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무너진 장막/ 균열

by 청아


여름의 한 자락, 6월. 기상청은 50년 만에 찾아온 폭우라며 도시 전역에 재난 문자 알림을 보냈다. 수원 전역이 물과 거센 바람에 시름을 앓던 그 밤, 청명동 어린이공원에도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공원 속 느티나무는… 흔들리고 있었다.

수령 500년을 버틴 나무. 전쟁도, 도시 개발도 버텨낸 그 나무가. 달빛 아래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을 안아주던 나무가. 그날 밤, 처음으로 비명을 질렀다.


천둥과 번개가 동시에 떨어졌다. 푸른 섬광이 하늘을 가르고 나무의 중심을 직격 했다.


콰앙!!


도심 한가운데, 누군가의 고통처럼 울리는 소리. 어린이공원 전체가 한순간 조용해졌다. 그리고— 나무가 갈라졌다.


수백 년 묵은 줄기 사이, 거대한 틈이 벌어졌다. 그 틈 사이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붉지도 푸르지도 않은… 은빛과 분홍빛이 섞인 빛이었다. 마치 벚꽃이 터지는 소리처럼, 나무 안에서 수많은 꽃잎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꽃잎들은 달랐다. 밤에만 피어나던 은밀한 벚꽃이 아니라,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는 현실의 꽃잎이었다.

빗속에서도 지지 않고, 바람에 날리면서도 반짝이는 기이한 꽃잎들.

그 시각, 공원 근처 빌라 옥상에서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지금 이건… 뭐지?'


기자 정하진. 퇴직 후 독립 언론 채널을 운영하며, 도시 곳곳의 이면을 촬영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번개를 찍으려 렌즈를 겨눈 그 순간, 그의 카메라에 이상한 장면이 담겼다.


꽃잎처럼 반짝이는 잔상이 어둠을 가르고, 나무 틈 사이로 한 여자가 걸어 나오는 모습.

흠뻑 젖은 머리, 하얀 치맛자락, 눈처럼 빛나는 눈동자. 그녀는 갈라진 나무 앞에 서서, 마치 상처받은 친구를 바라보듯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청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쌍둥이를 키우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그 안에서 작은 통찰을 발견하며 글을 씁니다.

18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2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2화. 밤의 벚꽃, 낮의 푸른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