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핀이 나간 듯 멍하다. 마음의 평화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뭔가 무기력해지면서 갑자기 뚝 의욕을 잃어버린다. 무엇때문일까? 감기 기운이 몇날 따라 다녀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몸이 컨디션 저하를 보일 때는 마음의 불균형이 큰 경우에 곧잘 상태를 드러낸다.
연일 터지는 우울한 일들이 아무리 나와 직접적 상관이 없다고 하나 쭉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느낀다.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몇 사람 사상을 낸 일들도 그렇고 서이초 초등학교 교사의 자진으로 이어진 괴롭힘도 그렇고. 생명에 대한 존중심이 사라져버린 곳곳에서 다양한 흉포함이 사회를 지배한다. 한국인의 핵심 가치를 역동으로 본 박사가 있는데, 전방위로 널을 뛰는 역동이 자칫 사람을 삼켜버리는 형국이다. 집단 무의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상태가 개인에게는 조울을 오르내리게도 하지 않을까?
오전에 NLP 스터디 중에 '메타프로그램' 속의 인간 유형에 대한 깊은 고찰이 있었다. 세 사람 다 과거 경험으로 만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의 행동 유형들을 분석해보았다. 시절의 우울과 맞물려 결국 나를 해친 인연들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어떤 유형인지 좀 더 깊은 사유가 있었다면 그들의 연기에 속지 않고 현명하게 나를 지켰을지 모른다. 우리 셋은 공히 인생에서의 비싼 등록금들을 왜 지불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토론하다가 알아차린 것이 있었다.
자신에게 직감으로 오는 신호들이 분명 있었는데 결국 내가 가진 신념들이 위험신호를 보내는 직관을 뭉갠 일이 많았다는 것. 나는 자기확신이 없어서 내 직관을 믿기보다 '사람을 겉으로 물질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신념에 굴복했다. 분명 뭔가 이상하다고 내면의 소리가 신호를 보냈음에도 하는 말을 믿어줬다. 그리고 내가 속았을지도 모른다고 느꼈을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어도 수습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결과가 곧 나의 무능함과 어리석음으로 이어지는 게 두려워서 혼자 해결하려 했다가 일을 키우곤 했다. 스터디를 하면서 소환된 과거사의 군상들로 인해 인간 환멸이 또 시작된 건지 오늘 무기력의 정체와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어떤 역할의 자리,즉 어디에 포지셔닝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행동 양상이 전혀 달라지기도 해서 결코 어느 한 유형으로 묶을 수 없었다. 특히 이득 여하에 따라 모드가 완전히 변해서 딴사람이 되고 만다. 콜센터 상담 전화 내용을 분석하면 인간의 유형이 정말 상상불허의 경우수가 존재한단다. 상담을 시작하는 고객들은 이미 50% 이상의 사람들이 감정의 격앙 상태로 온단다.
내가 친숙하게 알던 그 사람이 이해 득실에 따라서 중국 경극의 변검 마냥 전혀 다른 유형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동일한 사람을 두고 극명한 평가가 나오는 경우를 심심찮이 만난다. 물론 상대의 컨디션 따라도 변수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린 모두 아주 단편적인 한 모습들만 보고 자기대로 상대에 대한 프로필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상대를 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사회적 자아상을 갖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속에 있어도 언제나 양해가 되는 선이 있을 텐데ᆢ적어도 상황따라 돌변하는 사람이 아닌 진실한 자기 정체성으로 살고 싶다면 목적에 바탕한 포지션이 정말 중요하다. 목적에 근거한 포지셔닝을 확립하고자 하면 흔들림없는 가치 혹은 준거에 따라 자신을 모니터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함께 스터디한 마케팅 박사는 간단하지만 명료하게 포지셔닝과 메타프로그램의 유형, 준거를 연결지어 얘기했다.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 혹은 나라는 사람을 타인들이 어떻게 말했으면 좋겠는지 그 방향을 스스로 정해두고 그에 걸맞는 행동과 말을 행할 때, 내가 의도하는대로 상대가 느끼면 신뢰가 형성되고 지속적인 관계가 이어진다."고.
나는 코칭을 하는 입장에서 고객의 스타일을 알아차리는 건 아주 중요하다. 민감성으로 알아차리지 않으면 고객의 영감을 일으킬 수 없고 관점 전환이나 의식 확장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KSC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던 게 고객의 스타일에 맞는 코칭을 하지 않아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유형인지는 파악을 했으나 고객의 유형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서툴렀을 수 있었다싶다.
인간이해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나 하나만 놓고 봐도 하루 사이 이토록 업다운을 그리고 있지 않는가? 인간이해가 어려우나 배우려는 노력을 놓을 수 없다. 내 몸과 마음,정신, 영혼이 연결되어 있고, 나와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관계, 심지어는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사람들의 일들이 내 일상을 틈입하여 꼼짝 못하게 하도록 할 수 없으니까. 더 나아가서 나는 고객과 의식 확장을 돕는 질문과 관점 전환의 대화로 의식 무의식을 오가는 코치니까. 고객이 주체적 입장에서 행복한 선택을 하도록 함께 하는 촉진자로 고객들의 성장과 변화를 보고 싶으니까.
조금 전까지도 무력감에 우울할 뻔했는데, 오늘을 복기하며 글을 써가는 중에 마음이 회복된다. 그렇지, 나는 코치라는 내 직업을 사랑하고 성장을 돋우는 일에 기여하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니지. 나는 나를 건강하게 돌보아서 나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또 희망의 증거가 되어야지. 한 시간 후에 만나게 될 코칭 고객과의 시간이 기다려진다. 그의 삶을 온전히 응원하러 대기해야지. 호흡을 가다듬으며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