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불어온 바람이 내게 속삭였다
브런치를 어째야 하나?
계정통합을 하다가 뭘 눌렀는지 PC에서 볼 수가 없었다.
핸드폰에서만 볼 수 있는 나의 브런치.
그걸로 글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늦은 봄날에 벌어진 참사였다.
쓰지 말고 많이 읽으면 되지, 생각했다.
그러다 다시, 더 좋은 생각을 했다.
브런치를 갈아타는 것이었다.
속과 겉이 거의 투명인간인 나는, 글을 올리면서 망설일 때도 있었다.
오프라인의 친구 몇이 나의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어서다.
때때로 익명성이란 마음을 편히 해주는 구석이 있다.
새 계정을 만들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행운처럼 3일도 안 되어 합격 통보를 받았다. Lucky!
새 브런치에 몇 편의 글을 올렸다. 그리곤 내렸다.
익명성을 확보해도,
과연 내 글이 좋은 글일까 고민하면 쑥스러워졌다.
내가 확보해야 하는 것은 익명성이 아니라 자신감이었을까.
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도 꽤 한다.
며칠 전 누군가에게 말을 들었다.
혼자서만 보는 글은 발전이 없어요.
새 브런치에 글을 올려보기로 했다.
얼마나 계속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단 그간에 써둔 글을 꺼냈다. ‘그날의 마음’이다.
그 사건은 일어난 것도 초고를 완성한 것도 과거지만,
그렇다고 꼭 과거만은 아니다.
지금도 수정하고 있으니 현재적 관점이 없을 수 없다.
또한,
일상 속에서 포착되는 오늘의 마음을 담은 글도 올려보고자 한다.
습식사우나 같은 2023년의 여름날,
모처럼 불어온 바람이
나의 시작을 재촉하고, 응원하는 것 같다.
그 바람이 줄곧 내 곁에 머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