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온전하게 남아나지 않아요
제가 싫어하는 일 중 하나 책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들입니다. 책을 접거나 밑줄을 긋는 것조차 싫어합니다. 공부하는 서적 외에는 절대로 그러질 않습니다. 둥이들과 집에서 이것저것 하면서 노는데 이제는 같은 장난감, 같은 사운드북으로 놀게 되니 새로운 것이 없어 고심하던 차에 제가 소장하고 있던 그림책을 보여주는 겁니다. 고민을 엄청 했습니다. 보드북도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남아 있지를 않는데 괜찮을까? 며칠을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누가 보면 아까워서 그러는 줄 보였을 겁니다. 아까운 것은 아니나 온전히 소장하고 싶고,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찌 되었든 새로운 색감들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림책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들어 마음을 굳게 먹고 꺼내 들었습니다.
어! 생각 외로 잘 봅니다.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책장 넘기는 게 재밌는 아이들. 알록달록 색이 있는 그림책을 제법 잘 봅니다. 그동안 괜한 걱정을 했나 봅니다. 그래도 건네고 나서 가끔 확인을 해봅니다. 책이 무사한지.
책이 무사한지 2주일이 되었습니다.
아빠와 있는 주말 오후. 아빠와 몸으로 열심히 놀고 있는 중에 그동안 아이들 때문에 독감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던 것을 오전에 하고 집에 왔습니다. 주사 때문인지 잠이 쏟아져 잠시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30분쯤 지나면서 아이들이 저를 깨우네요. 무슨 일인지 아이들에게 열심히 물어보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림책을 꺼내 달라고 하네요. 책을 10분 정도 보았을까요? 올 것이 오고 말았습니다.
오늘 드디어 책이 사망을 했습니다. 순간 화도 나고 짜증도 났습니다.
‘이럴 줄 몰랐어. 알았잖아. 그래도 2주간 잘 버텼잖아. 그거면 된 거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심호흡까지 했네요.
‘책을 찢어도 그림이 있는 거 보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듯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잘도 봅니다.
아이들은 책이 찢어져도 그저 신기하고 재밌나 봅니다. 책이 찢어졌다고 마음 상한 건 엄마인 저인 거죠.
저의 문제인 것이죠. 제 마음이 좁아서 그런 것일 뿐.
‘에라~~ 모르겠다. 너희들이 재미있으면 그걸로 만족해.’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 자신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씁쓸합니다. 제가 너무 마음이 좁은 엄마인 걸까요.
요즘 읽고 있는 책 <마흔을 앓다가 나를 알았다>에서 육아는 나도 몰랐던 내 밑바닥을 보게 했다는 구절이 마음에 콕! 하고 와 닿네요.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모든 것들이 잘 보인다라는 겁니다. 내려놓을 마음이 없을 것처럼 하염없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엄마'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엄마,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