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희 Aug 20. 2023

어떤 사람 만나고 싶어요?

딱 하나만 짚어봐요. 일단 저는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럼 만나고 싶은 사람에 대한 설명이야 외모부터 성격까지 길고 긴데, 그중에 딱 하나만 제일 먼저 고르라면 하나였다.


이 질문에 주저하지 않게 하는 사람: 이 사람과 무슨 대화를 나눠야 하지? 연애 초창기야 서로에 대한 이성적 호감과 거기에서 기인한 호기심 그리고 궁금한 척을 할 수 있는 의지 탓에 대화를 곧잘 이어간다.


서로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때, 소위 '썸'때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럴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대화(이 표현조차 진부하다)는 크게 어렵지 않다. 서로 모르는 게 많고 자기 얘기랄 게 그저 주변에 있는 사실(직장, 가족관계, 취미)에 대해 얘기하면 그만이니까.


다음 단계는 그 똑같은 일상과 관계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냐, 해내는 일과 만나는 사람은 같아도 내가 무엇을 읽고 보며 새로이 느끼거나 사고하느냐인데 이때부터 대화의 양과 질은 달라진다. 가족관계부터 삶의 서사는 이미 다 알게 됐는데 그다음부터 할 얘기가 없는 거다.


나는 그래서 오래 못 만났다. 그러니까 장기 연애를 못 했다. (핑계라면 경험이 부족한 탓으로 수용하겠다. 뭐 다 자기 한계서 생각하는 거 아닌가.) 그 '다음' 얘길 할 사람을 못 찾고 못 만났다. 헤어짐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상대에게 흥미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그거였다.


사귀면 밥 먹고 영화 보고 술 먹고 해 본 것 투성이에 일상은 그저 각자 역할놀이 같았다.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다하고 또 상대가 덜 하면 서운해하고 참고 싸우고 그런 것들의 반복이랄까. 지겹고 피곤하기만 했다. "남들 하는 건데 나도 해보자"는 게 내 자기합리화 이유였다.


지금도 때로 새로운 이가 다가올 때, 내가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질 때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이 사람이랑 무슨 얘길 하지, 나는 왜 이 사람이 좋지? 결국 후자에 답할 수 있는 경우에 나는 전자와 시작할 거다. 아직 경험이 없어서 서술어는 미래형이다.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가 많다. 이때 나는 그저 연인이 있다거나 오래 만났다는 사람보다 내 가장 부러운 건 '각자 보낸 일상을 공유하고 들어주면서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커플이다. 내 이상형이다.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굳이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을, 어떤 모습의 관계를 원하는지 알아야 흔들림 없이 내 사람을 기다리기도, 또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 되니까 결혼하고 연인 없으면 나만 뭔가 결여된 거 같다는 느낌, 그건 감정이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 않나. "감정은 내가 아니"라고, "기분에 속지 말라"고 내가 믿는 어느 똑똑한 사람이 말했던 걸 기억한다.

작가의 이전글 와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