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검은 꽃의 완성

by 청아

[ 어둠의 만남 ]

밤이 깊어질수록 청명마을 단오 어린이공원은 더욱 적막해졌다. 가로등 불빛마저 희미하게 깜빡이며, 마치 도시 전체가 숨을 죽이고 있는 것 같았다.

기억의 나무 아래, 두 개의 그림자가 마주 서 있었다.

하나는 잊힘이었다. 에일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주위로 검은 꽃잎들을 흩날리며 서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공허가 깃들어 있었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다른 하나는 김민준이었다. 3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되찾은 기억들이 그를 변화시켰다. 이제 그의 얼굴에는 죄책감 대신 차가운 계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빛에는... 새로운 갈망이 번뜩이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잊힘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억을 되찾은 기분이 어때?"

김민준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완벽해. 이제야 내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 것 같아."

"그럼 이제 알겠지? 기억이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를."

"맞아." 김민준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동시에...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도 알겠어."

잊힘이 고개를 기울였다. "달콤하다고?"

"3명을 죽였을 때의 그 감각...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의 전율... 그 기억들이 돌아오니까 깨달았어. 나는 그걸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걸."

김민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 "너는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서 평화를 주려고 하지? 하지만 나는 다른 방법을 알고 있어."

"어떤 방법?"

"아예 없애버리는 거야. 기억할 대상 자체를."


[ 위험한 제안 ]

잊힘은 김민준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녀 주위의 검은 꽃잎들이 더욱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흥미롭네."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계속해봐."

"너의 검은 꽃잎으로 사람들의 기억을 지우는 건 좋지만, 한계가 있어.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억할 수도 있고, 새로운 아픔을 만들어낼 수도 있어."

김민준의 목소리에 열정이 담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방법은 영구적이야. 한 번 없애면 다시는 고통받을 일이 없어."

"너를 믿을 수 있을까?" 잊힘이 물었다. "3년 전에는 죄책감에 떨던 남자가."

"그때의 나는 약했어." 김민준이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 에일라가 나에게서 죄책감을 지워준 덕분에, 이제 나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아."

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봐. 이 도시의 사람들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아픔에 빠져 살고 있는지. 우리가 그들을 구해줘야 해."

잊힘은 김민준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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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를 키우며 매일의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언제나 새롭고, 그 안에서 작은 통찰을 발견하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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