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라는 하진을 멀리하려 했다.
수백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그녀는 사람들의 기억을 건드리며 살아왔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이 있었다. 그 누구도 오래 머물게 하지 않는 것, 그 누구도 진짜 자신에게 다가오게 두지 않는 것. 나의 진짜 이름도 알려주지 않는 것.
기억은 슬프고, 사람은 약하기 때문이었다.
그 속에 너무 오래 머무르다 보면, 그녀 자신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청명공원의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에일라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호했다.
"기억을 되찾았다고 해서 모든 게 치유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 아플 수도 있어요."
그러나 하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치유가 아니라 진실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도 혼자 있기엔 너무 오래된 사람이에요."
에일라는 아주 미세하게 눈을 떴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당신도 오래되었다'는 것. 그녀의 고독을 알아본 사람은 하진이 처음이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두 사람은 다시 그 나무 아래에서 마주했다. 에일라는 천천히 손바닥을 내밀었다.
"눈을 감고 제 손을 잡아요. 보여드릴게요. 제가 숨겨온 세계를."
하진은 잠시 머뭇거렸다.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호기심과 그녀에 대한 연민이 두려움을 압도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두 사람의 발아래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눈을 뜬 곳은 상상을 초월하는 광경이었다.
꽃이 피어난 어둠 속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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