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나 복권을 샀어야 했어

'The 행복한 양평살이' 수기 공모전 2등

'앗, 아직 15일이나 남았으니 로또나 복권이라도 사야 하나?'

분명 운이 달려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제 저녁 무심코 열어본 메일에서 수상을 축하한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물 맑은 양평군이 공모한 'The 행복한 양평살이' 수기가 2등으로 뽑혔단다. 응모 마감 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무 연락도 없기에 잊고 있었는데 떡하니 ......


코로나 19 정국의 밤이 너무 길었다. 카페를 지키는 심심파적으로 또닥또닥 자판을 두드렸다. 그런데 결과가 어찌될 지 모르니 창피하지 않으려고 비밀에 부치고 있었는데...... 상금이 몇 십만원에 불과하지만 모든 게 얼어붙은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건지고 싶었던 것도 솔직한 심정이었다. 겨울 내내 견뎌야 하는 시간들이 아득하기도 했고......구비구비 아득한 순간일 때는 언제나 뭐라도 했다. 죽어라고 매달리면 딱 필요한 만큼은 주어져서 그래도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요행수가 없는 사람이라서 내가 노동력을 기울이지 않은 일에 대해서 사심을 갖지 않는다. 50명이 있는데 선물 45개를 풀면 못 받는 5명에 끼이는 게 나다. 그랬어도 크게 불만이 없다. 애초 내 것이 아니니까 주어지면 감사하지만 안 주어진다고 속상할 일은 없다. 남의 손에 든 떡을 넘보지 않으며 남의 논때문에 배가 아프지 않은 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 문재가 있다더니 아무튼 소소하게 글로 이리저리 뚝딱인 일로 먹고 살았다.


2년 전, 명리학자 지인이 양평에 이사온 나를 축하해준다고 집에 오셨다. 열 명의 일행들과 1박 2일에 걸친 와인파티를 하면서 평생 운을 다 봤었다. 어려운 시간 끝나가니 조금만 참으라고, 요지는 2년 후쯤부터는 서광이 비친다고 했다. 하도 끝간 데 없는 추락이다보니 아무 것도 믿지 않았다. KPC 시험에도 붙고, 오늘 낭보를 받고 보니 불현듯 그 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맞아, 10월에 다녀가실 때도 다시 확언하시지 않았나. 이제 좋은 운들이 시작된다고.


그 분이 '로또부터 사라고' 사지도 않으면서 운을 바라면 말이 되느냐고 했었다. 그래. 심지어는 주기적으로 오는 길일까지 잡아줬는데 그 한 번을 안 샀다. 이러고서 운을 끌어오겠다고?ㅋㅋ..아, 아니다. 운을 바라지도 않았으니 양심적인 셈법. 간절함이 닿아야 일이 이뤄진다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열망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자세이니 골 결정력이 안 터지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책임감이라는 도덕적 책무를 장착하지 않았으면 인간 말종될 뻔한 구조다. 책임감이 언제나 위력을 발휘해 게으름을 이긴다.


수기공모 2위라는 소소한 즐거움이 이렇게나마 끄적이게 한다. 우연히 발견한 공모전에 응모라도 한 걸 보면 나는 확실히 양평을 사랑한다. 겨울이면 이 곳은 서울보다 적어도 3도 정도는 낮다. 우리 카페의 동생들은 다 추위를 타서 질겁을 하지만 나는 머리가 쨍쨍하도록 시린 겨울이 참 좋다. 이토록 명징하고 분명할 수 있느냐 말이다. 양평의 겨울은 밤도 훌쩍 깊어지지만 까만 밤하늘을 수놓는 별구경도 더 오래 한다. 다락방 창으로 비쳐드는 별빛 달빛에 취하는 밤이면 어린 왕자를 만날 듯도 하고 ET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양평으로 이사오지 않았더라면, 난 가위에 눌린 채 악몽의 밤을 지새고 있었을 게다. 양평살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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