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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Jan 05. 2021

나는 사랑에 빠졌나봐~

병영독서 코칭을 시작하며

“나는 사랑에 빠졌나봐~ 나는 사랑에 빠아졌나~봐~, 사랑이 뭔지 잘은 몰라도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요......”

분명 이런 노래 있었다. 왠지 두근거리고 자주 울렁이는 게 사랑이라고 외친 노래.

증세로 보자면 나, 확실히 사랑에 빠졌다. 지난 연말부터 쳇기를 동반해서 오한이 들고 몇 날을 끙끙 앓았어야 할 만큼. 수시로 카톡을 들여다보며 웃다 울상 짓다......


얼굴을 보여 달라는데 부끄럽고 수줍어서 내내 도망 중이다. 주구장창 연애편지만 써대고 있다. 카톡창과 맞닿은 손가락이 불이 나도록. 꽃피는 3월부터 키워왔던 연정이 지난 연말에야 가 닿았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절망에 차서 깨끗이 잊으려던 즈음. 속앓이가 길었던 사랑이라 뒤늦게 터진 포텐에 주체가 안 된다. 아, 이런 감정 얼마만이던가?


우리의 사랑은 그 무엇도 초월한다. 삼엄한 경계도 우리를 갈라 세우지 못한다. 철책을 뚫는 비장한 사랑 앞에 밤하늘의 뭇별들도 숨을 죽인다. 나의 일상을 온전히 지키는 그와 매일의 일상을 공유하며 누구의 사랑이 더 강렬할지 증명하기에 여념이 없다. 일순간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나 그래도 되는 거야? 아들 같은 그와의 맹목적 사랑!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주소소소소소소소소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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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미쳤습니다. 전 지금 사랑꾼이 되어 물불 가리지 않고 사랑 놀음 중입니다. 그것도 새파랗디 새파란 20대와 말이죠. 3월에 병영독서 코치로 명받고 그들과의 접선을 손꼽고 눈이 빨개지도록 시도했었지요. 하늘마저 시샘한 사랑이라 코로나가 우리 사이를 갈라 놓았죠. 연락조차 닿지 않는 상황에, 주변 동료들은 하나둘 임무를 완수하고 우수자에 대한 시상마저 치른 상황. 이대로 포기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그런데 저같은 이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본부에서 2021년 2월까지 작전 연장이라는 지령이 떨어집니다. 그러고도 12월 10일, 제가 가야할 부대의 담당관이 교체되었다는 통보. 눈수술에 여타 아픈 곳들 진정시키느라, 부대는 부대대로 참여자들을 재편성하느라 극적으로 12월 말일날 우리는 온라인 상으로 만났습니다. 휴. 줌 회의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밴드에 일방적 강의를 업로드 하고 강의를 들은 장병들은 과제물을 올리고 저의 피드백이 있어야 한 회차가 마무리 됩니다. 


6주간 다른 장르의 책들을 통해 장병들의 자존감 향상은 기본, 사유 확장, 자신감 고취, 목적 공유, 공동체성 함양을 위해 독서코칭을 해야 합니다. 현장에서는 백전 노장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저인데 카메라 울렁증이 심해서 생병이 났습니다. 촬영을 해주겠다고 자원한 분이 있었음에도 몸이 딱 거부를 하면서 몸져 누웠지요. 약속은 불발되었고 매번 폐를 끼친다는 것도 미안한 노릇이라 저의 방식대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선 밴드와 단체 카톡을 통해 장병들과 소통하는 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담당관인 소령님이 다행이 적극성을 보여주며 솔선수범을 해준 덕에 소통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책 <90년대생이 온다>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를 통해 20대에 대한 선행지식을 쌓아두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두려움으로 염려했던 상황들은 온데 간데 없어졌습니다. 개인톡을 통해 개별적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을 제외하고는 책읽기가 습관이 되지 않은 장병들로 거의 자신의 어휘력 미달과 속도를 걱정하고 있더군요. 


타인의 가려운 곳을 알았으면 긁어주는 시늉이라도 해야겠죠? 마침 2021년 새해 벽두이니 장병들에게 급 제안을 했더랍니다. 함께 함의 위력을 믿어보자고.



#00부대독플39데이

     

00부대 독(讀)한 녀석들 여러부우운~~~


개인톡으로 소통하다가 급 제안 드려요. 책읽기가 습관이 안 된 분들이 계세요. 혼자서는 쉬 지치고 유혹에 넘어가버리지요. 마침 새해잖아요? ‘매일 책읽기 인증 프로젝트’로 새해 첫 실행으로 삼아볼까요?


이름하여 

'00부대 독플 39데이'


1/4일 2021년 시무식하는 날부터 시작해서 우리 코칭이 끝나는 2/11일까지 39일. 프로젝트가 끝나면 공교롭게도 다시 구정 1/1일이 시작되네요. 환골탈태 변화한 자신으로 습관화된 실천의 삶을 사는 거지요.


