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해일이 일었다. 파도의 끝자락이 하늘에 닿는가싶더니 갑자기 구불거리는 긴 머리의 대지의 여신을 연상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기화가 되는 듯 형체가 사라지더니 반가사유상이 각인되었다. 점차 클로즈업이 되더니 보살의 은은한 미소로ᆢ
어제 코칭현장에서 코칭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울림의 성향에 맞춰 명상으로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5분 여 울림과 함께 명상에 들어가서 위에 기술한 장면들이 저절로 떠올랐다. 명상을 마친 울림이 명상 중에 떠오른 것들을 공유하고싶다고 얘기하는데 전율이 일었다. 거의 흡사한 영상을 봤고 그 안에서 평온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들과는 종종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인간은 자각하지 않아서이지 곳곳에서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난다.
맛난 점심을 집에서 차려 먹고, 두물머리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잔부터 했다. 북한강변에 있는 수수카페는 실내와 실외 공간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편안함을 주는 곳이다. 가을이 특히 아름답다. 날이 너무 뜨거워 일단 실내에서 몸을 좀 식혔다. 우리가 경험하는 몸과 마음,파동과 진동에 관한 얘기가 끝없이 펼쳐졌다. 울림이 탁월한 부분이 영적 초월을 일상에서 바디풀니스로 구현시키며 삶속에 잘 끼워넣는다는 것. 그래서도 본인은 더욱 영감을 일으키고 정리하기 위해서 내게 진성존재코칭을 받고 있다.
대화를 충분히 나누고 실외공간으로 나갔다.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파라솔이 강변에 늘어져 있어서 이국적 풍미를 더한다. 울림의 복장이 마침 바캉스 모드다. 지금 이 순간을 담아두고 싶어서 셔터를 마구 눌렀다. 강바람을 충분히 누리고 걷기 위해 두물머리 세미원으로 향했다. 씻을 세,아름다울 미,동산 원. 깨끗이 정화해낸 말간 아름다움을 담은 곳이다. 이름이 참 예쁘다. 오늘 울림의 코칭 주제가 '정화'였는데 마치 그녀를 위한 모든 의식이 준비된 양 안성맞춤하다.
정원의 특색 중 하나가 빨래판 디딤돌이다. 곳곳에 빨래판 모양의 석판을 깔아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을 뿐아니라 발걸음 걸음 걸음 자신의 마음을 닦으라는 듯하다. 물 위 징검다리를 걷는 코스가 가장 정겹다. 징검다리 하나하나 디디며 물소리를 느끼고 서늘한 바람을 만진다. 연꽃이 만개후 거의 져버렸지만 연밥 주머니를 받치고 있는 모습도 가상하고 아름답다. 늦되어 뒤늦게 만개한 연꽃들이 군데군데 피어나 얼굴을 삐죽 내민다. 생명에 대한 찬미가, 감사가 저절로 일어난다.
중간중간 만나는 하늘에 우리가 명상 중에 본 보랏빛 해일이 넓게 번져있다. 와와와. 하늘을 유영하던 구름학을 봤나 했더니 푸더덕 연밭에 숨어있던 고니 한마리가 유려하게 날아간다. 와. 이런,이런ᆢ선경이 따로 없구나. 장독대 분수 가운데 서있는 석상이 보살의 옆모습을 닮았다. 희미하게 올라간 입꼬리의 미소까지. 어쩜 이래? 걷다가 감탄하고 멈춰서 경탄하고ᆢ'와.와.와'를 연발하던 순간. 우리가 지금 여기에 깊이 현존하고 있음을 뜨겁게 느꼈다.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보랏빛 수련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다. 모네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수련은 수줍게 가만히 피어 있었다. 그 옆으로 아롱다롱한 백일홍과 능소화가 무리져 화려함을 대신했다. 하이얀 목수국은 군데군데 피었다가 부분부분 분홍빛 설움을 토하고 있었다. 양평살이 몇년차가 되니까 꽃이름도 저절로 익혀진다. 삶으로 배우는 언어. 한참을 돌고나니 석양빛이 하늘에 서린다. 은은한 연꽃향의 배웅을 받으며 나왔다. 마무리로 연잎에 싼 연밥 정식을 먹었다. 온 하루의 기억이 향이 되어 내 몸으로 번진다.
"이렇게 완벽한 날이라니요? 아,정말 행복이 별 게 아니잖아요. 이러면 됐지 뭐?"
울림의 경탄이 진동이 되어 번진다. 그래, 행복이 별 거 아니지. 느끼고 배우고 행함이지. 살며 배우며 사랑하는 거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영화가 지나간다. 울림과 나는 오늘 영화 한편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