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그래서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엄마와 딸 사이. 하지만 이 두 여자의 세계는 사랑하면서도 상처 주고, 애틋하면서도 답답하고,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러운, 한마디로 애증으로 점철된 복잡 미묘한 세계이기도 하다. 모녀 관계는 엄마와 딸, 두 사람의 인생 전반을 지배하는데 특히 딸의 연애와 결혼, 자녀 양육의 방식, 인간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그것이 다양한 삶의 문제로 표출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년의 위기로 찾아온 극심한 불면증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돌아가신 엄마와 마주하게 된 사연을 고백한다. 잘못 꿰어진 첫 단추처럼 시작부터 어긋났던 엄마와의 관계 그리고 그로 인해 싹튼 내면의 결핍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모녀 관계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특히 한국의 정서와 문화 속에서 모녀 갈등이 어떤 특성으로 드러나는지 통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딸이자 엄마이고 엄마이자 딸인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나다움을 발견하고 진정한 자기애의 의미를 이해해가는 과정에 따뜻한 응원과 공감, 해결책을 건네는 책이다. <책 소개 중에서>
이 책을 들어갈 때 김지윤 소장은 엄마와 딸은 정서적 샴쌍둥이가 되어버렸다는 말이 무서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같은 성별이면서 인생 전반적인 경험들을 공유하는 존재이기도 하니 그렇구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분의 강의를 항상 잘 듣기도 했고, 관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 분이라서 책도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처음 책을 펼치니 너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고, 공감도 많이 되었고, 위로도 되었고, 반성하는 시간도 되었다. 엄마와 함께 읽거나 자녀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P.42]
엄마는 분명 나를 안고 걱정하고 위로해주고 혼자 두어 미안하다고 했을 텐데, 그날 많은 것이 엇갈리고 말았다. 아이들은 이렇게 어른이 예측하는 것보다 많은 것을 가슴에 담아두고 산다. 이것이 어른들이 끊임없이 아이의 마음을 따라다니면서 진심을 알기 위해 애써야 할 이유이다. 생각이 많은 아이들은 어른의 짐작보다 많은 것들을 가슴속에 담고 살아간다.
▶ 김지윤 소장님이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이다. 엄마와 딸의 기억이 다를 것이다. 아마도. 어릴 적 맞벌이 부모님 때문에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나는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어질러져 있는 집안을 보며 신경질을 많이 냈었다. 거의 30년이 지난 후에 그때의 일들을 물어보니 기억하지 못하셨다. 이렇듯 엄마와 어린 딸의 기억이 다르다.
[P.97]
우리의 할머니 세대에는 몽실언니라고 불렸고, 지금은 K-장녀로 불린다. 장녀인 엄마는 가족들 사이에서 희생은 당연시되고 보상이 거의 없었던 시간들을 살아왔다. 아마도 큰언니였던 엄마는 단 한 번도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아본 경험이 없을지도 모른다. K-장녀, 우리들의 몽실 언니는 이렇게 살아왔다. 만일 큰딸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전혀 다른 삶을 살며 다른 존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지점이야말로 그녀들에게 넘치는 위로를 해주어야 할 이유다, 몽실 언니의 그 헤어스타일은 분명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생존과 임무 완수에 합당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
▶나도 장녀로 태어나 자라면서 동생들을 항상 돌봐야 한다고 말을 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다르지만 우리의 장녀들은 여전하다.
[P.114] 친구 같은 딸에게 강요된 희생
1. 장녀들은 가족의 어떤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책임을 부여받는다. 가족 관계에서 책임의 ‘몰빵’은 불행한 일이다.
2. 엄마의 정서적 보호자 역할을 하거나 ‘대리 욕받이’ 혹은 ‘대리 배우자’ 역할을 한다. 엄마들은 때로 딸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쏟아내거나 그것이 허용받기를 원하고,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딸들은 남동생과 엄마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엄마는 같은 자식인데도 남동생 앞에서 다른 사람이 된다. 엄마가 장녀에게 하는 말은 항상 날음식과 같은 정제되지 않지만 남동생에게 하는 말은 그렇지 않다. 장녀에게는 지켜지지 않았던 선이 남동생에게는 존재한다.
▶어릴 때는 엄마를 대신해서 동생들을 케어했다면 커서는 엄마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 같다. 남동생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이야기하지 않지만 장녀인 나에게는 서슴없이 엄마가 시집와서 있었던 일들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기도 한다. 힘들게 살아온 엄마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 짠하기도 하지만 때론 듣고 있을 때 힘이 들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엄마의 이야기 상대가 되고부터 듣는 능력이 키워진 것 같다.
엄마를 이해하게 된 것은 결혼 후이고 의지가 되고 있지만 때론 정서적으로 떨어지고 싶을 때도 있다. 엄마가 들으면 서운해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렇듯 모녀 관계는 누구보다 긴밀한 관계이지만 누구보다 서로 떨어지고 싶은 존재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눈물이 났다. 전부 나의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엄마는 장녀는 아니지만 장남인 아빠에게 시집와 시집살이를 20년 넘게 했었고, 그 과정을 동생들에게는 철저히 숨겼지만 장녀인 나에게는 모두 오픈을 하였다. 그래서 엄마와 다르게 살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서로가 다른 사람이지만 누구보다 닮은 존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장녀로 자라서 그런지 그 부분이 제일 공감이 많이 갔다. TV 프로그램 중 <프리 한 닥터 W>에서 김지윤 소장이 출연하여 모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엄마는 딸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해보니 그런 것도 같다. 특히 자식 중에서도 장녀에게 더 그런 것 같다. 장녀가 아니어도 딸에게 그런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적용을 했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엄마와 딸 사이에서는 별것 아닌 것이 되는 것도 부지기수인 것 같다. 그렇기에 모녀 관계는 같은 여자로서 겪는 인생의 동반자 같은 것 같다. 누구보다 친한 사이이고 사랑하지만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받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구를 붙들고 물어봐도 애증의 관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꼭 이 책을 엄마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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