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질문 코칭
어려서부터 말을 앞세우는 약속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약속이란 지키라고 있는 것이어서 지키지 못할 일이면 약속을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규율을 정했다. 오죽하면 반성문을 쓰는데 그 흔한 상투어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 문장을 써넣질 못해서 버티고 있었다. ‘물론 다시는 안 그러도록 최선의 노력은 하겠지만 어떻게 절대적으로 지켜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가 나의 주된 요지였다. 빈 말을 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였겠으나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강박때문인지 쉽게 호언장담하거나 말을 앞세워 부풀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히 소심한 자기 방어가 작동하는 구조였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지고 타인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강박이 내게 있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 서열과 복잡한 성장배경 때문에 나는 한 번도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외로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하고 관계에서의 신뢰를 누구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자신이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고 스스로 한계선을 그었던 부분들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은 종종 내게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지키지 못하거나 해내지 못할 일은 아예 약속도 안 하고 도전 자체를 하지 않아서 주어진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연히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비난받거나 평가받기 싫어서 적당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살았다. 다만 의협심이나 책임감이 강해서 맡겨진 일에 대해선 열정을 다하고 전체의 조화를 생각하느라 헌신하는 편이었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오해할 밖에는. 나 개인적 성취를 위한 목표 수립을 해본 적이 거의 전무하다. 크게 머리 속으로 그리는 그림은 있되 입밖으로든 글로든 내뱉지 않았다. 못 지켜서 실없는 사람이 될까봐. 그러니 성취 욕구가 일어날 리 없을 밖에. 자신이 회피하는 과제를 짐짓 아닌 척하면서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는 잘못된 잣대로 사용하기도 했다는 게 부끄러울 노릇이다.
지나친 경쟁 구도 안에서 살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적으로 자신의 것만을 이뤄내는 사람들을 많이 보기는 했다. 그래서 목표 지향적인 사람들을 많이 오해한 부분들이 있다. 목표 지향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왜 그 일을 하며, 그 일이 가져달 줄 비전이나 가치가 그들을 움직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간과했다. 무조건적으로 일반화해서 목표지향성을 가지는 사람들을 탐욕적인 사람들이라고 혼자 낙인을 찍었다. 여우와 신 포도의 이야기가 그대로 적용되는 일이다. 물론 이제는 목적 지향적인 사람은 그 뜨거운 사명 때문에라도 목표지향적인 실천적 의지로 살아간다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지만. 결국 나는 내 사명을 발견하지 못했음이고 ‘비전’을 품는 일이 어떻게 사람의 의식을 확장할 수 있는지 체험하지 못한 탓이었다.
타인을 북돋우고 그들이 자신들의 잠재력을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선 아예 무관심했다. 마음이 헐벗은 어린 날의 초상들이 흘러간다. 왜곡된 신념이었을망정 내가 나를 돌보는 일로 시작이 되어야 한다. 내가 스스로에게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보듬고 안아야 할 일이다. 그 안에서 다시 자신의 사명을 깨닫고 비전을 품을 차례다. 어린 아이들만 꿈을 찾고 비전을 향하고 가치를 세울 일이 아니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 의식하면서 찾아낸 목적가치를 현실에서 발현하기 위한 선언을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기꺼이 코칭의 기적 질문을 빼들었다.
Q1. 어느 날 밤, 잠든 사이 기적이 일어나 모든 문제가 사라졌고, 눈을 떠보니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어떤 증거들을 보고 정말 나에게 기적이 일어났구나라고 할 수 있겠는가?
A. 이런 질문들을 늘 회피해왔는데 이제 마주 서본다. 무엇을 보면 기적이 일어났다는 걸 실감할까? 일고의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다. 더 이상 갚아야 할 빚이 없이 자유로워져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맛난 음식을 사줄 수 있고 그들이 갖고 싶어 하던 것들을 선물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나는 돈쓰는 일 만큼은 진짜 재미나게 잘 쓸 수 있으니 그게 고민인 사람은 내게로 오라고 자주 농을 한다. 그 상태가 되어도 나는 호의호식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좋은 곳을 가고 좋은 걸 보고, 맛나는 것을 먹으면 늘 그 상황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면 삶이 정말 멋질 것이다. 그 사람들 속에는 나와 전혀 무관한 약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만 19세가 되면 보육원을 퇴소해야 하는 청소년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어린 아이들 등.
