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함이 나를 잠식하던 때

결혼했는데 더 외로운 것은 왜일까?

by 청아







결혼 후 3~4년 정도는 남편과 둘이서 재미있게 살았습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여행도 다녔고요.

결혼 5년 차에 남편이 ‘우리도 아이 하나 낳을까’라는 말에 동의했고 나름 열심히 준비도 했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주변의 친구들이 나름의 조언을 해주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방법도 마음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온전히 서로의 마음을 합하여 예쁘게 가지고 싶었거든요. 이것도 두 사람의 사랑이 충만했을 때 가능한 것임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때의 마음은 임신이 되면 좋고, 아니면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아이 없이 살자고 했었습니다. 굳이 난임 병원을 찾아가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남편이 어떤지를 알고 싶어 비뇨기과 진료를 권했지만 별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남자라서 그런 걸까요? ‘나는 멀쩡해. 그러니 그런 검사 따위는 필요 없어.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할 거야?’ 자만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겁니다.

그것보다는 저희 두 사람 다 정말 간절히 임신을 원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아이를 가지기로 했으니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말을 꺼낸 사람이 도와주지 않으니 잘 될 리가 있을까요.


시댁에서의 압박은 여전하고, 친정에서는 며느리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딸이 못내 시댁살이를 할까 전전긍긍할 뿐이었습니다. 한마디라도 거들면 스트레스받을까 노심초사하셨습니다. 그런 유언, 무언의 압박을 고스란히 혼자 받고 있었고, 남편은 최선을 다할 생각이 없으니 적당한 선에서 포기를 해야 제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자신의 아들에게는 말을 못 하시던 시부모님께 아이 없이 살 확률이 높으니 기대를 하지 말라고 통보 아닌 통보를 했습니다.

"제발, 2세 문제를 아들에게 직접 말씀하세요. 엄마도 어쩌지 못하는 아들 며느리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이 문제만은 아니었습니다. 11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연애 때처럼 설레는 마음 없이 생활을 했습니다. 결혼을 하면 어린아이 소꿉장난 하듯이 알콩달콩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현실 자각이 빨리 되었습니다. 결혼 후 잠깐의 쉬는 시간들이 있었지만 일을 쉬지 않았습니다. 연고지도 없는 곳에 가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한 명도 없는 곳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는 존재, 남편을 그렇게 생각했지만 밖에서 업무와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집에 돌아오면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쉬어야 했고 그런 점들을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이해만으로는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저 집에서 사소한 이야기를 작게나마 20~30분의 시간이면 되었는데 그런 시간들을 내어주지 않았고 그저 쓸데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고 거절당하기를 수차례.

회사 사람들과의 술자리, 늦은 귀가, 주말에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결성한 밴드 등으로 필요한 대화 외에는 거의 하지 않았고, 혹여 주말에 쉬어도 밥은 같이 먹되 나머지 시간들은 각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아마 지금도 저희 남편은 아무 문제없이 지금까지 잘 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자기애가 강하고 개인주의가 강한 사람이라 애써 이해하려 하지만 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음을 느꼈습니다. 외롭다 못해 허전함으로 나를 점점 갉아먹고 잠식하던 그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결혼 10년 생활 중 5년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혼을 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런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더 외로워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만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혼자 일 때 보다 더 외로운 것은 왜일까? 지금 내가 잘 지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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