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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Mar 16. 2020

74. 기분 좋은 기진맥진함

을 안고서, 잠들었다.

예스 24 팻캐스트 채널 <책읽아웃>의 진행자인 오은 시인은 이 일의 장점으로 '기분 좋은 기진맥진함'을 얘기했다. 두 시간여 동안 게스트와의 대화에 몰입하고 나면 느껴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동의했다. 나 역시 누군가를 만나 상대에게 온 집중을 다하고 나면 피곤하면서도 뿌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다지 외향적이지 않은 나는 하루에 약속을 두 개 이상 잡는 일이 드물다. 그런데, 어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한 사람과 점심을 먹고선 커피를 마셨고, 다른 사람과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그들 각자와 함께 하는 동안 나는 거짓 없이 즐거웠고 충만한 대화를 나눴다. 


오전 11시에 나온 집을 자정이 다 돼서야 들어와 침대에 누웠을 때 따뜻하게 나른했다. 방이 덥거나 추위가 가셔서가 아니라 같이 시간을 보낸 이들과 나눈 마음과 그들의 존재가 날 다정하게 감쌌고 웃고 떠들며 쏟아낸 에너지가 고갈돼서였다. 그 기분 좋은 기진맥진함을 안고서 어제 나는, 잤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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