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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Nov 28. 2021

나는 새벽 두 시에 친구를 만난다

나의 특별한 서재

나의 서재는 특별할 건 없다. 방의 한쪽 벽의 선반은 많은 양의 책을 꽂아두지 못해 그 앞의 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테트리스처럼 쌓여있다. 서재 문을 열면 바로 옆에서부터 남편의 기타를 포함하여 악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공간에는 아이들의 교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야무지게도 방이 물건들로 꽉 차 있다. 누군가의 눈에는 지저분해 보일지라도 나에게는 숨을 수도 있는 작은 공간이다. 오롯이 나만의 공간은 아니지만 남편보다는 내가 더 많이 이용을 한다.    


밤이 지나고 자정이 되었다. 이제야 혼자가 되었다. 밤의 이야기를 하기 전 낮의 전경을 알려주면 이렇다.    

아침이 되면 쌍둥이들의 등원을 위한 전쟁이 시작이 된다. 여느 부모님이라면 아침마다 땀을 흘리며 아이와 씨름을 한바탕 할 것이다. 엄마의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법이 없는 아이들이다. 때론 화가 나서 버럭 소리가 절로 나오려고 한다. 처음엔 소리를 질러보았지만 그것이 만능은 아니기에 엄마는 아침부터 마음 수양을 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집에 돌아오면 쑥대밭이 되어버린 집안을 치워야 한다. 어떤 날은 빨래 세탁기를 2~3번 돌려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날은 아이들의 하원 하기 전까지 움직여야 한다. 쉴 틈이 없다. 


오후 3시 30분 쌍둥이들의 어린이집 하원 시간,

어린이집에서 오후 간식을 먹고 오지만 집에서는 다른 종류의 간식이어서 아이들이 찾는다. 아이들의 식판 및 수저를 설거지하고, 간식을 챙겨준 후 저녁 식사 때까지 놀이시간이다. 저녁 6시~7시쯤 저녁을 먹고 잠시 휴식 후 목욕을 한 후 저녁 9시~10시 사이에 취침을 한다. 나의 육퇴(육아 퇴근) 시간은 저녁 10시 넘어서야 한다. 최근에는 11시가 되어야 육퇴를 할 수 있다. 육아맘의 하루 일과이다. 보통은 이 시간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데 최근에는 체력이 고갈되어 얼마 누리지도 못하고 잠자리에 눕는다. 그리곤 똑같은 일상이 나를 반기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천 명이 넘어가는 날이 많아져 외부 사람을 만나는 것도 꺼려진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육아맘들이 고립이 되고 있다. 육아 스트레스는 점점 쌓여만 가고 시원하게 풀지 못하니 우울한 감정인 엄마들도 많아지고 있다. 나 또한 그러고 있다. 어딘가에게 하소연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자신이 감당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매일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잠시나마 추스르는 시간을 가진다. 보통 넉넉히 1시간 정도가 좋지만 그날의 정신 상태,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나의 체력이 좋은 날은 1~2시간 동안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읽는다. 그러면 금세 새벽이 된다. 단숨에 읽었던 책을 이제는 몇 날 며칠이 걸린다. 그래도 난 새벽에 혼자 고요히 책을 읽는 시간이 좋다. 만약 이런 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날은 최소 5분이라도 눈을 감고 숨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에게 집중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나 자신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작은 일에도 감정이 먼저 앞선다는 거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감정 기복이 많이 없었다. 누구나 토라지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예전보다 지금이 더 나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렇기에 오롯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나에게는 새벽이다. 아이들과 남편이 자고 있을 시간, 어떤 것에도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무엇도 하기 싫은 날은 새벽의 소리를 들어본다. 

어느 때 보다 기온이 떨어지는 시간대이다. 창문을 열면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힌다. 옆에 산이 바로 있어 새벽에 께어있는 찌르레기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새벽에 배달 오토바이 소리로 흥이 깨지기도 하지만 괜찮다. 금방 나만의 새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둠과 고요함, 차가운 공기가 다시 나로 만들어진다. 지금 나의 특별한 친구는 고요한 밤 새벽 두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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