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2시간 전에 가는 걸로 계산하고 나가~ 공항 작으니까 수속은 금방 되겠지만..^^"
난생처음 일본 여행을 간 아이에게 카톡을 보냈다. 요 며칠간 불안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길은 잘 찾았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드디어 오늘이 돌아오는 날이다.
아이는... 일본에 가겠다고 티켓을 끊을 때만 해도 계획도 별로고 일어는 더 별로였는데, 신기한 일이 생겼다. 대단한 정보수집 능력으로 교통편도 알아냈고(이건 여행지에서 보내온 카톡을 보고 알았다.), 명탐정 코난 아니메를 몇 번 보더니만, 나보다 일어를 더 잘하는 것 같다. 젊음이란 그렇게 손가락도 재빨리 움직이고 머리가 팍팍 돌아가는 것일까.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비약적 발전이었다.
만약 남의 아이라면 '다 컸으니 알아서 잘하겠지!' 했을 터였다.
그러나 우리 아이가 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엄마 마음=자식 걱정??@.@ 어떤 인생에게도 '혹시'라는 변수는 존재하건만 왜 이러나. 나의 타고난 성정탓일 수도 모성애를 가장한 '노파심'일 수도 있다. 또한 어쩌면 나의 흑역사(?)가 한몫 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젊은 날, 한동안 나는 일본유학생이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학교와 기숙사, 그리고 도쿄 시내 정도만 오가던 나였으니 나리타공항 가는 길을 알 리가 있나.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여행가이드북을 보고, 여유있게 전차를 탔다.
왜 이렇게 느리지? 비행기 놓치겠네;;
가슴이 조마조마. 열차가 세상 모르게 느긋했다. 잠깐 정차한 새 밖의 전광판을 보니, '특급'이란 빨간 글자가 보였다. 기숙사가 있던 동네에서는 본 적 없었는데 뭘까 하다가. 왠지 후다닥 내려야만 할 것만 같았다. 잠시 기다렸더니 특급이 왔고, 열차가 휙~ 날았다. 내가 1시간 넘게 지지부진, 타고 있었던 열차는 각 역마다 정차하는 완행차였다. 비행기를 놓치면 어쩌지... 불안감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나리타에 도착했다. 이민가방은 또 왜 그렇게 무겁던지. 잰 걸음으로 사력을 다해 갔다. 출발 1시간쯤 전이었을까. 휴~.. 나는 마지막 체크인 손님이 되었다. 지인들에게 공항 가는 열차를 미리 자세히 물어봐야했는데. 그래도 정말 다행이었다. 그때의 쪼그라들었던 마음을 돌아보면 틀림없이 수명은 줄었겠지만.
"공항이 작아도 암튼, 비행 출발 2시간 전 도착하고. 엄마 같은 실수하지마..ㅋㅋ"
한번 더 카톡을 보냈다. 그 옛날, 한겨울이었는데도 땀을 한 바가지나 흘렸던 더위가 잊을 수 없어서였다. 안 그래도 일본 여름은 더우니, 아이의 탈진을 예방하자는 취지이기도 했다. 아이가 오늘 고생 않고 무사히 돌아오길, 엄마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그러면서도 한편 생각한다. 엄마라는 사람은 도대체 언제가 되면 자식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