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감염된 도시

by 청아

[ 확산의 시작 ]

수원시 전체가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영통구청 상황실에는 연일 신고 전화가 쏟아져 들어왔다. 기억상실, 감정조절장애, 정체불명의 공격성 증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도시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었다.

"구청장님, 이번 주에만 관련 신고가 247건입니다."


담당 직원이 두꺼운 파일을 들고 보고했다. 영통구청장 이병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 측 의견은 어떤가요?"

"아주대병원에서는 집단 히스테리 가능성을 제기했고,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없다는 뜻이군요."

이병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거리 풍경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어딘지 어색했고, 표정들도 부자연스러웠다.

그때 비서가 급히 들어왔다.

"구청장님, 긴급상황입니다. 매탄동에서 집단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 매탄동의 참극 ]

매탄동 한 아파트 단지. 평소 조용하기로 유명했던 이곳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를 속였어! 모든 게 거짓말이야!"

아파트 주민들 30여 명이 단지 관리사무소 앞에 몰려들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분노로 충혈되어 있으면서도 어딘지 공허한 느낌이었다.

"20년간 관리비를 속여서 받았다고! 우리 돈을 어디에 썼어!"

"당장 돌려줘! 아니면 불 질러버린다!"

문제는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관리비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었고, 어떤 부정도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자신들이 20년간 속아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관리소장 박성호는 당황스러워했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관리비 내역은 매월 공지사항에..."

"거짓말하지 마! 우리는 다 기억해! 네가 돈을 빼돌린 걸 봤다고!"

한 주민이 소리치며 돌을 집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각자 무언가를 집어 들기 시작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관리사무소 유리창이 깨져 있었고, 박성호는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된 후였다.


[ 기억 테러의 설계자 ]

같은 시각, 매탄동에서 멀지 않은 곳의 한 카페. 김민준이 노트북 앞에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 실험, 성공."

화면에는 매탄동 아파트 주민들의 개인정보가 정리되어 있었다. 지난 일주일간 그는 이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기억 조작을 실시했다. 검은 꽃잎의 힘을 이용해 그들의 기억에 가짜 장면들을 심어놓은 것이다.

관리소장이 몰래 돈을 빼돌리는 장면, 주민들을 무시하며 웃는 모습, 심지어 주민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장면까지. 모두 김민준이 만들어낸 거짓 기억들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지 않는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도 기억 속에 있으면 사실이라고 믿는다."

김민준은 다음 목표를 선정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수원시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여러 지역에 빨간 점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영통구의 한 초등학교. 장안구의 전통시장. 팔달구의 대형 쇼핑몰. 권선구의 공단지역.

"하나씩 차례대로 무너뜨려보자."


[ 학교의 공포 ]

영통구 청명초등학교. 아침 조회시간이었다.

6학년 3반 담임 이수진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상한 행동을 감지했다. 평소 활발했던 아이들이 서로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반장 김서연이 손을 들었다. "박준호가 제 돈을 훔쳤어요."

"뭐? 언제?"

"어제요. 제가 분명히 봤어요. 제 가방에서 용돈 5천 원을 꺼내가는걸요."

박준호가 벌떡 일어섰다.

"거짓말이야! 나 그런 거 안 했어!"

"거짓말은 네가 하는 거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애들 돈도 훔쳤잖아!"

순식간에 교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다른 아이들도 하나둘씩 자신의 물건이 없어졌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의혹이 박준호에게 집중되었다.

"선생님, 준호가 제 필통도 가져갔어요!"

"제 교과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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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를 키우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그 안에서 작은 통찰을 발견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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