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추워진 요즘 내가 더 게을러지는 것 같다.
별로 춥지 않게 넘어갈 것 같았던 겨울이 이번주 들어 부쩍 추워졌다. 그리고 부쩍 내가 게을러진 것 같다.
지난주부터 들려오는 한파 경고에 롱패딩 없이는 외출을 못할 것 같은 날씨가 되었다. 결국엔 날씨 탓인 것 같지만 내가 게을러진 데에는 일련의 이유들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부상이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1월에 벌써 2번이다 스노우보드를 타러 갔다 왔다. 처음 갔을 때는 작년에 탔던 감을 찾느라 많이 넘어져 꼬리뼈와 무릎이 아팠고, 보드 타러 가기 전날 한 클라이밍에서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꺾여서 이래저래 몸이 부서졌었다. 그리고 2주 뒤 이번 시즌의 2번째 보드를 타러 갔을 때에는 꼬리뼈가 미쳐 났지 않아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정말 별로 넘어지진 않았지만 마지막 내려올 때 오른쪽 팔이 꺾여버려서 생활의 불편함을 겪고 있다. 꼬리뼈가 아팠을 때도 할 수 있는 운동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괴로워하며 테니스 레슨은 꿋꿋이 나갔지만 팔이 다쳐버리니 테니스 레슨을 홀딩할 수밖에 없어졌다. "그래, 팔이 아파서 머리감기도, 화장하기도 불편한데 무슨 운동이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게을러진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이유도 저녁에 시간을 아껴 헬스장에 방문해야 할 일도 뒤로 미뤄져 버렸다.
두 번째는 그래 날씨 탓이다.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면서 날이 추워지는 건 사람이 게을러지기 딱 좋은 핑계이다. 게다가 나가면 종종걸음으로 걸어 다니며 얼른 실내에 들어가고 싶어 진다. 바람을 느끼면서 계속 걷고 싶은 가을과는 확연이 다르다. 코 끝이 얼어버릴 것 같은 날씨에는 나도 모르게 따뜻한 집으로 들어가 움츠려드는 것 같다. 더군다나 온수매트를 틀어버리면 이동범위가 어마어마하게 줄어든다. 물론, 과거에 재택근무할 때처럼 조그마한 집에서 일주일쯤 나오지 않으면서 출근시간 5분 전에 일어나 퇴근하자마자 누워버리는 게으름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겨울은 게을러지기 좋은 핑계가 너무 많아져버린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급한 일이 마무리됐다.
12월 전에는 급한 일이 참 많았다. 프로젝트도 마감해야 했고, 대학원 기말고사 발표준비도 있었고, 논문도 매주 검토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행 중인 프로젝트도 아직은 없고, 대학원도 방학 중이다. 논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머릿속에 있지만 빠듯한 게 아니니 조금씩 조금씩 뒤로 미루고 있을 뿐이다.
예전에 어떤 강연에서 들었던 "바쁜 사람이 시간이 더 많다"라는 말이 요즘 들어 더욱이 공감 가는 것 같다. 바빴을 땐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틈틈이 책도 읽고, 친구도 만나고, 그 와중에 야근도 하면서 내 정신도 챙겼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 시간이 많아지면 논문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재밌는 책들도 더 읽고, 내 삶을 더 잘 꾸려나가야지 했던 결심들이 내 게으름에 녹아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