Q2. 그 기적은 왜 나에게 중요한가?
A. 우리 엄마는 늘 마음이 헐벗은 이들을 돌보려 하셨다. 자신의 삶이 누구보다도 척박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또 더 못한 사람들에게서 눈빛을 거두지 않으셨다. 내게도 늘 약한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늘 당부하셨다. 장애를 가진 오빠가 세상에서 설움을 당할까봐 투사된 마음만이어서 아님을 나는 수시로 발견했다. 그래서인지 나도 어느 자리에 가나 높고 화려한 사람보다 늘 약하고 조용한 사람들에게 눈길이 머물렀다. 때로는 지나쳐서 기가 막힌 참화를 겪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의 습관을 바꿀 수 없었다.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 결정적 철퇴를 맞고서 3년 여를 동굴 속에 갇혀 있었다. 이 시간동안 내 손을 잡아주고 나를 일으키기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사랑을 실천해주신 분들이 있다. 그 기적은 결국 그들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게 될 것이고 하늘나라에 계신 울 엄마도 마침내 발을 뻗으실 수 있을 테니.
Q3. 두 번째 기적은 어떤 증거들을 보면 정말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실감하겠는가?
A. 내가 코치가 되고자 하는, 혹은 고객으로 있는 중국인들에게 그들이 가장 편안해할 방식으로 코칭을 하면서 자유로이 SEA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면 기적이 일어났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Q4. 두 가지 기적 중 한 가지를 선택하고 기록하라. 이것이 오늘 내가 발견한 나의 열정이다.
A.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지금 뜨거워져 있는 코칭에의 몰입을 우선 택하겠다. 나는 중국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가치를 실현하여 만족하도록 내가 도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중국인들과는 충분한 교류를 하지 못했던 일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일순 비합리적이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사람들 같기도 하지만 나는 순수한 의도로 그저 그 순간을 함께 할 뿐이어서 그들과 우정을 쌓는 일이 힘들지 않았다. 30년 전, 중국의 외국어 대학교에 어린 세계의 학생들과 같은 밥에 같은 기숙사에 머물면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던 60대 70대 된 일본인 어른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살고 싶다. 나도 나이 들어서 다시 중국에 와서 공부를 하든 사업을 하든 외국에서도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며 본질에 가까이 있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이 떠오른다.
Q5. 이 열정을 따라가고 이루기 위해 힘든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첫 Step은 무엇인가?
A. 현존의 코칭이 내재화되길 원한다. 삶 전반에서 지금 여기의 뜨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셀프코칭을 멈추지 않는다. 이로써 나를 복원시키는 시간들을 많이 갖겠다. 100일 글쓰기가 그 일환으로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는 실천일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어를 다시 공부해서 중국어로 바로 코칭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여기까지 셀프코칭으로 성찰하고 기록하다보니 ‘기적이 일어났다’. 선명하게 그려지는 그림들이 있다. 문학적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그림들이 나의 현실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과거의 아련한 감성을 불러오지 않아도 현존하는 형태의 그림이 그려진다. 애써 외면해오던 영역이 선명하게 구체화되고 그 말들을 옮기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 이걸 구체화시킬 수 있는 지금의 상태가 내게는 작은 기적이다. 오래도록 고질적으로 방치해온 사명과 비전에의 꿈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게 되었으니. 나의 상태를 글로써 표현하는 일이 가장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임에 감사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그 뜨거움만으로 충분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나무>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서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그는 곧장 이 아몬드 나무를 그려 선물로 보내면서 '조카 아기가 태어난 것은 이것 자체가 기적이다'라며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자신은 자식은커녕 결혼조차 해보지 못했으나 순수한 마음 상태를 그지없이 드러내었다. 아몬드 나무가 풍성하게 열리듯 조카의 삶도 저리 환하고 풍요롭기를 원했을 것이다. 내 삶에서 기적같은 일들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면, 지금껏 살아낸 자체가 기적이었다. 감사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