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해피엔딩

100-21 ICF 20주년 기념 컨퍼런스 이지선 교수 기조강연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인물 이지선 이화여대교수는 20년 전 <지선아,사랑해> 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교통사고로 중증화상과 부상을 입었다. 40여 번의 수술을 거듭하며 사선을 넘나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그녀가 모교에 23년만에 돌아와 강단에 섰다고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런 그녀가 코치들이 20주년 성년식을 치르는 기념비적인 컨퍼런스에 기조 강연자가 되어 나타났다. '꽤 괜찮은 해피엔딩, 외상 후 성장에 이르는 길' 이라는 주제로.



앳띤 음성으로 수줍은 인사를 건넸다. 23살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23년만에 모교로 돌아왔다는 게 라임이 맞아 떨어진다며 우스갯소리를 하며 긴장을 풀었다. 이지선 교수는 아시려나?코칭이 한국에 들어온 게 23년, MCC 배출도 23명이란 거! 이런 동시성이라니! 프로젝트 포인터가 잘 작동하지 않자 부드럽고도 유머러스하게 순간순간을 넘겼다. 당황한 기색 하나없이. 그녀는 마치 이 정도 해프닝 쯤이야 하듯 즐기고 있었다. 그런 여유가 청중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장내는 화기애애한 유쾌함으로 그득했다. 코칭 장면에서 코치가 고객과 춤을 추며 호흡을 맞추는 그런 느낌.


대학교 4학년, 음주 운전자가 1차 추돌 사고 후 뺑소니치다가 2차 사고를 냈다. 오빠와 함께 타고 있었던 차는 6대의 차와 부딪치면서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응급실에 옮겨졌으나 담당의사가 오빠더러 작별인사까지 하라고 했다. 책으로 읽고 보고 다 아는 내용이라 생각했어도 당사자로부터 듣는 내러티브에 숙연함이 그득해진다.


'사는 건 죽는 것보다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구나.'를 눈을 뜨면 확인하게 되었다. 죽고 싶었지만 처음 의식이 깨어나면서 마셨던 물 한모금의 기억이 너무도 달콤해서 고통을 잃게 되었다.. 너무도 사소하지만 살아있는 기쁨을 알게 한 물 한모금은 수없이 이지선을 일으켜 세웠다. 55퍼 3도 화상이란 재생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의미란다. 삼촌이 현수막에 사고 전 예뻤던 사진을 내걸고 의사에게 저대로 성형을 해달라고 떼를 썼다.



거울 볼 용기가 없어서 모든 거울을 모두 없앴는데 쇠숟가락이 거울이 되어 버렸다. 문드러진 낯선 모습 부정하고 싶었다. 이미지를 지우려해도 없어지지 않았다. 웃음을 잃어갔다. 오락프로그램을 봐도 재밌지 않았다. 옛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파트 옥상을 찾아 뛰어내릴 일이었다 그게 아니면 하나님을 찾는 일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이 지경을 하고도 내게 허락된 삶은 뭘까?' 밤마다 영안실로 나가는 16명의 죽음을 봤다. 그들의 가족들도 살려달라고 기도하겠지만 똑같은 기도 안에서도 살아남는 자와 죽는 자가 있었다.


'삶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생명이 지속되고 계속되는 것을 찾고 싶다. 이 모습 이대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어느날 결단했다. 해피 엔딩이 찾아올 거라는 확신으로. 사고가 찾아올지도 몰랐던 것처럼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도 무슨 일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미리 염려하지 않겠다. '오늘살이'의 삶을 살아내겠다고 결심했다.



가족들의 헌신적 보살핌 아래 투병이 시작되었다. 다시 살기로 결심하고 첫 실행으로 거울보기를 감행했다. '안녕,이지선' 스스로에게 익숙해져가는 시간들.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힘은 스스로 나오는 게 아니었다. 거리에 나서면 사람들이 동정으로 ㅉㅉㅉ 혀차는 소리를 무시로 들려주었다. 불쾌했던 순간들이었지만 가족들,친지,친구들은 달랐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 그들이 보내는 따듯한 눈길, 내가 사랑했던 마음의 눈이 진짜 사랑이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사랑의 힘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안게했다.



사고로 만났던 새로운 생일. 1년이 되는 날, 끝없는 절망에 울 시간을 찾고 있었다. 그런 심경을 알기라도 한 듯 친구들이 돌잔치하자며 찾아왔다. 지금 여기 살아있는 것, 눈 마주치고 인사할 수 있는 오늘을 축하하자고. 투병한 사실을 두고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오해를 했다. 특별한 내면의 힘을 가졌다고 추켜세윘다. 그러나 스스로는 한없이 약한 사람이라 여긴다.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사함으로 그득한 시간을 살고 있을 뿐이다. 당시 26살, 3살 터울의 오빠는 동생을 살려두고 마음고생을 평생 했다. 이제는 무조건 져줘야하고 귀찮기도 하다며 '괜히 살렸다'고 자책성 농담을 한다. 상처를 유머로 승화한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보이는만큼 슬프지 않았다. 일상의 희노애락을 그대로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무 것도 쓸 수 없을 것같았던 손에 털 하나 삐져 나오면 모공이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반갑고 소중했다. 땀도 나고 숨 쉰다는 것, 멋지지 않은가?햄버거 한입 깨물어 먹을 수 있었던 순간이 그리웠다.


그렇게 써내려간 책이 발간되어 ㄹ티나게 팔렸다. 한중일 번역서까지 나오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나보다 김칫국을 마셨다. 그런데 책을 쓰고서 세상의 고통이 내가 입은 화상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독자들의 편지가 연일 당도했다. 나 혼자 이 비를 맞고 있는 줄 알았는데 지선씨와 함께 맞고 있었다는 공감의 고백,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독자들의 리뷰가 잇따랐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자신만을 위해 쓴 책이 누군가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르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픔의 크기는 결코 잃은 것들의 많고 적음이나 달라진 상황의 경중에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굵고 의미있는 메시지는 내일 계속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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