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달달, 땀은 줄줄.
"조 기자, 준비됐어? 한번 해볼까?"
"리허설이에요?"
"아니."
네? 지금 리허설도 없이, 3분짜리 생방송을 한다고? 창사 최초 해외 생방송이었다. 선배들은 혹시나 기술적인 문제로 현지와 부산이 연결되지 않거나 도중에 끊길까 봐 각종 장비와 통신 예행연습을 다 마쳤다. 문제는 나였다. 시차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 탓에 2시간 전에 출고된 3분짜리 원고를, 프롬프터 없이 읽어내야 하는 6개월 차 신입 기자.
3분 내내 화면 반쪽엔 내가 계속 비칠 터였고, 출고된 기사엔 초고엔 없었던 수치와 표현이 더해있었다. '1차 접종률 98%로 세계 1위, 접종 완료율도 87%...'같은. 정보 값이 더해진 거지만 경험과 여유 따위 없던 내겐 그저 발음하기 어려운 'ㄹ'과 'ㅇ' 그리고 숫자의 습격이었다.
있는 건 패기뿐. "일단 해보자!" 읽기 시작했다. "네, 저는 지금 두바이 엑스포 한국관 앞에 나와있는데요."
생방을 시작한 지 1분이 지났을 때, 다음 문장이 생각이 안 났다. 갑자기 머리가 하얬다. 30도에 육박하는 두바이의 햇볕은 내 머리 위로 그대로 들이 받혔다. 얼굴은 한껏 달아올라 땀이 줄줄 흘렀다. 급하게 휴대폰 화면을 보려는데, 햇빛에 반사된 화면이 잘 안 보였다. 손이 정말 달달 떨렸다. 내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생각했다. "망했다, 어떡하지?"
생방이 긴장되는 건, 되돌릴 수도 다시 할 수도 없단 점이 클 것이다. 그러므로 내게 남은 선택지는 정신줄 붙잡고 다음 문장에 집중하는 것. 그렇게 떨림을 감추려 배에 힘을 주고, 침착한 척 읽는 속도를 일부러 늦춰가며 끝냈다. "지금까지 두바이 현지에서..."
그렇게 짧은 시간, 정말 정신없이 생방을 끝내고 나면 공허하다. 내가 서있는 자리도, 곁에 선 이들도 똑같은데 생방만 끝났다. 그럼 생각한다. "아,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긴장했지?" 나는 이제 입사 1년이 됐고 이후 수차례 생방을 했다. 아직도 떨린다. 내 첫 해외 생방이었던 그날의 영상은 차마 다시 보지 못 했다.
그래도 그날의 기억이 이렇게나 선명해서 경험치가 쌓인 건 분명하다. 일단 배웠다고 생각하면 실패나 실수는 아무리 민망해도 견딜만하다. 혹여나 방송 뉴스를 보다 기자가 실수하거나 긴장한 게 티가 나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나도 기자 준비할 땐 세상 엄격했다. 사실 오만했던 나만 이해 못 했을 수도 있겠지만.
: 짧은 글
[지난 글에 이어]
그래서 내가 시작한 일은, 여자축구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7시 30분까지 오세요." 지난주 화요일은 첫 수업 날이었다. 내가 주차장에 도착한 건 7시 10분. 설렜고, 긴장됐다. 혼잣말했다. "해보지, 뭐." 새로운 경험을 내게 선물하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훈련장에 들어갔다. 전학생처럼 눈치를 봤다. 팀 스포츠는 처음이었다. 어떤 이들과 함께 하게 될지, 무엇부터 어떻게 배우는지 전혀 몰랐다. 간단한 테스트를 봤다. 바로 초급반으로 배정됐다. 그 후 3시간은 어떻게 간 지 모르겠다.
벽에다 공을 차보고, 공을 드리블해보고, 공이 땅에 닿이지 않게 계속 튕겨봤고, 골대에 넣어봤다. 그러다 같은 팀이 된 이들과 손을 잡고 수비를 했고, 누군가가 골을 넣으면 박수를 쳐줬으며 게임을 시작하기 전 파이팅을 외쳤다.
땀이 났고, 웃음이 났다. 땀이 나 개운했고, 웃음이 새 나올 만큼 이 상황이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같이, 같은 목표를 위해 땀을 흘리며 뛰어본 일이. 그래서 등록했다. 이 기분을 또 느끼고 싶어서 나는, 다시 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