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피어나는 어둠

by 청아

균열의 시작


공원에는 이상한 정적이 흘렀다. 새들도 울지 않고, 바람도 멈춘 듯했다. 마치 무언가가 곧 일어날 것을 예감하는 듯한 불길한 고요함이었다.


오래된 벤치에 앉아 있던 남자의 손가락이 경련하듯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에 이상한 빛이 스며들었다—마치 오랫동안 잠겨있던 금고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는 것처럼.


"으흠..."


작은 신음이 그의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 3년 전, 에일라가 그에게 시술한 기억 봉인이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애써 묻어두었던 것들이 지하에서 꿈틀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하진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에일라가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를 읽었을 때부터 이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


"가장 깊은 어둠을 품은 기억일수록, 언젠가는 더 강렬하게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때... 균형이 무너진다."


금지된 기억의 귀환


첫 번째 기억이 터졌다.


비 오는 골목길. 우산을 든 여자가 뒤돌아보며 미소 짓던 순간. 그리고 그다음... 그녀의 놀란 눈동자, 목을 조이는 자신의 손, 점점 차가워지는 그녀의 몸.


"아... 안돼..."


남자는 머리를 감싸며 몸을 웅크렸다. 하지만 기억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더욱 생생하게 그의 뇌리에 각인되어 갔다.


두 번째 기억. 아파트 옥상에서 만난 남자.

그가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뛰어내리려던 순간... 아니다. 뛰어내린 게 아니었다. 자신이 밀쳤다. 그 남자의 마지막 외침이 귀를 찢듯 되살아났다.


"제발... 왜 이래요... 왜..."


세 번째 기억. 강변에서 만난 노인.

늦은 밤 산책을 나온 그를 따라가서... 돌로 내려친 순간. 강물에 던져버린 후 아무렇지 않게 집으로 돌아갔던 그날 밤.


"으아아아악!"


남자의 절규가 공원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손톱으로 땅을 파헤쳤다. 3년 동안 묻어두었던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그를 덮쳤다.


어둠의 전염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남자 주변의 잔디가 서서히 색을 잃어갔다. 푸르른 초록빛이 회색으로, 회색이 검은색으로 변해갔다. 마치 그의 절망이 전염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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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를 키우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그 안에서 작은 통찰을 발견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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