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되찾기

100-51 두물머리 그림정원 카페에서

"차 언제 찾으러 오실 수 있을까해서 전화드렸습니다." 지난 주 맡긴 차수리가 다 되었다고 공업사에서 전화가 왔다. 마침 시간은 괜찮은데 대중교통 편에 가자니 시간이 너무 걸려서 난감하다. 시골살이의 불편함이 불쑥 드러나는 지점이다. 쏭에게 전화했는데 불통, 현실에게 하니 회의 중. 어쩌나? 일단 양수역 가서 택시 타고 들어가야하나 생각. 앗 맞아 소진언니 있지. 찬스 써야지.

"언니, 나 부탁 하나만. 바깥 바람 쐬고 싶지 않아요? 저 차 찾으러 서종초등학교쪽에 가야는데 양수역에서 저 좀 실어주시면 안될까요? 차 찾아서 우리 좋아하는 로즈앤 카페 갑시다요."


군소리없이 오케이해준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책 두권을 챙기고 국수역을 향해 걸었다. 역에 거의 다다를 즈음 돋는 빗방울. '양수역에 내리면 언니가 있을 테니 뭐, 조금만 참고 가자.'



마지막 계단 내려서자 딱 대기하고 있는 언니의 미니 쿠퍼. 눈누난나 신나하면서 차를 찾고. 언니가 집 근처에 카페 두 개가 더 생겼더라면서 그쪽에 한번 가볼려나 제안한다. 자주 다니던 리노 카페 옆에 젊은 감각의 카페란다. 호기심 만발 무조건 갑시다~~. 우체국 뒷골목으로 이어지는 주차장. 오잉 어디 이런 곳이 있었던가? '그림 정원'이라 이름지어진 한옥과 신 사옥이 연결되어 있다. 이름부터 호감이 간다.



높다란 철제 구조물에 기역자 형의 통창으로 만들어졌다. 실내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고 맛난 빵들은 거의 동이 나 있다. 다행이 언니가 맛있다는 빵(이름 잊음)이 남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냠냠. 오랫만에 환한 하늘과 강변 풍경은 그 자체로 그림. 저 자연이 그림이 되고 바깥 정원은 백일홍 천지다. 카페 들어서는 초입에는 자작나무를 두르고, 정원 낮은 울타리로는 조팝나무를 심은 듯하고 곳곳에 백일홍 단일종만으로 꽃밭을 이루었는데 단순하면서도 다채롭다. 백일홍의 갖은 빛깔이 다 있으니ᆢ


북한강은 바람 덕인지 물살은 분명 남쪽을 향할 텐데 겉으로 드러나는 물살은 마치 북한강쪽으로 흘러가는 듯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아무리봐도 북한강쪽으로 윤슬댄다. 거 참. 처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방향이기에 그래서인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나뭇잎이 반대로 흔들리는데도 여전히 물결은 한 방향이다. 표상은 모든 진실을 담아내지는 않는다. 우아하게 떠다니는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자맥질을 하는 것처럼 어쩌면 사람도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른 속앓이가 있을 수 있는 것.



내가 말하지 않는 다음엔 태연해서 살짝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지 몰랐던 것처럼 겉으로 표현하고 보이는 말과 행동만이 다가 아니다. 언니 역시 서이초 신임교사의 고통이 제것처럼 아팠노라고 이내 눈시울을 적셨다. 같은 교사 출신으로 그 체계와 구조를 너무도 잘 아는지라 그대로 투사가 되더란다. 인간은 어쩌는 수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ᆢ 모두들 시대의 우울을 회피하고파 하나 언제 어디서라도 내 상처와 닿는 곳이 건드려지면 무너진다.



화제를 돌려 언니가 번역 중인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전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괴팍한 천재에 대한 일본인 저자의 무조건적 추앙이 과다한 혹은 극강의 부사어들로 난무해서 괴롭기까지 하단다. 감정의 과잉일까? 일본인의 핵심 가치인 '존중'의 내재화된 습 때문일까? 지나친 미사여구의 수식어를 어디까지 쳐내야할지 고민이란다. 음악 전문 번역가의 길을 걷게된 언니가 몰입해서 적성을 찾은 모습이 아주 보기 좋다.



60을 넘긴 노년이 되고서도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힘든 구조에 우리는 애도를 보냈다. 너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도 의견을 모으고. 그러나 언니는 퇴직 후 보낸 6여 년의 시간이 생에서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때라고 했다. 그래서 감사한다고. 생 고비고비 어디에선가 나타나서 삶을 연장해준 고마운 이들이 있었다고, 자신은 운이 좋았던 듯하다고. 나는 어땠을까? 그래, 나도 지금껏 그래도 공부하면서 살 수 있는 삶이 주어진 것만 봐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소소한 마음을 나누고 어떤 대화도 가릴 필요없이 담담히 말할 수 있다. 그런 벗이 있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정어머니께 삶의 대화자를 선물하고픈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참 고맙다. 어느 도서관에서 내가 하는 코칭 강의를 들었던 수강자의 인연이었는데 잊지 않고 찾아준 것. 코치님이면 자신의 어머님이 다시 이전의 생기를 찾으실 듯하다고ᆢ내가 생기를 되찾고 나니 이렇게 또 이어진다. 삶은 흐른다. 내가 원하는 곳으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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