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여성리더십 아카데미 4회차에 좀 늦게 참석했다. 실내는 여느때와 달리 책상을 빼고 의자만 둘러 큰 원을 이뤘다. 기대감을 주는 배치. 3회차 내내 일방적 강의가 진행되어서 흥미가 떨어졌었다. 중앙에는 초와 사진 카드가 멋지게 진열되어 있다. 대충 그려지는 모습이 있어서 오늘의 나는 무엇을 발견하게 될까 살짝 설렜다.
진행자의 리딩이 시작되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명상과 비슷한 멈춤의 시간 '포즈'. 6분간 음악이 흐르고 가만히 호흡에 집중하면서 떠오르는 '나'를 느끼는 시간이다. 둥둥 떠다니는 생각, 올라오는 감정, 느껴지는 감각 무엇이라도 환영하며 수용한다. 음악소리가 지나치게 경쾌하고 커서 살짝 방해가 되기도 했다. 내가 확실히 청각형이라는 걸 알겠다.
진행자는 중앙에 진열한 포토카드 중 오늘의 자신을 가장 가깝게 표현한 카드 한 장씩을 고르라고 했다. 사진을 고르러 가기 전에 개구진 어린 아이의 이미지가 두둥실 떠올랐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이미지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 장난기까지는 아니어도 맘에 드는 녀석이 있기에 업어 왔다. 고른 사진의 얼굴을 꼼꼼히 보게 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었나요? 깨진 렌즈를 붙잡고 초점을 맞추고 있는 눈.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코를 보고,입을 보면서 그 사진에 들어있는 꽃자리를 찾아보라고 인도했다. 그걸 통해서 내 안에 있는 여성성을 찾아보라는 거다. 그런 후 모르는 사람 둘둘씩 짝을 지어 서로를 코칭하라는 것.
내가 만난 사진 속 꼬맹이를 통해서 나는 '순수한 호기심'과 '유연함'을 찾았다. 렌즈가 깨진 상황은 결코 유쾌할 수 없으나 아이는 여전히 호기심을 놓지 않고 어딘가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을 잃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내가 좋아하는 긍정성을 담고 있는 느낌. 오늘 준비해야하는 것이 완성이 되지 않아서 뜻대로 시간을 쓸 수 없었다. 이전이었으면 조급함 때문에 열받고 허둥댈 텐데. 내 감정이 비교적 요동치지 않았다.
무심코 카드의 뒷면을 보다가 '아하' 했다. 페친 중에 POY를 늘 해시태그를 다는 친구가 있다. 코칭이나 퍼실리테이션 관련한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짐작대로 맞았다. 이 코칭 툴이 바로 'Points of you'의 POY 기법이었다. 인물 사진을 사용한다는 건 알았는데 의미를 담아 전 세계 100인의 사람을 찍었다. 희노애락애오욕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스라엘의 코치 두명이 관점 전환과 창조성 확대,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도구로 궁극적으로 자기인식과 이해를 돕고 에너지ㅇ디 흐름을 맞추는 코칭 툴이었다. 레벨 1부터 4까지 단계가 있고 지도사 양성 과정도 있었다. 하브루타로 질문이 일상이 되어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가치와 철학을 잘 담아내었을 듯하다. 수련자에 따라서 영성 래벨이 다르게 작동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좋은 도구임에는 틀림없으나, 50명의 참여자와 함께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룹 코칭(9인 이하)까지는 몰라도 대단위 활동에는 살짝 원뜻의 깊이를 살리기 어렵겠다싶어 아쉬움이 남았다. 더구나 이 아카데미 수강자들은 코칭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1대1로 또 4ㅇ셔식 그룹을 지어 하는 것에 대한 효과성이 아쉽다. 수강대상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구나 싶었다. 원래 교재 배포한 내용이 퍼실리테이션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처음 고른 카드로 자기 안의 여성성을 찾고 파트너와 나눈 뒤에 카드를 서로 교환했다. 교환한 카드를 들고 새로운 짝을 만나 이번에는 그 카드 안에 있는 나의 남성성을 찾아보고 나누기를 했다. 나는 과묵하고 진중하며 믿음직함을 찾아냈다. 온화한 미소로 그러나 애정을 담은 눈빛의 사진 속 모습에서 나의 강인함을 만났다. 서로 자신의 남성성으로 대별되는 강인함을 나눈 후 또 카드를 교환했다.
마지막 만난 이와는 자신이 발견한 꽃다운 여성성과 강인한 남성성에서 어떤 역량을 키우고 발전시킬 수 있느냐였다. 나는 내가 발견한 여성성과 남성성의 덕목은 이미 갖추고 있어서 카드에서 보여주는 유머와 유쾌함을 키우겠다고 답했다. 역시 올해의 화두와 또 자연스레 가 닿았다. 유머러스하다는 건 여유이자 유연함이고 자유로움이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마지막 나와 상대한 이는 큰 통찰이 일어나서 자신이 최근 느끼고 있던 불편감의 원인을 찾아내었다. 충분히 알아차림을 할 수 있도록 나는 내 시간까지 그에게 줘서 표현하게 하고 경청을 했다. '아하' 모먼트가 왔을 때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코치다움이기도 하니까.
세 번의 발견과 나눔을 마치고, 잠시 자기 정리의 시간을 위해서 글로 정리해나갔다. 그런 뒤 넷씩 그룹이 되어 활동 중에 알아차린 점들, 인상에 남았던 것, 그 발견을 통하여 24시간 안에 할 일, 일주일 동안 해볼 일, 한 달 안에 해 볼 일 등 실행 계획을 세우고 약속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자기 성찰이 뛰어난 사람들이라 통찰이 컸다. 서로의 알아차림을 축하하면서 마무리했다
나도 24시간 안에 강의안을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어보고, 브런치 북을 구상, 편집하는 것을 일주일 안에, '브런치 차림상' 내지는 '브런치 레시피'를 전자책으로 써보는 일을 한달 안 실행계획으로 잡았다. 요즘 코칭 중에 약속한 일들은 제법 지켜내고 있는 편이라서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었다. 비록 시간이 부족하고 쫒기기도 하겠으나 유머를 잃지 않고 유연하게 나를 대할 것이다. 초조해하거나 조급해말고 즐기면서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