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멈춘 다음 날 아침, 청명마을 단오어린이공원은 물에 젖은 흙냄새와 함께 고요함에 잠겨 있었다. 나무 주변을 둘러싼 통제선은 여전했지만, 정하진은 새벽 6시부터 그곳에 서 있었다.
전날 밤 촬영한 영상을 몇 번이나 되돌려 보았는지 모른다. 빛나는 꽃잎들, 갈라진 나무 틈새로 스며드는 신비로운 빛, 그리고 마지막에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본 한 여자의 눈동자. 빛나는 벚꽃과 같은 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자. 그 순간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었다.
정하진, 33세. 전직 사회부 기자에서 현재는 독립 언론 채널을 운영 제작자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남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9살 여름 이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져 있다는 것이다.
여동생과 함께 놀던 어느 날, 둘이 길을 잃었고 그 이후의 기억이 완전히 공백이었다. 부모는 그 일 이후 이사를 갔고, 가족은 서서히 무너져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상처도 아물어가는 줄 알았는데...
어젯밤 그 여자의 눈을 본 순간, 잊혔던 장면이 파편처럼 떠올랐다.
달빛 아래 피어난 벚꽃. 울고 있는 어린 여동생. 그리고 나무 아래 서 있던 한 여자.
하진은 통제선을 넘어 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갈라진 나무 틈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어젯밤의 신비로운 빛은 사라지고 나무는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그때였다.
"정하진 기자님."
낯선 목소리에 놀라 뒤돌아보니, 그녀가 서 있었다. 어젯밤 영상 속 그 여자였다.
밤의 신비로운 모습과는 달리, 낮의 그녀는 검은 셔츠에 회색 치마를 입은 평범한 행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여전히 달빛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