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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May 08. 2022

체육복이 교복이라구?

너무너무 편하지만 개성 없는 중국학교 교복

그땐  그랬을까? 지각  하면 어때서. 지각  하려고 아침마다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가고 늦잠 자면 아빠한테 태워다 달라 그러고..  그랬을까? 그냥  늦어도 됐는데..”


“그때 우리 담임은 지각하면 애들 앞에서 엄청 혼냈어~ 그러니 지각할 엄두가 안 났지.”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큰아이가 불쑥 초등학교 시절 기억을 꺼내자 둘째가 피식 웃으며  마디 보탰다. 그래, 그땐 그랬지.. 초등학교 시절 둘째는 늦잠을 자서 등교 시간에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안색이  어두워지며 얼굴을 대로 찌푸렸고, 버스가 제시간에   때면 입술을 삐죽 내밀고 온몸으로 짜증을 내며 발을 동동 굴렀었다. 뿐만 아니라 바삐 집을 나섰다가 준비물을 깜빡한  생각나면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곤 했었다.

 아이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규정이나 규율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 달랐는데, 큰아이는 눈에 띄지 않는 범 내에서 요령을 부릴  알았고 둘째는 전형적인 FM이었다 성격에서 기인한 다름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컸던  같다. 당시 큰아이의 담임은 사범대를  졸업한 새내기 선생님으로 아이들의 잘못이나 실수에 관대한 편이었고, 경력이 오래된 둘째의 담임은 거친 말투와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강하게 휘어잡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니 담임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똑같은 상황에서  꼬맹이의 반응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성향은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복장 규정에 적응해가는데도 비슷하게 이어졌다.


엄격한 규정으로 학생들을 관리하는 중국 로컬학교는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외모와 복장면에서 요구하는 것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 다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헤어스타일의 경우 여학생은 머리카락을  인에 맞춰 짧은 단발로 자르거나 단정하게 하나로 묶어야 하는데 이때 앞머리가 눈썹을 가리면  된다. 귀걸이는 물론이고 눈에 띄는 헤어 액세서리도 하면  돼서 아무 장식 없는 검은색 머리고무줄이 우리 아이들의 필수품이다. 큰아이의 경우  번은 중학교 여름방학  굵은 웨이브로 헤어 펌을 했었는데 개학 무렵이 되니 머리카락 끝부분이 곱슬머리처럼 구불구불한 정도여서  문제없겠거니 했다. 그런데 담임도 아니고 학년 주임 선생님이 보고는 방과  머리카락 자르고 내일 다시 검사받으라고,  그러면 도덕 점수를 깎는다고 해서 그날  내가 구불거리는 부분만 급히 잘라준 적도 있다.  

남학생들은 바리깡으로 밀어버리는 정도의 짧은 스포츠머리가 기본인데, 위생 검사  선생님이 손가락을 넣었을  머리카락이 손가락 위로 올라오면 선생님이  자리에서 바로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체육복이라 부르는 그것이 여기서는 교복인데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교복을 매일 입어야 한다. 교복의 통일성을 해치는 후드는 안에 받쳐 입을  없고, 신발은 흑백의 운동화여야 하며(심지어 캔버스화나 농구화를 신고 가면 체육 선생님이 다음부터 신고 오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가방도 되도록 무채색의 튀지 않 백팩이어야 한다. 평상시 교복 위에 다른 옷을 입으면  되는데, 겨울철에만 예외적으로 개인 패딩을 허용해준다. , 그것도 무채색에 길이가 짧은 패딩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건 정말 이해가  됐는데, 매일 아침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아침체조(上操) 시간에 한겨울에도 장갑을  끼게 한다.


참나.. 처음에는 귀밑 4cm 신교복세대였던  여고시절이 30  나의 딸들에게 플래시백 되며 지금 같은 개성화 시대에 이게  구시대적 발상인가 싶어 당황했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것을.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초등학생들은 반드시 소년선봉대(少年先锋队) 상징하는 홍링진(红领巾, 붉은 삼각건) 매야 하는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것만은 열외 시켜주었다는 . 그것이 우리 아이들이 중국 친구들과 구분되는 유일한 차이였다.


중국 로컬학교의 교복 스탠더드  |  illustration by SUAN


복장 관련 까다로운 요구는 중학교 때도 계속되어서 고등학생이 되어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다. 고등학생이 되니 오히려 자잘한 제약들을 느슨하게 관리해서 자유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학교 규정은 변함이 없지만 과하지 않은 수준이라면 선생님들이 눈감아주는 분위기랄까. 물론 교복 외에 다른 옷은 입을  없고 화장이나 헤어 , 염색도 여전히 금지하지만, 생머리이기만 하면 길든 짧든 상관없다. 개중에 화장을 하거나 살짝 염색한 여학생이 있어도 크게 눈에  정도가 아니라면 지적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면서 이미 중국식 교복 스탠더드에 적응된 아이들이라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가이드라인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굳이 규정을 들이밀지 않아도 이곳 여학생들은 대부분 화장을 안 하고 다니니까 말이다. 또 큰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체육복 외에도 재킷과 스커트의 서양식 교복도 있다. 그런데 행사가 있을 때 입는다고 하더니 1학년 2학기가 다 가도록 한 번도 입은 적 없이 모셔두고만 있다.


우리 아이들은, 당연한 얘기지만.. 애초 체육복을 교복으로 입어야 한다는 것부터 마뜩잖아했었다. 그래서 등교할 때는 학교 규정을 충실히 따랐지만,  외의 시간에는 교복 입는  너무 싫어해서 어쩌다 저녁 약속이 있을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가거나 학교 앞에서 바로 픽업해서 움직일  갈아입을 옷을 미리 챙겨가곤 했다. 초등학교 졸업 무렵 귀를 뚫었지만 귀걸이를 비롯한 반지, 팔찌 같은 액세서리는 주말용이고,  제품 외에 화장품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있다. 그런데  아이 모두 헤어스타일에는 변화를 주고 싶어 해서 방학하자마자 펌이나 염색을 했다가 개학 직전 다시 원래대로 리셋하고 다음 학기를 시작하곤 한다. 한창 꾸미기 좋아할 나이이니 그렇게 잠깐이나마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에  정도는 허락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 ‘학교라는 조직에서 공식적인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꼬맹이들에게 처음부터 군기를 제대로 잡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에는  까다로운 잣대로 학교생활을 관리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얘기한 복장 규정뿐만 아니라  학기에 지각 3 이상일  평소 점수에 불이익을 주고, 등교  핸드폰 휴대를 엄격히 금지하며, 매일  체조시간과 낮잠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로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여러가지 규율들이 빡빡하게 적용된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에 이르니 규정은 변함없지만 이미  기준을 체득한 아이들이라   안에서 약간의 자유를 용인해주는 분위기로 조금 부드러워진 것이다. 어쨌든 한창 예쁠 나이에 주구장창 칙칙한 체육복에 편한 운동화만 신고 다니니 엄마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 입을  아는 안목과 센스도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이지 않은가.

그러나 로컬학교 진학을 결정한 순간 수용 가능한 룰은 되도록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개성과 다양성보다는 집단과 획일성을 강조하는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라 할지라도 학교라는 조직 안에서 미성년 학생에게 요구하는 규정으로서 ‘ 넘는 수준은 아니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흡사 30   학창 시절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 베이징에서도 몇 년 전부터 서양식 ‘예쁜’ 교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처럼 제2의 교복으로 채택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체육복의 시대도 그 견고한 아성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물론 전면적인 변화는 아직 요원해 보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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