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소모임에 초대받았다. 사실 큰 접점이 있는 건 아니었다. 진성아카데미 18기의 학습 소모임 토론방을 돕는 세르파역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수평적 학습조직을 지향하는 우리는 도반이라는 호칭으로 서로 부른다. 막 창업을 한 한 도반이 자신의 작업실을 공개해준 자리.
흰색과 푸른 색, 바다 물결이 찰랑이는 듯한 포인트 커튼이 인상적인 사무실이었다. 웹 디자이너이자 커뮤니케이터의 공간다운 세련미와 깔끔함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와 있는 18기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일 얘기, 사람 얘기, 진성 얘기를 이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존재감이 느켜지더니만. 그녀는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책의 저자.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며 책출간을 한 분이었다.
세상에, 브런치 담벼락을 기웃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꿔보는 일 아니던가?프로젝트를 통해 탄생된 스타가 눈앞에 있다.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멘토링북에 속한다. 거의 같은 대목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전하는 선배 회사원의 노하우북인 셈이다. 컨텐츠가 분명하고 전하는 메시지도 확실하니 매력적인 책이 될 수밖에.
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관점을 고객을 향하고 있었겠다. 어떻게하면 더 직관적으로 쉽고 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구현하니 관점이 남다를 수밖에 없겠다. 연예인 바라보듯 신기함으로 보고 또 봤다. 오후에 이어진 진성 18기 수료식에서 그녀의 진가는 더욱 빛났다.
웹상의 디렉터와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적 삶. 그것으로도 멋졌지만 보이지않는 시간의 삶이 앓음다웠다. 대학생 때 얻은 장애로 발성에 어려움이 커졌다. 스스로 표현하길 파워내향형의 사람이 이런 장애를 얻고 보니 더더욱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잃은 것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한다. 목소리는 잃었으나 문해력과 글쓰기의 강점으로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역시 다르다. 마인드가 풍요로움을 선택하는 습관을 가졌다. 그녀 외에도 동기 15인들의 진성 이야기로 감동이 컸다. 30대부터 50대까지의 미완의 꿈이 자신의 언어로 기술되었다. 생생한 내러티브 극장에서 숱한 상념들이 흘러갔다. 누가 함부로 타인의 삶을 논할 수 있을까? 오로지 본인 그 자신만이 자신의 삶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지원하던 탈북민이 극단적으로 삶을 포기했음을 전하던 한 도반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모두 숨죽이며 기다렸다. 그의 애도가 자책으로 넘어가지 않길 기도하면서ᆢ'사람 살리는 일을 하겠다'를 사명으로 가진 여린 가슴이 느꼈을 절망과 무기력이 만져지는 듯했다. 폭력의 시대를 건너온 40,50대들의 분투적 변혁도 감동적이었다.
리더십을 강의하고 교육을 하고 조직원을 이끄는 리더들이 7분의 발표를 위해서 얼마나 고심하고 아팠을지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몇번을 뒤집어 엎고, 넣다 뺐다를 거듭하며 자신과 직면했을 터. 외면하고픈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은 언제나 불편하다. 취약성을 드러내는 용기가 스스로를 자유케한다. 몇몇은 해방일지를 썼음에 틀림없었다.
진성은 자신을 긍휼하는 마음으로부터 출발해 타자를 환대한다. 자기발견과 자기인식이 이어지는 길목에서 수시로 뒤돌아가고픈 유혹을 느낀다. 그러나 같은 무게의 고민을 이고 지고 가는 도반들을 만난 위안이 더 큰 용기를 발휘하게 한다. 어느 도반의 발표 중에, 그 사람을 지지하는 열 명의 사람만 있어도 삶은 다른 궤적을 그리게 될 거랬다. 그들은 동기 15명을 얻었으니 필요조건은 갖춘 셈이다.
18기 수료생 16명과 동문 3명의 뜨거움을 들으며 나를 돌아본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서 세상을 더 크게 또 넓게 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내삶에 돌려보면 괴리감으로 영원히 남의 것일 뿐임을 깨닫곤 한다. 그래서 '자기전문가'로서 자기만의 목적 씨앗을 심기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 각기의 디자인따라 진북을 향하는 친구들이 있어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것. 이로써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