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세상, 하나의 나

by 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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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부터 AI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의 본질은 효율적인 운영을 돕는 것이지만, AI 기술을 다루는 회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용어와 개념이 오가곤 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재택근무로서 일을 하고 있어서 공간이 분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나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업무 공간과 육아 공간이 하나로 겹쳐진 환경에서 생활한다. 모니터 앞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다가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여섯 살 쌍둥이 남매를 키우는 부모로서, 아이들의 끝없는 호기심과 에너지를 감당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체계와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육아에서는 오히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야 한다. 이 두 개의 세계를 오가는 것은 쉽지 않다.


회사의 업무에서는 계획과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집에서는 계획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다. 어제까지 잘 먹던 반찬을 갑자기 거부할 수도 있고, 평소에는 잘 자던 아이들이 한밤중에 동시에 깨서 울기도 한다. 업무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논리적으로 접근하지만, 육아에서는 감정과 직관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이 차이 때문에 나는 종종 혼란스럽다. 회사에서는 빠르게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지만, 육아에서는 기다리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경계가 모호해진다는 점이다. 업무와 육아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지 않다 보니, 중요한 회의 중에도 아이들이 다가와 말을 걸 때가 있다. 화상회의 도중 장난감을 들고 와 함께 놀아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때론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때는 아이보다 일을 빨리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기도 한다. 업무에서는 효율성을 중시하지만, 육아에서는 그 순간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두 역할을 완벽히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육아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다. 업무에서는 변수를 최소화하고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육아에서는 완벽한 통제가 불가능하다. 두 아이가 각기 다른 감정과 성향을 가지고 있어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한 아이가 웃으면 다른 아이가 울기도 하고, 함께 놀다가도 금세 싸우는 일이 반복된다. 결국, 육아에서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배운다. 이런 과정은 나를 조급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 자체라는 것을 깨닫는다.


회사의 논리적인 사고방식과 집에서의 감성적인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두 개의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점점 더 깨닫고 있다. 업무에서 배우는 문제 해결 능력이 육아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육아를 통해 인내심과 유연성을 기르면서 업무에서도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여전히 두 개의 세계를 오가며 균형을 찾으려 노력 중이다. 회사에서는 체계적인 사고와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고민하고, 집에서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을 지키려 한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회사와 가정이라는 두 개의 세계 속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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