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3 NLP 밀턴 모형을 공부하다가
대학 졸업한 후인가 파격적인 옷 브랜드가 출시되었었다. 브랜드명이 강렬한 데다 파격적인 스트리트 패션을 지향하며 나타나서 또래들 사이에 화제가 되었다. 학교를 다닐 때였으면 사 입었을지 모르나 졸업과 동시에 중국어 학원을 시작해서 오피스 룩에 가까운 정장을 입고 점잖은 척해야 했다. 갑자기 이 브랜드명을 왜 거론할까?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내가 요즘 '안전지대'에 있다고 느끼는 구나 싶다. 삶이 변수 투성이임을 체득하며 산 인생이라 안전지대를 지향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나는 내가 아주 안전한 상태임을 수시로 느낀다.
물질로 대별되는 현실은 어쩌면 최악의 국면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의 어려움을 타파해보겠다고 심혈을 기울인 일들은 어김없이 무너지고 빚만 차곡채곡 채워갔다. 평생을 원가족의 빚봉사, 주변 사람들을 구제하려다 진흙탕에 빠지는 등 어이없고 황망한 상황들이 나를 감쌌다. 젊어 너무 운을 끌어다 쓴 걸까 생각들만큼, 끝간 데 없이 무너지기만 한 게 10여년이 되어가나보다. 내가 겪어본 고통이 너무 커서 절대 아이에게는 물려 주고 싶지 않았던 멍에를 결국은 지게 했다. 힘들어도 이 산을 넘기만 하면 또 흘러갈 수 있다고 배짱좋게 긍정성을 발휘하던 마음은 나도 모르게 쪼그라들었다.
눈 딱 감고 아들에게 기대 근 4년을 버텼다. 이제 치고 올라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막막한 시간들일수록 그냥 지날 수 없어서 공부를 하고 또 했다. 내가 가열차게 공부하는 시간들은 실은 현실의 삶은 최악이라고 보면 된다. 나를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아서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택한 유희가 공부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공부들은 크게 돈이 안 들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자 공부인 코칭은 끊임없이 재투자를 요구한다. 재미와 의미, 그에 더해 개별적 영성을 수련하는 과정이기에 물러서고 싶지 않다.
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평일 아침에 함께 NLP를 공부하는 코치들이 있다. 한 분은 UX기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자 코치이고, 한 분은 대기업의 명상 강사이자 코치이다. 책 한 권의 한 챕터씩 정리해서 토론 거리 하나씩, 실습하고 싶은 항목 하나씩 발제해서 3가지 논제와 3가지 실습을 나눈다. 매번 뜨거움이 올라오지만 오늘 메타 모델과 밀턴 모델 장을 하면서 열띤 논의를 했다. 이해불가했던 일들이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해소가 되면서 우리가 내리는 결론은 거의 언제나 '그래서 코치다움, 삶 자체의 품성으로 코칭에 임해야 한다. 결국 코치 자신의 수련과 정신 고양이 더욱 요구된다. 나의 현주소는 어디일까?'로 귀결된다.
밀턴 모형의 모호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리더의 임재'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리더 역시 사람의 영역에 있는지라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을 보기도 하고, 권력 구조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양상이 있음을 또 알아차렸다. 젠더 이슈가 저절로 도출되기도 하고. 그런 대화 중에 두 분 다 고마운 것이 언제나 그 화살의 방향을 바깥에 비난하는데 두지 않고, 인간의 한계성과 제한성에 대해 성찰하고 있었다. 정신의 역동이나 의식을 함께 파트너링으로 하는 코칭, 코치의 언어로서 전달되고 탐색되기에 코치의 윤리가 정말 엄정하게 관리되어야 함을 또 확인했다.
논의 중에 어디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깊은 이야기도 투명하게 나눴다. 강요한 적 없으나 자발적으로 말하게 되는 그런 믿음. 코칭 고객들과 만들고 싶은 라포가 그런 것일 테다. 고객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면 어떤 얘기도 표현하고 싶어진다. 누구랄 것도 없이 이 장이 '안전지대'임을 느끼고 있었다. 비밀이 새어나갈까 걱정되지 않고, 평가받을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곳. 그런 투명함 덕분인지 의도하지 않아도 우리는 언제나 철학을 얘기하고 있고, 확장된 의식 안에서 자신의 위치성을 찾는다.
오늘 다룬 밀턴 모형은 지극히 선동적인 언어모델을 갖고 있어서 코치가 이 모델을 차용할 때 더더욱 자신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S.O.M 이라는 고급 NLP언어를 책에는 치료자의 입장에서 언어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코치들이 사용한다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실습해보았다. "보고 익혀야 할 것이 많아서 마음이 조급하다"는 고객을 두고 일반화, 자신에게 적용하기, 가치나 규범 이끌어내기, 긍정적 성과, 성과 바꾸기, 추가적 성과 설정하기, 메타포 말하기, 재정의 하기, 구체화하기, 추상화, 반대 예, 긍정적 의도, 시간의 틀에서 질문을 정리해보면서 깨달음이 컸다.
언어는 확실히 중요하다. 오래도록 신념화된 사안들을 때로는 메타 모델로 그 실체를 파가도록 질문해야 하며, 때로는 밀턴 모형의 감성과 모호성으로 감성을 불러 일으키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언어 설계도 코치의 에고에 의한 질문이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질문인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 함께 논의하고 실습으로 그 느낌을 찾아가자니 어떤 경우에는 밀턴 모델이, 정확하고 명료해지기 위해서는 메타 모델이 적합한지 맥락 안에서 체득이 되었다. 어떤 질문이냐에 따라 저절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오래도록 생각에 머물면서 머뭇대기도 했다.
함께 공부하며 안전함을 느끼는 학습 공동체. 나의 안전지대의 한 핵을 이루며 나를 성장시킨다. 이곳만 있을까? 사적인 관계에서도 요즘 나를 안심시키며 지지해주는 몇 몇이 있어서 삶이 순해진다. 인간은 누구라도 누군가의 의미있는 존재이고 싶다. 인간은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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