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며칠이 지난 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집 부엌에 쌓여있는 설거지를 보고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겨우 눈물을 참아내고 뒤를 돌아보니 오빠가 방에서 나왔다. 그냥 방에서 나왔을 뿐인 오빠에게 버럭 화를 냈다.
"설거지... 저거 어떻게 할 거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우린 이제 엄마도 없는데"
오빠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그냥 눈물이 떨어졌다. 나도 안다. 이런 감정을 오빠한테 뱉어선 안 되는 걸 알지만 나도 이런 상실감은 처음이라 어쩔 줄을 몰랐다.
"...... 내가 할게"
오빠가 건조한 말투로 대답했다.
"안돼 당번이나 규칙 정해... 그냥 무조건은 싫어"
그냥 내버려 두면 될걸 나는 구태여 고집을 부리고, 주저앉아 울었다.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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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자취방 침대에서 그대로 누워 눈물만 흘렸다. 내 행동이 너무 나다워서, 오빠의 말이 너무 현실적이라 수없이 되뇌었다.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안 돼서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무서웠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고, 잠들기 전 뭘 했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엄마한테 전화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웠고 또 한편으로는 평소에 자주 전화하지 않는 딸의 전화가 엄마를 슬프게 할까 두려워 먼저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밥을 배달시키고,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 전화를 걸었다. 사실 핑계가 없어도 엄마는 반갑게 받겠지만 괜히 무슨 일이 있나 걱정시킬 것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통화를 마치고도 이 허무하고 우울한 감정은 도저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전 날 나는 "나의 해방 일지"라는 드라마를 보고 잠에 들었다. 드라마 말미에 주인공 3남매의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이 전개됐다.
괜스레 우리 가족의 상황을 대입하게 됐다. 엄마가 없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나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순서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언제 가는 겪게 될 현실이란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것 같다.
엄마가 나에게 주는 감정적 지지는 그 누구도 대체 불가능하다. 누구에게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없는 말을 엄마에게는 털어놓고, 엄마도 나에게는 편하게 이야기한다. 잘하고 있는지 헷갈리고, 가끔은 건방지게 굴고 싶을 때에도 엄마는 나에게 무한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다. 못된 말을 해도 엄마는 사과할 기회를 준다. 이런 감정들은 내가 무언가를 성공했을 때 충분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실패해도 충분히 힘들어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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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스트레스가 내 한계까지 쌓였을 때 울면서 잠을 깬다. 정말 실감 나는 꿈을 꿨는데, 꿈에 대한 감정만 남아있고 어떤 꿈이었는지 조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유도 모를 우울감에 어떤 꿈을 꾸었는지 계속해서 생각해 보지만 기억은 나지 않고,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가만히 울고만 있게 된다. 실컷 울고 난 뒤,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온갖 노력을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면 나는 답답한 마음에 제발 이유나 알고 울었으면 싶었다. 하지만 이번 꿈이 생생하게 기억나고 보니, 어떤 끔찍한 상황이었기에 생생한 감정을 느끼고도 기억이 말끔하게 지워졌나 싶어 다행이기도 하다.
감정만 남아있는 이상한 꿈들을 되짚어보니 남아있는 감정은 무력함과 상실감이었던 것 같다. 나는 무의식 중에 내가 노력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의도치 않게 잃어버리게 된 것들에 대해서 미련을 두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