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기억의 꽃잎이 흩날릴 때

by 청아

바람이 차갑게 불어왔다. 정원의 공기마저 무거워진 것 같았다.


에일라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엔 소문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SNS를 타고 퍼져나가더니, 이제는 매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정원을 찾아왔다.


"제발, 제 아이가 겪은 트라우마를 지워주세요!"

"이혼한 남편 기억을 모두 없애주세요. 그럼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저지른 실수들... 그 기억만 없다면..."


간절한 목소리들이 정원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분노에 찬 목소리들도 있었다.


"그녀가 지운 기억 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졌어! 내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악령이야, 악령! 사람의 영혼을 건드리는 마녀를 왜 두고 보는 거야!"

"그녀는 신이야. 나를 살려줬어! 죽고 싶을 만큼 아픈 기억에서 해방시켜 줬다고!"


찬사와 비난이 교차하는 가운데, 기억의 나무는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진은 정원 입구에서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으며 곤혹스러워했다. 에일라는 더 이상 나무에 손을 댈 수 없었다. 사람들의 욕망과 두려움이 얽히면서 나무들 자체가 불안정해진 것이다.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분홍빛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땅에 떨어지자, 그 자리엔 새로운 꽃이 피지 않았다. 몇 그루의 나무는 아예 꽃을 피우는 것을 멈춰버렸다.


"이상해..." 에일라는 나무줄기에 손을 대며 중얼거렸다.

"나무들이 겁에 질려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작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에일라." 하진이 다가왔다. "오늘은 정원 문을 닫는 게 어때? 사람들이 너무 많이..."

"아니야." 에일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도 아픈 사람들이야. 내가 도울 수 있다면..."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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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를 키우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그 안에서 작은 통찰을 발견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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