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0 ICF(국제코칭연맹) 코리아챕터 20주년 기념 컨퍼런스
휴대전화 액정에 이글대는 태양이 뜬다. 31도를 가뿐히 찍을 거라는 신호. 서울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싣는다. ICF(국제코칭연맹) 코리아챕터 20주년, 성년식을 치르는 날이다. 회원의 한사람으로서 축제 한마당을 즐기러 가는 걸음이 가볍다.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고 했지만 '좋은 느낌과 좋은 생각이 좋은 곳엘 데려가는 거 아닐까?' 오늘 나는 좋은 느낌과 좋은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한국 코칭계의 역사를 쓴 산 증인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자리가 흔하겠는가? 이론서 책으로 만나던 저자들을 대거 만나게 될 것이라 팬심을 감추기 어려울 판이다.
멘토 코칭을 받으면서 코칭의 깊이를 느끼고, 협회의 각종 교육을 통해 가르침을 구한 상위 코치님들을 현장에서 만나게 되니 설레는 마음이고, 온라인 교육 중에 우의를 다지던 스터디 도반 코치들도 한껏 만나게 되겠지. 많은 커뮤니티에 속해서 활동을 해봤지만 코치 그룹이 뿜는 편안함이 있다. 취향의 문제도 있겠으나 '코치다움'을 업으로 연마하고 품성을 내재화하기에 많은 코치들이 유연성과 개방성을 갖고 있다. 서로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다. 어디에나 일정 비율의 이해 곤란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도.
한국에 코칭의 뿌리를 내리게 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시간, 길 없는 길을 걸어간 사람들에게 경외심을 갖는다. 조직위원으로서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아는 코치들이 있어서 간접적이나마 미리 소식을 전해들었다. 회원 한사람 한사람 비춰주려고 자신의 에너지를 기꺼이 내어주는 사람들. 사람이 이루는 일이란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돌아올 즈음엔 어떤 우연을 만나고 어떤 언어의 집을 짓게 될지.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 모든 존재들이 빛난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여유있게 움직이고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행운의 숫자 7번 테이블을 고르고 동석한 코치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어떤 행운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을 보면서 내가 변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행운같은 게 있을라고 싶었는데 연속으로 쏟아졌다. 아, 운이 바뀌고 있구나. 확실히......멘토링을 받았던 석진오 MCC 코치님을 만나뵌 행운이 시작이었다. 코치님께서 코칭 내용 중에 나눴던 아들 원정이에 관한 이야기를 기억하시고 물으셨다. 코끝이 찡해졌다. 관심을 놓치지 않은 선배 코치님의 한 마디에. 어쩌면 지나가는 고객 중 한사람이자, 그 많은 코칭 중 한차례일 수 있는데 잊지 않고 따듯한 온기를 건네셨다. 취약성을 드러내었던 그 시간을 유의미한 기억이 되게 해주셨다.
사회자로 나선 진성 도반 나윤숙 코치의 생생한 목소리에 브라이언 리 코치님의 재치있는 진행이 생동감을 더했다. '참된 관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코칭'이라는 주제로 열린 컨퍼런스. 코치 중 한 분의 십이체장고춤과 태평무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컨퍼런스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20살 성인식을 치르는 코리아 챕터의 황현호 회장님의 축사. 한국에 코칭이 도입된 건 23년, 협회로서의 기관 등록이 20년이다. 그간 MCC 23명 배출을 배출했다. 코리아챕터의 성장세가 K-POP을 넘어 K-COACHING의 사인처럼 느껴진다. 팬데믹으로 세계의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개인이 세계 시장에 진출한 사례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지선아 사랑해'의 주인공 이지선 교수의 기조강연이 준 감동이 아주 컸다. '꽤 괜찮은 해피엔딩, 외상 후 성장에 이르는 길'. 을 주제로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강연을 펼쳐주었다. 신체적 장애의 극복이 아닌 생명을 향한 선택의 삶으로 자신의 삶을 규정한 이지선 교수는 사랑스러웠다. 그녀의 강연 내용은 내일 다시 정리해서 쓰려고 한다. 그녀의 호흡 따라 울다가 웃다가......목소리가 어찌나 청량하고 앳띤지 안아주고 싶더라.
