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이었다.
며칠 전 지나간 장마가 공기를 깨끗하게 씻어냈고, 밤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보름달이 정원 전체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정원을 찾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처음의 광기 같던 열망도, 격렬한 반대도 차츰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기억이라는 것이 단순히 지우거나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에일라와 하진은 그 시간 동안 새로운 방식을 찾아갔다. 무조건 기억을 지워주는 대신, 사람들이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도왔다. 하진의 능력 덕분에 지워지면 안 되는 소중한 기억들은 보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일라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그녀의 몸은 조금씩 투명해졌다. 처음엔 손끝만 흐려지더니, 이제는 달빛이 그녀의 몸을 통과해 지나갔다.
"오늘 밤이 마지막인 것 같아요." 에일라가 조용히 말했다.
그녀는 정원 중앙의 가장 큰 나무 아래 서 있었다. 그 나무는 한때 죽어가는 듯 보였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서서히 생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진은 그녀의 곁에 서서 달을 올려다보았다.
"아쉬워요?"
"글쎄요." 에일라가 미소를 지었다.
"처음엔 무서웠는데, 이제는... 평온해요. 제가 할 일을 다 한 것 같아서."
"정말 다 한 거예요?"
에일라는 하진을 바라보았다.
달빛 아래 그의 얼굴은 더욱 선명해 보였다.
"한 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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