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으로 가는 서로 다른 길

by 청아
AI로 이미지 생성함

"엄마, 오늘은 나 저쪽 길로 갈래요."


하원길,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아이가 말했습니다.

평소엔 늘 함께 걷던 익숙한 길. 정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가는 그 뻔한 경로. 그런데 오늘 아이는 다른 길을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하루는 혼자, 하루는 쌍둥이가 함께.

"저기 정문이나 계단을 돌아서 가면 되잖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


지난주부터 시작된 아이의 작은 독립 선언. 처음엔 그저 몇 미터 떨어져 걷더니, 이제는 아예 다른 길로 가겠다고 합니다. 같은 집으로 가는 길인데, 왜 이렇게 불안한지. 혹시 몰라 아파트 공동현관 비밀번호, 집 현관 비밀번호까지 외워두라고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죠.

"그래... 조심해서 와. 엄마는 여기로 갈게."

"네! 누가 먼저 집에 도착하나 봐요!"


씩씩하게 뛰어가는 작은 뒷모습.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나도 발걸음을 옮깁니다. 평소보다 빠르게, 거의 뛰다시피 걷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이라 안전하다는 걸 압니다. CCTV도 있고, 경비아저씨도 계시고. 불과 5분도 안 걸리는 거리.

그런데도 마음이 조급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유치원생이고, 7살이기 때문에. 부모와 같이 하원을 하는 이유도 그런 것일 테죠. 그러나 저의 쌍둥이들은 나름 홀로서기를 하기 위함인지 엄마와 떨어지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긴지. 드디어 집 앞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열고 기다립니다. 신발장 정리하는 척, 현관 매트 털어내는 척하며.


"엄마! 나 왔어요!"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아이들의 뺨이 발그레합니다.

"와, 혼자서도 잘 왔네!"

"당연하죠! 나도 혼자 할 수 있어요. 이제 애기 아니에요."


그 뒤로 하원길의 '갈림길 의식'이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엄마는 정문, 나는 후문!"

"엄마는 계단, 나는 엘리베이터!"

"엄마는 A동으로, 나는 B동으로 돌아서!"

매일 다른 경로를 개척하는 아이들.


단 5분의 모험이지만, 아이들에겐 큰 도전이겠죠. 혼자 길을 선택하고, 혼자 걸어가고, 혼자 집까지 찾아오는 것. 한동안 길에서 보는 초등학생 언니, 누나. 형들을 보면서 자신들도 혼자 다닐 수 있냐고 물어보곤 했었습니다. 그 물음에 대한 연습이 시작된 것일 테지요.


주말엔 놀이터 도전까지 시작했습니다.

집 앞, 집 뒤 놀이터를 오가며 15분에서 30분씩 혼자 놀거나 같이 놀았습니다. 지난주에 내린 눈으로 아이들은 엄마 없이 눈사람을 만들고 눈 놀이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않기!"

"위험하면 바로 집으로!"

"30분 안에는 꼭! 들어오기."

문 앞에서 늘어놓는 잔소리. 아이는 귀찮다는 듯 "알았어요~"를 외치고 뛰어나갑니다. 그리고 나는 또 창문으로 달려갑니다.


아파트 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창문. 1층이라 쉽게 아이들을 찾을 수 있죠. 시야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저 멀리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작은 점 하나. 그 점이 움직일 때마다 눈으로 쫓습니다. 혹시 몰라 한 번씩 이름을 불러보기도 합니다. 잘 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이들이 혼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처음엔 몇 미터, 이제는 다른 길로, 그리고 놀이터까지. 기특하다. 대견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하고, 불안할까요.

늘 옆에 붙어 다니며 "엄마 이것 봐!" "엄마 저것 봐!"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 나 혼자 갈 수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성장은 이런 것인가 봅니다. 조금씩 멀어져도 괜찮은 거리를 늘려가는 것. 각자의 길로 걸어도 같은 곳에 도착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엄마, 오늘도 내가 먼저 도착했어요!"


현관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아이들. 신발 벗어던지고 거실에서 유치원 가방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합니다. 오늘도 아이는 자신만의 길을 무사히 걸어왔고, 나는 제자리에서 아이를 기다렸죠.


이 짧은 이별과 만남의 반복. 불안하지만 놓아주고, 걱정되지만 믿어주는 이 과정.

이것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고, 엄마가 된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여전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는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고, 불안하여 자리에 앉지도 못하지만 티 내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는 연습을 엄마도 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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