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오후 늦게' 베이징 초중고의 등하교 시간
중국은 전통적으로 여자들도 일하는 나라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부모들을 위한 사회적 개념의 공동 육아 시스템이 생각보다 잘 되어있는 편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내가 베이징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좋다고 느꼈던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일하는 엄마로서 지금도 좋다고 손꼽는 것은 이곳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이다. 유치원이든 학교든 ‘아침 일찍’ 가고, ‘오후 늦게’ 돌아온다는 것. 정작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너무 미안한 이야기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하루종일 믿을만한 곳에 아이를 맡기고 마음 편히 일에 집중할 수 있으니 다행인 것이다.
중국 로컬 유치원의 등하원 시간은 보통 오전 7시30분 ~ 오후 5시이고 유치원에서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를 모두 먹고 온다. 유치원에 도착하자마자 아침식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 4시30분에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5시에 하원한다. 아침식사의 경우 집에서 먹고 가든 유치원에서 먹든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정규 수업은 보통 오전 8시30분에 시작하니까 그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수업 한 시간 전부터 문을 열고 아침식사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유치원에서는 하원 시 한쪽 코너에 아이들의 당일 식사 메뉴를 실물 그대로 재현해두어서 부모들이 일일이 확인할 수 있게 했었다.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갈 수 없을 경우 미리 연락해두면 저녁 7시까지 아이를 돌봐주기도 했다.
그리고 유치원의 경우 무엇보다 좋은 점은 방학이 없다는 것이다. 여름과 겨울 방학 시즌에 공식적인 방학 일정을 고지해주긴 하지만, 그건 휴가를 다녀올 아이들은 되도록 그 기간을 이용하라는 것이지 유치원이 휴원하는 것은 아니다. 방학 기간에도 유치원 교사들은 정상 출근하고 휴가 계획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수업도 그대로 진행된다. 중국은 설날을 시작으로 청명절, 노동절, 국경절 등 긴 연휴가 많아서 우리와 같이 여름에 집중되는 휴가나 바캉스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초등학교의 경우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등하교 시간은 오전 7시40분 ~ 오후 4시30분이고, 방과 후 수업을 신청하면 오후 5시30분쯤 하교한다. 방과 후 수업은 신청자에 한해 진행되며, 프로그램당 한 학기 10만 원 정도의 수업료에 각종 스포츠와 과학실험, 합창, 무용, 서예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서 참여율이 높다. 1학년 신입생을 위한 배려는 매주 금요일마다 오전 수업만 한다는 것, 그러나 그마저도 1학년 1학기만 그렇지 이후에는 다른 학년과 동일하게 등하교하게 된다.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식당에서 점심 급식이 이루어지는데, 우리 아이들이 다닌 학교는 신청자에 한해서 수업 시작 전에 아침식사도 가능했다.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더 빨리 가고, 더 늦게 온다. 중고등학교 등하교 시간은 보통 오전 7시20분 ~ 오후 5시30분. 학년이 높아질수록 하교시간은 조금씩 더 늦어진다. 과목별 선생님들이 임의로 보충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서 하교시간이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편이다.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종카오(中考, 중국 고입 시험)에 대비하느라 보충수업이 더 늘어나는데, 요즘 우리 둘째는 오후 6시40분쯤 하교해서 7시가 조금 넘어야 집에 도착한다. 원하는 학생들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할 수도 있다.
버스로 서너 정류장 거리의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평소 루틴은 ‘아침 6시 기상, 아침식사 후 준비해서 6시40분 집에서 출발’. 참 후덜덜한 스케줄인데 그나마 아이들이 잘 일어나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 빡센 등하교 시간 때문에 중학교부터는 하루에 급식을 몇 번 먹을지 선택할 수 있어서 바쁜 엄마들의 수고를 덜어준다. 필요에 따라 하루에 한 번 먹을 수도, 삼시 세끼 모두 먹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집이 먼 학생들을 위해서 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보통 한 반에 서너 명 정도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평소에는 학교생활에 집중하고 주말마다 집에 다녀온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하교 시간은 일반 직장의 퇴근 시간보다 조금 이르다 보니 오후에는 대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온다. 그래서 하교 시 담임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정문까지 나와서 반 아이들이 보호자와 함께 학교를 나서는지 일일이 확인한다. 일부 학교들은 아이를 데리러 오는 보호자를 지정해서 출입증을 발급하고, 출입증 미지참 시 아이를 데려갈 수 없게 하기도 한다.
많이 알려진 대로 중국은 몇 년 전까지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해온 탓에 외동이 많은데, 거기에 더해서 아이들 관련 사건,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유치원과 학교 내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학부모라 하더라도 정문에서 담당 선생님과 직접 통화 후 확인이 되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학부모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더라도 미리 배포된 가정통신문이 없으면 아예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평소 아이들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 학교 정문은 굳게 닫혀있고 그 앞에 서너 명의 보안요원들이 서 있곤 한다. 이렇듯 나름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고 있어서 아이가 유치원과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은 특별히 걱정할 일이 없다. 참고로 중고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은 혼자 버스 타고 통학하고 있는데, 비가 많이 내리거나 날씨가 궂은날이면 지금도 어김없이 담임선생님의 메시지를 받는다. 학교로 데리러 올 건지 아니면 아이 혼자 귀가하는지를 묻는. 하굣길에 강풍이 불거나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아이가 집에 잘 도착했다는 인증 메시지도 보내야 한다. 이런 관심과 노력들은 아이가 학교에 등교한 순간부터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학교가 책임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느껴진다.
한 가지 더하자면, 유치원과 학교의 휴무일은 국가 지정 명절 및 연휴기간과 동일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부모가 일터에 있는 날이면 아이들도 유치원과 학교에 있다. 간혹 긴 연휴 전후로 주말 근무를 하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도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어른들이 정상 근무하는 날에는 아이들도 정상 등교를 한다.
되돌아보면 서울에서 한창 바쁘게 일하던 시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데려오는 시간이 참 애매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프리랜서로 일할 때였는데 맡기고 돌아서서 일 좀 할만하면 어느새 하원 시간. 내가 데리러 가거나 시어머님께 부탁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베이징에 왔을 때 이른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에 놀라고 내심 부러웠었다. 비록 퇴근 시간까지는 아니지만, 하루에 9~10시간을 안심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시름을 덜었다고 할까.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규수업과 보충수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쉴 틈없는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적어도 학교 끝나고 학원을 전전하지는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이른 아침 집을 나선 아이들이 석양 무렵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지낼 수 있으니, 사회적인 시스템이 이 정도만 도와줘도 일하는 부모들의 걱정과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