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 인천체육회의 인권 강의하는 날. 이미 인권 강사로 활동하고 있거나 올해 새로 선발된 강사 그룹을 만나는 날이다. 이미 강의를 하고 있는 분들이 반 이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인권 실태'에 대해 2시간 강의를 해야했다. 충분히 고민하고 계신 분들일 듯해서 내가 무엇을 가르친다기보다 인권으로 철학하기, 혹은 인권으로 사유하기를 고민하는 시간이면 좋겠다 싶었다.
위계에 의한 위력이 작동하는 시스템 안에서 구조 안에서 사안을 바라보며 연대의 힘을 가지는 것. 피해자에서 말하는 자로 임파워링할 수 있도록 강사로서 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창안해보는 자리였음 했다. '자신이 존엄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일지?'를 논제로 소모임방을 열었다. 일방향 강의만 내내 듣고 있었는지 당황한 눈치. 그러나 소모임방을 다녀온 후 다들 당사자성을 가진 부분에 대한 공감의 기류가 흘렀다.
영화 <다음 소희>가 소환되었고, 콜수를 채우라 종용하는 동료들과 팀장의 횡포,실습생 소희가 다중적 위계 안에서 받았어야 하는 고통들을 함께 느껴보고 개인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들에 대해 고찰했다. 콜셀터 직원들의 인터뷰 대담 영상들을 보고 충격을 받는 분도 있었고, 강사인 자신조차 모르고 있었던 많은 사실에 대해 부끄러움을 가졌다.
어느 한 강사는 교육 중에 드디어 내 이야기를 해볼 기회를 만나는군요 하면서 거론해준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라 전했다. 자신이 위계에 의해서 겪어야 했었던 사례에서 대처하면서 지난한 투쟁을 벌여야 했었던 그 시간들을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강사님이 '존엄'을 말하는 순간,내가 내 자신의 존엄조차 돌보지 않았구나 깨달음이 오면서 내 문제라 생각할 때 인권의 보편성을 느낄 수 있겠구나라고 알아차림을 나눠주었다.
강사들은 진지하게 강의에 임했고,진실은 언제나 불편맘을 주는 거란 사실에 동의했다. 마지막 소회를 묻는데 얘기를 나눠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새삼 인권에 관한 기본적인 철학부터 다시 생각하고 자신의 인권 감수성부터 높여야겠다는 얘기를 했다. 또한 위계에 의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일깨우고 어떤 행동력을 보일 것인지 생각하겠다고 했다.
'팔짱을 풀고 빗장을 열면' 사람이 보인다. 사람이 보이지 않을 땐 해결해야할 '문제'만 보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 해결할 방법만 찾는다.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팔짱을 풀어야 가까이 다가서고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콜센터 직원들의 대담 영상에서 한 사람이 콜센터의 조합 활동을 하는 동료 언니에게 '왜 하냐고 언니만 희생당하는 거 아니냐?'고 했'물었을 때,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이렇게 해야 아주 작은 것 하나부터 변화가 시작되지 않겠느냐?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그 막막함이라도 덜 수 있지 않겠느냐?'고 답했단다.
여전히 끝나지 않을 지난한 싸움을 곳곳에서 벌이고 있다. '소리없는 아우성'이 되지 않도록 귀를 기울이고 공감하며 연대의 힘을 갖는 일. 강의가 끝나고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다음소희> 영화제 2차 모임엘 갔다. 같은 영화를 두고 나는 교육 현장에서, 나의 진성 도반들은 영화관에서 함께 나누고 느끼고 사유했다. 의미 있는 영화를 알리겠다는 뜻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순식간에 40석 만석이 되었고 제작자와의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각자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안았다. 난 영화관에서는 함께 하지 않았으나 눈이 붓도록 운 분들도 있었고 먹먹함에 한참 말을 잃었다는 분들도 있었단다.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어서 정말 좋다고 고마워했다. '앎'이 '삶'이 되는 길은 더디다. 그러나 알았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 용기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고 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역동을 여러 번 경험하지 않았던가? 급진적 거북으로서의 삶. 팔짱을 풀고 빗장을 여는 일부터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