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나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지만 나는 여전한 것만 같다.

by 보통의 날

"서른"


앞에 3이 달린 나이를 처음 살아가고 있지만, 정말 놀랍게도 아무런 변화는 없다.

논어에서는 서른을 이맆(而立:말이을 이, 설 맆)이라고 부르며,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라고 하는데 내 마음은 오늘도 낭창낭창 흔들리기도 하고, 안정감을 찾기보다는 아직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민하고 있다.


서른 살이 생일을 맞이하기 5일 전 회사에서 팀장 발령을 받았다. 팀장은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지만 회사의 규모도 작을 뿐 아니라 우리 팀은 내가 직책만 없을 뿐 내가 팀장이자 팀원이라 프로젝트 리더이자 실무자였기 때문에 큰 고민은 없었다. 팀에 변화가 있는 건 대학교를 막 졸업한 인턴사원이 들어왔다는 것뿐이었고, 프로젝트도 시작 전이라 업무도 비교적 바쁘지 않았고 평온한 연초를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하게 빗겨나갔다. 팀원일 때는 나에게 온 것들만 고민했다면 팀장은 조율하고 만들어야 하며 스스로 없었던 일도 추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대표적으로 예전엔 인턴사원이 들어오면, 질문에 대답해 주고 서포트받을 일이 있으면 시키고 알려주면서 일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인턴 OJT 업무 교육에 대한 커리큘럼을 짜야하고,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야 했다. 팀원일 때에는 회사에 불만이 있으면 그냥 불만을 얘기하거나 팀장님께 넋두리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 넋두리를 들어주고, 해결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하며, 내 커리어뿐 아니라 팀원의 커리어도 챙겨줘야 한다.


심지어, 팀장업무가 늘어나면 기존업무가 팀원에게도 이관되어야 하지만 아직 나는 팀원이 없다. 앞으로도 팀장 업무를 실무와 병행해야 하는데 잘 배워 나가 보자.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에서는 변화가 찾아오지 않았고,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에서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차곡차곡 살아가면서 느낀 점은 예상대로 되는 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를 세우고 기준점이 있는 사람이 되어서 살아가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공자의 말처럼 기준이 확고한 이맆은 아니지만 세워 나아가고 있는 내 속도에 조바심 내지 말고 오늘도 차곡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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