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로로 펼쳐지는 감정의 여정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를 만나다

by 청아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

작가: 남기림 | 출판사: 곰곰 | 출간일: 2025년 3월


작가 소개

남기림 작가는 한국과 유럽에서 시각예술을 공부하며, 삶 속 반복되는 질문과 내면의 감정을 이미지로 풀어내는 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2023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 어메이징 북셀프' 부문에 선정되며 그림책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단순하지만 깊은 상징을 품은 화면 구성과 여백의 미학, 세로형 책이라는 실험적 형식을 통해 독자와 감각적으로 소통하는 작가입니다.


2025년 3월 새로 출간된 이 그림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세로로 펼쳐지는 책이라니. 일반적인 그림책의 가로형 구조에 익숙한 내게 이 작품은 마치 "당신이 알던 그림책의 문법을 잊어보세요"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삭임은 옳았습니다.


책표지를 처음 보았을 때, 무언가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과 ‘가볍게 떠오르는 숨결’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그림책의 제목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그런 정서를 담고 있다는 걸
단 한 장의 표지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책표지에는 두 아이가 보입니다. 하나는 위에, 하나는 아래에 있습니다. 서로를 보지 않은 채 존재합니다. 이는 감정의 분리, 혹은 내면의 불균형을 상징합니다. 빛과 그림자처럼, 또는 하늘과 땅처럼.

표지 전체는 상하 구조로 분할되어 있습니다. 하단은 회색 톤의 묵직한 질감.
상단은 옅은 하늘빛이 스며 있는 여백의 공간도 좋습니다.
마치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 책이 어떤 ‘방향성’을 가졌는지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두 아이는 색도, 밀도도 다르게 보입니다. 위쪽 아이는 희고 흐릿한 느낌이고,
아래쪽 아이는 짙고 묵직한 느낌입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같은 흰색인데도 착시효과로 색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둘은 같은 형상입니다.

같은 모양의 서로 다른 존재.
이것은 책 속 주제를 가장 정직하게 시각화한 표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표지는 독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가벼운 순간과 무거운 순간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 둘은 서로의 반영이기도, 쉼터이기도 하다.”

그림책의 구조가 세로로 펼쳐지듯, 책표지는 그 흐름의 시작과 끝을 미리 보여줍니다.
책의 가장 바깥에서부터, 이미 감정의 여정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죠.


하늘 위 아이, 땅 위 아이

남기림 작가의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는 첫 장면부터 우리를 뒤흔들어 놓습니다. 하늘에는 너무 가벼워서 둥둥 떠다니는 아이가, 땅에는 너무 무거워서 꼼짝없이 서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너무 무거워서 고개도 들지 못합니다.ㅣ

두 아이는 서로를 보지 않습니다.

모두가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저 둘은 함께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습니다. 저 두 아이가 사실은 하나라는 것을. 우리 내면에 공존하는 가벼움과 무거움, 그 양극단의 감정들이라는 것을요.










이미지로 말하는 감정

작가는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신 이미지가 모든 것을 말해주죠.

중간 장면에서 흩어진 사물들 - 자동차, 집, 알 수 없는 기억의 파편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떠오르는 기억들, 감정의 잔해들로 보입니다.

"이 장면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독자의 대답은 모두 다를 겁니다. 어떤 이는 "혼란스러워요", 어떤 이는 "외로워요", 또 어떤 이는 "무서워요"라고 말을 하겠죠.

그림에 정답은 없지만 저는 감정의 해체 상태, ‘삶의 무게’ 또는 ‘잊고 싶은 기억’을 상징들을 뜻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면의 마법

수많은 그림책을 보면서 느끼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마지막 장면에서 받기도 합니다.

두 아이가 수직선상에서 만납니다. 하늘의 아이와 땅의 아이가 마침내 하나가 되는 순간. 그 장면을 본 저는 갑자기 울음이 나왔습니다.

"제가 찾던 게 바로 이거예요. 저 안에 있는 두 개의 마음이 드디어 만나는 거예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라는 걸.

분리되었던 감정들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책인 것 같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아이인가요?

어떤 날은 가벼운 아이가 되고 싶고, 어떤 날은 무거운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두 아이 모두 제 안에 있어요"라고 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너무 가벼운 순간과 너무 무거운 순간을 살아갑니다. 중요한 것은 그 둘이 분리된 채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만나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비로소 하나로 완전체가 되어 안정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가벼운 아이인가요 무거운 아이인가요?"


그림책 도슨트로서의 권유

이 책을 혼자 보지 마시고, 누군가와 함께 펼쳐보세요. 세로로 된 이 특별한 책을 함께 들고, 각자 다른 해석을 나누어보세요. 그 순간 당신은 이 책의 진짜 독자가 됩니다. 한 번만 보지 마시고 N차로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책을 펼쳐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들이 당신을 찾아올 겁니다.

어린이와 함께 본다면? 더욱 좋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빨리 이 책의 언어를 이해합니다. 그들의 해석을 들어보세요. 분명 당신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2025년 3월, 곰곰 출판사에서 출간된 『너무 가벼운 아이와 너무 무거운 아이』는 현재 전국 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당신의 내면에 있는 두 아이는 지금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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