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어둠의 방문자

by 청아

3년 후, 가을이 깊어져 갔다.


기억의 정원은 에일라가 떠난 후 조용한 변화를 겪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은 예전보다 뜸해졌지만, 여전히 간간이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꽃을 바치거나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에일라에게 받은 위로를 기억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하진은 매일 정원을 돌보았다. 에일라가 마지막으로 피워낸 나무는 여전히 서 있었지만, 다른 나무들은 서서히 복원되고 있었다.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고, 작은 새싹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꽃을 피우는 나무는 없었다. 정원의 치유력이 되돌아오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에일라에게서 물려받은 하얀 벚꽃을 항상 가슴 주머니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 꽃은 여전히 시들지 않았고, 때때로 미약한 빛을 발하기도 했다. 마치 에일라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처럼.


"여월..." 하진은 가끔 그녀의 진짜 이름을 부르며 혼잣말을 했다.

"나는 잘 지내고 있고, 잘 지키고 있어요."


낙엽이 무성하게 쌓인 가을 오후, 하진은 평소처럼 조용히 정원을 정리하고 있었다. 갈색과 붉은색으로 물든 나뭇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낡은 갈퀴로 낙엽을 쓸고 있던 하진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하진이 고개를 들어보니, 삼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긴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깔끔하게 정돈된 외모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무표정했다. 마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진이 정중하게 물었다.


남자는 잠시 정원을 둘러보더니, 하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공허했다. 마치 깊은 구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눈이 아니라,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눈이었다.


"기억을... 돌려주십시오."

"네?"

"몇 년 전에 이곳에 왔었습니다."

남자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그 여자가 제 기억을 지워줬어요.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하진은 긴장했다. 에일라가 떠난 후 가끔 이런 사람들이 찾아왔다. 과거에 기억을 지운 사람들 중 일부가 그것을 되찾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공허함을 느끼거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능력이..." 하진이 말을 시작했지만, 남자가 손을 들어 막았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죠."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지워진 기억들이 어디 갔는지도 아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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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를 키우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그 안에서 작은 통찰을 발견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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