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엄마들은 아이 얘기만 할까?
오전 9시 쌍둥이들의 등원,
아이들을 챙겨서 등원 버스를 타려면 늦어도 집에서 8시 50분에는 나와야 뛰지 않고 갈 수 있는데 오늘은 준비가 늦어져서 엘리베이터를 내리자마자 뛰었어요. 저희 집은 위쪽에 있어서 버스를 타려면 아파트 입구까지 가야 해서 아이들과 함께 헐레벌떡 뛰어 내려갔습니다. 겨우 아이들을 보내고 한숨 돌린 후 세탁소에 아이 옷을 맡기고 동네 한 바퀴를 돌려고 하는데 혼자 걷기 심심하여 학부모 한분에게 연락을 했어요. 저와 같이 산책을 한 엄마도 전업주부입니다. 아이가 아직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해서 자주 일찍 하원을 해서 일을 아직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자주 모이는 학부모 엄마들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은 둘째 임신을 해서 안정을 해야 하는 시기라 같이 산책은 하지 못했습니다. 산책하는 길에서 만난 코스모스도 보니 완연한 가을이 왔구나 싶었습니다. 혼자 하는 산책이라면 오래 했을 텐데 같이 하는 거라서 그냥 가볍게 했습니다. 그래도 숨이 차게 걸었으니 괜찮은 거겠죠?
40분 정도 걷고 난 후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잔을 했습니다. 한동안 학부모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의 이야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전업주부는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녀들과 교류와 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하루 중 자신만의 시간보다는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로 이야기 주제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서적 성장과 발달 과정에 대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행동, 언어, 인지 능력등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게 엄마들의 일이기도 한 것이죠.
아이들의 이야기는 할게 많은데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할만한 게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남편들은 회사에서 자신만의 인간관계와 커리어를 쌓지만 전업주부는 그런 것이 없고, 주로 집안일인데 그것조차도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깐 더 할 이야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저는 아이들 이야기를 적게 하고 엄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임신을 한 엄마는 아직 안정기가 아니고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무조건 누워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는 아무것도 못하는 시기이니 힘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둘째를 가지고 싶었는데 임신을 하게 되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첫째는 동생이 생겼다고 더 엄마에게 애착심이 생겨 힘들게 하지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 학부모 엄마는 아이와 떨어지려는 연습 중이랍니다. 아이가 너무 엄마에게서 떨어지는 것을 어려워해서 5살이 되었으니 점차적으로 떨어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답니다.
저는 아이들이 언어치료를 하고 있어 주 중에 치료 센터에 데리고 다녀야 해서 개인적인 시간이 없어서 아이들을 재워놓고 밤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엄마들은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전업주부이니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원하면 하원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뭐라도 하고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집안일을 하고 나면 별다른 것을 하지 않고 넷플릭스나 가끔 책을 읽거나 한다고요.
특별할 것 없이 하루를 보내서 아이들이 유치원 간 사이에 뭐라도 해보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진전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육아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어떻게 푸냐고 했더니 그저 드라마를 보거나 가끔 혼자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신다고요.
요즘 제가 스트레스를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컬러링 책에 색칠을 하면서 풀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손재주가 있어서 할 맛이 나는 것 같아요. 저는 손재주가 없어서 못해요.'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저는 '나도 손재주 없어. 그냥 해보는 거야. 못 그려도 그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그러니까 한번 해봐.'라고 권유를 했습니다. 엄마들의 반응은 그저 나는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생각을 해보니 왜 못한다고만 말을 할까? 결국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일 것 같았습니다. 누구든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주변이든 자신이든 돌아볼 텐데 그렇지 못한다면 잘 보이지 않잖아요. 아마도 엄마들의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있어서 현재의 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저 역시 별다를 것 없는 전업주부입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에 외부활동을 잘하지 못하지만 여러 가지 책과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한다고 당장 수익활동을 할 수 없지만 미래에 사용하기 위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업주부가 아무것도 안 하고 놀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가족들을 위해 조용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사람이죠.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너무 의기소침해 있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