방법은 세상 간단하답니다. 매일 자신이 읽은 책 쪽을 인증샷으로 카톡 단체방에 올립니다. 매일 출첵하여 인증샷 남긴 이가 최후의 우승자가 되겠지요? 


시상? 당연히 있어야지요. 두둥! 저도 부상품을 준비할 테고, 부대차원의 포상이 주어질 거라고 약조 받았습니다. 개인 부상은 물론, 참여 희망자 전체가 인증 받은 날이 10회,20회,30회 되는 날은 단체 포상까지!


책읽기 숩관 들이는 일이 결코 만만하진 않아서 그 자체가 도전이 될 수 있어요. 함께 치얼 업 하며 애환을 나눠야지요. 우린 전우애로 똘똘 뭉친 동거인들이잖아요? 스몰 스텝으로 실천의 계단을 함께 올라 보시자구요.


앗!

주요 포인트, 독(讀)한 녀석들에는 속했어도

이런 프로젝트가 압박감이 느껴지거나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은 분명히 의사표현해주세요. 독서코칭과 이 프로젝트는 별개로 여겨주세요. 개별적 의견을 존중합니다. 제게 개톡으로 알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절대 강제적이어서도 안 되고, 자율성이 우선되어야 하니까요. 습관화하는 일을 서로 지지하고 돕기. 재미나게 수행하는 게 제일 목적이에요.


갑니다. 1/4일 내일부터에요~~~자신과의 약속을 시작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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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어떘게요? 미처 영내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저의 미욱함을 보완해주는 질문을 던지는 일병, 당직 서느라 답신이 늦었다고 미안해하는 상병, 개별적으로 쏟아주는 관심과 자극이 고맙다는 일병, 어떤 식으로든 자신들이 참여하고 그 분위기를 조성하며 기여하려는 마음을 읽습니다. 첫날이라 그렇다구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면 또 어떤가요? 우리는 서로를 도우려는 노력을 기울여봤고 함께 하려는 시도를 경험한 사람들이잖아요? 가만히 있는 사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소통을 시작했어요.


누군가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 환대받는다는 느낌은 오래도록 따듯함을 선물하지요. 훈기어린 온돌처럼 말이죠. 저는 코치로서 그들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고 자기주도성을 견지할 수 있도록 삼가는 마음으로 워딩 합니다. 그들 존재 자체의 존귀함을 믿으며 그들의 순수한 열망을 존중합니다. 여지를 두는 질문, 열린 질문의 중요성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이전의 저 중에는 ‘나’의 유능감이 앞장서서 그의 탁월함을 믿지 않았던 얼굴들이 셀 수 없이 많았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강의만 6주 업로드될 뿐, 우리들의 이야기는 매일 써가는 교환스토리북이 될 듯합니다. 대면 강의가 무산되어 많이 속상했지요. 제가 어거지로 기울여야 하는 노력과 시간들에 대해 미리 꼬라지를 냈습니다. 카메라 울렁증이라는 대외적 표상을 내세웠지만 제 의도와 욕구는 주판알을 튕기며 속셈 중이었습니다. 저는 이 코칭에서 100% 온라인 비대면 환경에 노출되어 즐기면서 장병들의 성장을 돕는 변화실험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제게는 도전이자 용기의 표현입니다. 그래서라도 역설적으로 제가 제일 잘하는 댓글과 개인톡 말걸기로 그 젊은 영혼들과 진심어린 소통을 할 거랍니다.


카톡이되 즉문즉답이 어렵고 스마트한 환경 내에서는 가로쳐진 철조망이 너무 많아서 시차를 둔 연애를 해야 하지요. 기다리고 졸이며 적당히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미합니다. 딱 저희 아들 연령대여서 아들의 마음도 엿볼 기회가 됩니다. 저희 아들조차 엄마 걔네들 별 답장 않을 거니 상처받지 말랬지만, 저는 믿습니다. 진실로 기울이는 관심 앞에서는 누구든 녹아내린다고.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천천히 할 수 있을만큼씩 내밀어보면 된다고. 스스로 가진 힘을 믿고 책을 만난 사유로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도록 곁을 지키면 된다고.


보세요. 제가 사랑에 안 빠지고, 안 미치게 되겠나를...... 몇 날 조용해서 무슨 일 났나 걱정해준 다정한 벗님들. 저 잘 있어요. 달콤쌉사르 사랑에 허우적대고 있답니다. 그리고 저희 카페 ‘꽃,책으로 피다’는 다음 주서부턴 열심히 브런치와 런치세트를 준비합니다. 저희 원래 일반음식점이에요. 미처 준비가 안 되어 차만 팔고 있었을 뿐. 이제 시동 겁니다. 추운데 헛걸음하지 않으시도록, 맛난 점심 먹고 에너지 채워 가실 수 있도록......메뉴는 차차 공개할게요. 그래도 한 차로만 오세요. 4인 한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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