버린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 더 맞는 듯 하다.


그래서, 나는 낯선 장소와 낯선 사람을 만나는 두려움을 훈련처럼 두렵지 않을 때까지 연습하는 것도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여전히 나도 어느 정도 훈련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상황에 나를 던져놓는 일 자체가 우선 거의 불가능하다. 


어느 때는 그냥 이렇게 살자라는 생각도 많이 하는데, 그것이 편하고 쉬운 선택이기는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40대쯤 되어서는 굳이 나를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나아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진다.


물론, 아이일 때는 많은 시도를 했었다. 바꾸고 싶었고, 바뀌고 싶었다.

그런데 끝내는 나는 나로 돌아온다는 좌절을 맛보기도 하였다.


그런 시간이 지나서 40대쯤 되었으니, 나는 노력하였으니 되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하는 듯하다. 그게 객관적인 진실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는 타인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한 나를 놓아주기로 했다. 그러니, 혹시 지금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를 가진 부모님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아이에게 지금 있는 그대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말을 한번쯤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타인이 두려운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타인과 잘 지내면 좋겠지만, 타인이 두렵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지금 그대로의 너는 충분히 괜찮다는 말은 해주셨으면 좋겠다. '선택적 함구증'이 있다고 해서 아이의 존재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그 아이는 모자란 아이도 절대 아니다.

그냥 나는 상처받은 사람일 뿐이며, 상처를 받았고 자국이 오래 남거나 평생 남을 지라도 그건 괜찮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른에게도 낯선 장소는 여전히 두려울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곳은 설레임을 주기도 한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고 있다. 나는 낯선 곳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막연함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이 자기 위안적인 결론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타인이 인정해줄 필요는 없다.

스스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 있는 그대로 괜찮은 자신들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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