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관한 재해석

100-27 컨셉과 소프트 웨어에 대 질문을 생각하다

양평의 용문 산새공방은 내가 사랑하는 곳이다. 주인장 손영희 작가(2002 '오!필승 코리아' 서체와 광화문 교보의 감성 글씨판 제작과 디자인 원조)를 사랑하고 그녀의 정성이 곳곳에 스민 그녀의 공간을 사랑한다. 그 곳은 용문의 문화사랑방이 되어 문화 예술인들이 일시적으로 서식하며 공연과 강연을 이어간다. 이번 6월은 매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공연이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매주 하는 공부가 있어서 갈 상황이 못 되었다. 어제 마지막주 한번이 가능해서 오랜만에 다녀왔다.


이전 몇 차례 문화공연, 전시를 기획해드리기도 했는데 이런 시도들은 언제나 '나누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야 실패가 없다. 이를 계기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착각, 이로써 뭔가 거창한 뒷날을 도모할 수 있다는 비전을 품는 일도 금물이다. 단지 함께 하고 싶은 음악인들이 있고, 그를 즐겨줄 관객들과 연결해준다고만 생각해야한다. 근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기획조차 않을 것이니, 넉넉한 품을 장착하고 있어야 지속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분야로라면 손영희 작가는 정녕 갑이다. 젊어서부터 무명 가수들을 후원하고 무대에 세워왔던 분이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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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이곳에서의 문화 기획 경험을 하면서 나는 솔직히 더 이상은 하지 말자는 쪽이었다. 간이 쪼그라들어서 일을 벌이고 싶지 않기도 하고, 들이는 품에 비해 거의 아무 것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친 면도 있었다. 그러나 작가님은 어디서 그런 열정이 나오는지 절대 지치는 법이 없으셨다. 이번엔 참석을 하지 못한다는 핑계 겸해서 열심을 내드리지도 않았다. 이런 반복을 거듭하면서 왜 이어갔을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을 보면 언제나 보람을 느꼈다. 즐거워하고 신선한 자극으로 삶의 활력을 얻는다는 피도백을 듣는다. 그럼 또 신이 나서 다음 기획을 생각하게 된다. 가정집에 초대되어 화목한 분위기로 즐기는 살롱문화. 작은 공간이어도 사람이 모이고 깃드는 건 영혼을 채우는 뭔가가 꿈틀대기 때문이다.




공연 참여하기 전, 양평의 '쉬자파크'를 들렀다. 양평 살면서 한번도 가보지 않았거니와 그곳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서. 산비탈을 그대로 활용하여 가꾼 쉬자 파크는 그 자체로는 더없이 좋은 공간들이었다. 산비탈과 숲을 그대로 활용한 걸 보니 명상과 치유를 컨셉으로 했겠다 싶은 설계였고 과연 명상의 집, 치유의 공간이라는 안내판이 있었다. 쉬자 파크를 오르는 동안 펼쳐지는 전망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공원 안으로 들어오면 폐쇄적이라 바깥 전망을 전혀 즐길 수 없다. 공원 안에서는 천연의 숲을 그대로 살려서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찬찬히 둘러보니, 이런 컨셉이 탄생하기까지 경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운영 컨셉을 잘못 잡았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이곳은 일단 들어오면 이 안에서 해결이 되어야 한다. 동선의 설계가 이어진 게 아니라서 파크 내 공간이 무척 힘들다. 몇 개의 숙박동이 있는데, 숙박동을 중심으로 일부의 숲들이 조각조각 조성이 되어 있는 느낌이다.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라는 생각이다. 산비탈의 기울기가 심해서 구역 간 옮겨다니는 일이 안전성에서 제일 문제가 될 듯했다. 행동이 민첩한 청소년, 청년들이나 이동이 가능할 듯했다. 주차를 할 곳들도 마땅찮아서 짐을 옮기거나 수시로 오가며 챙기기 어렵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마저 외길이니 아래 위에서 교차할 때는 위험하다. 접근성이 최악이다.


치유 공간을 컨셉으로 했으나 정작 휴양하러 오는 환자들은 엄두도 못낼 상황.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 같은 걸 유치하기 어려울 구조였다. 야외음악당이 거의 유일할 정도의 평지이다. 그러나 행사를 유치하려면 동원되는 장비며 인원들을 수용하기 어렵다. 결국 큰 장비가 필요치 않는 명상, 요가, 마음 치유 관련한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면대면 서비스 항목이나 어울린다. 상담가, 코칭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회원제 '마음 관련' 활동으로 응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변신. 타깃이 명확해야 할 이유도 찾게 된다.







산새공방에 어둠이 나리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뮤지션과 연주자, 동행인들과 함께 주인장이 차려주신 카레라이스를 맛나게 먹었다. 8시가 되어 하우스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6월 마지막주 공연자는 씽어송 라이터 'Hi Mr.Memory'와 아코디언 연주자 박상민. 눈팔이하지 않고 평생의 호흡을 지켜온 사람들. '자기다움'을 버리지 않기 위해 수없이 부닥쳤을 현실의 벽이 스크린처럼 흘러간다. 노래하는 한, 기타를 치는 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한, 몰입의 기쁨과 소통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겠지. 애절했다가 신이 났다가 침잠했다가 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삶의 이야기가 흘렀다. 이런 사람들의 서사를 어찌 무시하랴? 영혼을 적시는 단비를 맞았다. '초승달' '다시 비가 내리네' 노랫말이 예사롭지 않다. 시인의 독백을 닮아 있었다.


아코디언 연주자와의 콜라보가 아름다워보였다. 합을 맞추는 일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다. 합력으로 서로를 더욱 그답게 비춰주는 조화. 저 곳에서 한곡 한곡 연주해내기 위해 쌓았던 그의 고독이 읽힌다. 반복으로 이어지던 권태와 무기력이 떠돈다. 그것들을 뚫어낸 힘만이 '자기다움'을 지킨다. 누군가는 자기다움을 위해 공간을 지키고 누군가는 그 공간을 채우고 또 누군가는 그 공간에 흐르는 공기를 향유한다. 기억수집가, 경험수집가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드는 공간.






오늘 다녀온 두 공간은 컨셉과 소프트 웨어의 중요성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단위 사업을 할 때는 관계자들 역시 최선을 다했을 테고 여러 모를 고려했겠으나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는다. 특히 하드 웨어와 소프트 웨어가 함께 연계되어 작동될 그림을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보여지는 하드 웨어만으로 대단위 사업은 끝이 아니라 그때부터 사람이 투입되어 소프트 웨어인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 컨셉 기획자가 PM 역할을 하며 하드 웨어와 소프트 웨어가 연동되어 작동할 수 있는 체제를 운영해가야 한다. 담당자는 있으되 비전과 사명을 품은 사람이 투입되지 않아서 전문성이 약해진다.


반면, 산새공방의 하우스 콘서트처럼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사업성으로 이어지는 것에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업성이라 해봐야 연주자들에게 그래도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사례비라도 맘 편히 전할 정도. 그마저 기획가들이 일정부분 보태야 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니. 사람을 모이게 하고 웃고 울리는 공간에서 다시 자기답게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끼를 맘껏 발산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 일. 정말 어렵고도 먼 길이다. 그럼에도 영혼의 고갈을 채우는 이 모든 것들은 일정부분, 뜻있는 이들의 헌신으로 이어간다. 그리고 돈 버는 일과는 멀리 있는 이쪽 세계에 마음을 빼앗겨 평생을 어중간하게 산 사람. 나는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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