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옆집 현실이네를 들렀다. 잠시 레오냥이랑 수선을 떨며 놀아줬다. 식탁 의자에 걸터앉고보니 탁자 위에 뭔가 잔뜩 늘어 놓았다. 색도 크기도 모양도 각양각색으로 때깔이 곱기도 하다. 현실이는 트레이 하나를 마무리해가던 중이었다. 나는 특유의 호기심으로 기웃대면서 빈칸을 작은 타일로 채워나갔다.
현실이는 집중하고 있는 내가 기특했던지(참고로 나는 지인 공인 인증 '똥손'이다) '언니도 작은 거 하나 해볼리?'라며 까만 나무의 미니 트레이를 내어준다. 언니 하고싶은대로 해봐라며 있는 타일을 다 주었다. 트레이가 머그잔 하나 받칠 정도밖에는 안 되어서 큰 조각들은 부적합했다.
마침 적당한 크기의 하트 일군이 있길래 일단 하트로 주요 도안을 삼았다. 중앙부 상단에 하트꽃 한송이 담고 네 귀퉁이마다 하트 1개,하트2개,하트 3개'.하트4개를 배치했다. 하다보니 난 역시 다양한 색을 고루 쓰는 편이었다. 하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나뭇잎 모양으로 다 채웠다. 그때도 색을 다양하게 쓰되 비율이 비슷하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내 평소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읽혀졌다. 개개인의 고유성을 인정하려는 태도, 또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공평하게 주인공이 되게 해주고파하는 마음. 지난 번 마음비춤 워크숍에서 꾸미기를 할 때도 컬러쌀알, 폼폼이, 꽃잎, 나뭇잎,이쑤시개, 성냥, 컬러찰흙, 반짝이실 듯 갖은 재료를 다 사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개체들이 서로 연대하듯 연결되길 원했었다.
이번에도 별다르지 않아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되, 패턴 디자인에 있어선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있고,전체적 조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전문가인 현실은 나웃잎으로 나머지를 채우면 하트가 두드러지지 않는다고 잔 네모 타일로 속을 채우라 권했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하나가 또렷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
과연 현실이 말처럼, 하트가 도드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편안해보였다. 마치 매직 아이처럼 집중해서 봐야 그 존재가 드러나는ᆢ나는 사람도 그런 사람들이 좋다. 드러낼 필요 없는데 저절로 은은한 향을 피우며 존재감이 확연한 사람. 내적 힘을 갖고 있다가 필요할 때 뿜어낼 수 있는 사람.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은 내 삶을 풍성하게 한다. 그러나 다양하되 요란스럽진 앓길 바라는 모순. 지난 주에 울림코치가 주었던 다양성에 관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운동 항목만 빼고 난 비교적 다양성을 즐기는 사람이다.
다음의 5가지 문항에 대해 당신에게 해당하는 빈도의 숫자를 선택하라
(빈도1=전혀아닌~ 빈도5=일상적으로)
- 나는 다양한 운동을 하고 있다 : 1
- 나는 내 접시에 무지개 색깔의 음식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 5
- 나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즐긴다 : 4
- 나는 새로운 활동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 4
- 나는 다양한 친구들과 연락하고 시간을 보낸다 : 4
내처 다양한 스트레스 관리 요법을 수집해 보았다.
명상, 산책, 심호흡 집중, 서로 지지해줄 수 있는 관계 육성, 책읽기, 수용과 감사의 마음, 자연 속해서 멍하니 있기, 글쓰기, 사랑하는 이들의 성장을 돕기, 코칭 등등
코박고 집중해서 나열하고 나니 현실이가 본드도 내어준다. 핀셋으로 타일 조각 하나하나 집어 본드를 묻혀 다시 제 자리에 붙인다. 이게 만만치가 않아서 자꾸 놓쳐서 온 데 본드 자국을 그려댔다. 조금만 더 큰 거였어도 포기하고 내뺄 뻔. 에휴, 난 손아귀 힘도 없고 요령도 없고, 손으로 하는 건 영 젬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낑낑거리며 끝을 봤다. 가상하지 아니한가? 잘 마르고 매지를 둘러 완성되면 커피맛이 수십배는 향그러울 거다. 아기들의 '내가병'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