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드폰은 skt.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처럼 해킹으로 좀 귀찮은 상황에 놓여있다. 지인의 지인이 skt 직원이라서 아주 조금 빠르게 해킹 소식을 들었고, 4월 25일에 유심보호 서비스 신청은 했다. 뭐 그런들 저런들 유심 교체는 아직이지만.
일요일이었다. 네이버 여행카페에서 어떤 글을 읽었다. skt 114에 유심교체를 빨리 해야 한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정말 연락이 왔고, 다행히 출국 전에 교체했다는 내용이었다. 속는 셈치고 나도 문자를 보내봤다. 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그런데 보낸 지 1시간 남짓 됐을까. 20일부터 일주일 동안 교체하러 대리점을 방문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 게시글이 진짜였을까.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일까.
오늘이 교체해 준다는 기간의 첫날. 11시반쯤 대리점에 갔다. 사람들이 대리점 문 밖을 지나 옆 가게 앞까지 줄서 있었다. 일단 상황을 보자며 줄을 섰고, 직원 같은 아저씨가 작은 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 아저씨 말로는 직원 둘이 일하고 한 사람당 3분쯤 걸린다 하니, 빨라도 40,50분 걸릴 것 같았다. 근데 직원들 점심은 안 먹나. 어제 다리에 주사도 맞아서 불편하고 게다 그곳엔 의자도 하나 없었다. skt문자에는 '평일 오후에 가면 더 빠르게 교체할 수 있다'고 쓰여 있었는데, 역시 그런가 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줄서기를 관두었다.
문자의 지시대로 skt 대리점에 오후에 다시 갔다. 세상에! 오전에는 한사람씩 서있던 줄이 두세 명씩 겹쳐선 상태로 옆 아파트 단지까지 이어지고 있었으니. 기다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오전에는 선선하기나 했지 오후는 땡볕에다 끈끈한 습기까지 있는데 몇 시간을 서 있으라고? 바로 포기하고, 슈퍼로 발길을 돌렸다.
어차피 내 핸드폰에는 공인인증서도 없고, 은행 잔고도 그리 많지 않다. skt해킹 사건 이후 은행앱에 두었던 잔고도 고민 끝에 생활비만 남겨두고 은행에 직접 가서 정기예금으로 묶어버렸다. 다른 때라면 앱에서 비대면으로 처리했겠지만, 이제는 은행 거래는 대면만 가능하다. 털릴 것도 없으니 안심해. 괜찮아.. 생각하다가.
화가 났다. 이 해킹으로 신경 쓴 게 너무 많았다. 유심보호 서비스뿐 아니라 은행 비대면계좌 차단도 했다. 그런 기능을 이미 알고 있던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번 사태로 인해 허둥지둥대며 찾아보고 불안해하면서 신청을 했다. 거기에 들인 시간과 노력과 해킹에 대한 불안과 유심을 기다리는 짜증 같은 쓸데없는 감정, 그리고 또 오늘같은 헛수고.
정확한 시간을 지정할 수 없다면 번호표라도 줘야지, 이게 뭐하는 짓인가. skt 하는 짓이 너무 무성의했다. 나는 그나마 일찌감치 그 땡볕줄서기를 포기했지만. 가정주부, 학생, 노인이 한가득에 오후 4시에 어떻게 시간이 났을까 싶어보이는 양복 회사원도 꽤 있었다. 얼핏 눈대중으로 봐도 못해도 8,90명은 됐다. 그들 모두 땀을 뻘뻘 흘리며 언제가 될지 모르는 자기 순서를 기다리며 서있었을 텐데.
유심교체에 3분씩이면 240~270분. 직원 2명이 있다고 했으니 그들이 기계처럼 일해도 2시간이 넘는다. 줄을 선 8,90명이 기다리는 시간을 합한다면 180시간 정도이고, 2천만명이 넘는다는 해킹을 당한 skt가입자들의 시간을 생각한다면? 내 머리로는 계산도 어렵다. 누군가의 시간을 이렇게 빼앗아도 되는 일인가. 소비자에 대한 기본 예의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니들이 기다리건 말건, 덥건 말건, 다리가 아프건 말건. 우리는 대기업이야!! skt는 이렇게 생각하는가. 그들은 고객의 시간과 수고와 불편함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통신사를 갈아타는 것도 귀찮고 skt장기고객이라 요금도 저렴해서 그냥 두고 있었는데, 이런 식이라면. 다른 통신사의 요금제를 알아봐야하나. 이 역시 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일 테다. 남의 시간과 돈과 감정을 써버리게 한 skt. 구체적인 해킹 정황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그들은 발뺌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만 봐도 나는 이미 피해를 입었다. 대기업이니까 이렇게 피해를 줘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려나. 분명 소비자에 대한 보상도 있어야 하고, 해킹 대처를 못한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