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거점 ]
제안된 대로, 박철호의 카페가 임시 거점이 되었다. '기억 카페'라는 비공식 이름으로 불리게 된 이곳은 겉보기에는 평범한 동네 카페였지만, 안쪽에는 특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벽면에는 하진이 정리한 '기억의 병' 단계표가 붙어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회복된 환자들의 사례와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정리된 노트들이 놓여있었다.
"오늘 새로 온 분들을 소개할게요."
이미연이 세 명의 신규 멤버를 안내했다. 지난 일주일간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최정훈(60대, 퇴직 교사): 아내가 3단계까지 진행됨
한소희(20대, 간병인): 담당 환자들을 돌보며 패턴을 발견
유재민(30대, 심리상담사): 전문지식으로 도움을 주고자 함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윤서율이 희망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죠."
하진은 벽에 붙은 지도를 가리켰다. 수원시 전체에 빨간 핀과 파란 핀이 표시되어 있었다.
"빨간 핀은 기억 유령이 많이 발견된 지역, 파란 핀은 아직 안전한 지역이에요. 패턴을 보면..."
그때 카페 문이 급하게 열렸다. 정수민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들어왔다.
"큰일 났어요!"
[ 대규모 감염 사건 ]
"뉴스 봤어요?" 정수민이 스마트폰을 들어 보였다.
화면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수원역 광장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이었다.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오후 2시경 수원역에서 집단 기억상실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약 300명이 자신의 신원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하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건... 자연스러운 감염이 아니야."
"무슨 뜻이에요?" 박철호가 물었다.
"지금까지는 개별적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됐어요. 그런데 이건 한 번에 300명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한 거예요."
유재민이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저 사람들의 상태를 보세요. 1단계나 2단계가 아니라 바로 3단계로 넘어간 것 같아요."
이미연이 숨을 삼켰다.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그게 가능해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해요." 하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이 있다면..."
[ 김민준의 메시지 ]
그때 카페 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지만 들어온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꽃잎들이 바람도 없는데 공중에 떠다니며 들어왔다. 꽃잎들은 공중에서 글자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억의 수호자들에게"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바라보았다.
"오늘의 시연은 어땠나? 300명을 한 번에 3단계로 진행시키는 건 생각보다 쉬웠어."
꽃잎들이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
"내일은 더 큰 선물을 준비했지. 수원시 전체를 대상으로."
"이건..." 최정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거래를 제안할게. 하진, 너 혼자 나와. 그럼 계획을 중단해 주지."
꽃잎들이 마지막 메시지를 만들었다.
"오늘 밤 자정, 기억의 정원에서. 혼자 와."
글자가 사라지자 꽃잎들도 하나둘씩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 동료들의 반대 ]
"절대 안 돼요!" 이미연이 즉시 반대했다.
"함정인 게 뻔해요." 정수민도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하진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정말로 수원시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희생될 필요는 없어요." 윤서율이 말했다. "우리가 함께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요."
유재민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협박은 보통 블러프인 경우가 많아요. 진짜 목적은 하진 씨를 고립시키는 것일 수 있어요."
한소희가 덧붙였다.
"제가 병원에서 본 바로는, 3단계로 바로 넘어간 환자들도 완전히 회복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시간이 더 걸릴 뿐이죠."
하진은 동료들의 의견을 들으며 갈등했다.
[ 하진의 과거 ]
그날 저녁, 하진은 혼자 정원에 앉아 있었다. 자정까지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기억을 되찾은 후에도 여전히 희미한 부분들이 있었다. 왜 자신에게만 기억을 보호하는 능력이 있는지, 왜 에일라가 그를 특별하게 여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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