'우리는 코칭을 통해 전세계 사람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당부하는 ICF Magdalena Nowicka Mook 회장의 축사에 이어. 십년 이상 총무역할을 한 숨은 영웅들에 대한 공로상 시상이 있었다. 박주원 코치는 독일에 주재하느라 그 어머니께서 수상하셨는데 참 특별한 느낌이었을 듯하다. 2003년부터 서울 챕터의 총무를 지낸 최강석 코치도 함께 수상했다. 언제나 보이지 않는 시간을 살면서 타인의 삶에 기여하는 고마운 벗들이 있다. 참 귀한 분들이다. 올해가 기념비적인 이유 중 하나는 곧 있을 ICF 본부의 Converge 23에서 한국 대표 박기영 코치가 발표를 하게 된단다.
오늘의 행사를 위해서 조직위원회가 6개월을 준비했다더니 정말 군더더기 없는 진행과 알찬 내용이었다. 점심 시간의 뷔페 캐더링도 아이디어를 잘 내어 효율성이 극대화되었다. 각 테이블 별로 뷔페 도시락이 전해져서 길게 줄을 늘어서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애고 상을 치우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깔끔하게 테이블 별로 해결하면 되었다. 음식 메뉴 선정도 굿, 맛도 굿이었다. 먹는 것만이랴? 코칭 펌들이 제공한 다양한 수강권이 걸린 경품 추첨. 100명 중에 98명에게 경품이 돌아가도 나는 못 타는 2인 중의 하나여서 기대도 않았다. 테이블에서 먹은 접시들을 재활용하러 가는데 앗, 내 이름이 불렸다. 야호. 이런 행운이라니.....! 내용은 모른 채, 무조건 신났다. 나를 아는 몇 몇 코치님들이 덩달아 신나하셨다.
오후 행사 특별 강연은 Michael Stratford MCC 코치의 라이브 강연. 폴정 코치님이나 이근모 코치님께 익히 들어왔던 분이라서 괜히 반가웠다. Million Quest Consciousness 운동 창시자이다. <고유함을 존중하기 : 다양성을 극대화하는 표현>을 주제로 하는데 수학을 전공한 사람다이 고유성을 숫자로 확연하게 보여줬다. 유머와 여유가 넘치는 강연의 내용도 따로 기록해둘 필요가 있어서 다시 써보고 싶다. 한국 MCC들이 총출동해서 네트워킹 테이블 토크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우리 나라 최초의 MCC 박창규 코치님과 최근 가장 따끈하게 MCC가 된 김태호 코치님의 테이블에 함께 했다.
온화하나 분명하고 지혜가 넘치는 박창규 코치님은 코치의 프레즌스를 확실하게 보여주셨다. 그냥 가만히 계시기만 해도 존재감이 저절로 드러나서 물이 넘친다는 게 저런 거구나를 알겠다. 영성코칭을 강조하셨는데 코치님께서 곧 은퇴를 준비하시는 듯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꼭 마지막 영성연구회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세션의 코칭 데모는 Marcia Reynolds MCC가 한국의 고객을 대상으로 시연을 해줬다. 그녀는 <코칭 합의하기 : 코칭 대화의 명확성과 순서에 대한 특강 후에 직접 시연을 보여줬다. 인상적인 것은 닫힌 질문이 더욱 효과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코치는 고객이 전진하는 존재임을 잊지 말라는 당부였다. 갖은 이유로 저항하거나 도피하는 고객들에게 당신이 갈 곳은 전진하는 것임을 부드럽게 암시하고 선택하게 하라는 것. 한국의 코치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달라는 메시지가 뭉클하게 와 닿았다.
실내의 에너지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나중에는 에어컨이 최대로 작동을 하고 있음에도 후덥지끈했다. 사람이 뿜어내는 에너지의 위력을 실감하던 순간이다. 진행 과정도 내용 구성도 정말 알차서 기대의 몇 배수가 충족이 되었다. 그렇잖아도 살짝 코치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침체기를 겪던 중인데 직간접적으로 코치님들의 뜨거운 열정과 에너지 덕분에 다시 부스팅이 된 느낌이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다시 나의 코칭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유수의 코치님들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하면서 나는 자꾸 조급증을 내고 있지는 않은지? 무조건 성과를 기대하면서 싹을 잡아당기고 있지는 않은지, 최연소 MCC김태호 코치님이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자꾸 맴돈다. 실습은 많이 하지 않았고 거의 실전의 리얼코칭으로 해오긴 했으나 고객 발굴에 어려움이 있다. 그런 순간에도 오로지 진정성어린 자세와 태도로 코치의 스페이스를 만들어둬야 한다. 나와 내가 연결되어 고객이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일. 코칭은 자리내어줌이다.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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