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또 한권을 들였습니다. 겁도 없이ᆢ스트레스가 뇌의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신경과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의 <행동(Behave)>이란 책입니다. 본문 860쪽, 색인만 장장 74쪽이네요.
색인이 충실한 책은 왠지 믿음이 더 가는 느낌입니다. 짧은 글 하나 속에 인용하는 문장 한 두개어 출처를 밝히는 것조차 게을러 건너뛰려는 저의 행태와 비교되기 때문인 듯합니다.
학자들의 논문을 가치롭게 만드는 것은 그럴싸한 주장에 타당한 이유, 그 이유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가 확보가 되어 논증이 탄생되잖아요? 근거를 충실히 한다는 건 탄탄한 구조 기초공사가 잘 된 것이지요.
"상상은 늘 이렇게 흘러간다."
서문의 첫문장입니다. 도입부에서 저자는 어릴 적 자주 해왔던 상상의 장면을 마치 영화의 한 시퀀스처럼 보여줍니다. 인류사에서 최고의 악마, 벌받아 마땅한 영혼으로 여기는 아돌프 히틀러를 체포하는 장면입니다.
인류 전체의 공분을 사고도 남을 히틀러를 불러옴으로써 독자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었지요. 이어서 저자는 이 작자를 두고 이후 어떻게 처리를 하느냐?를 고민합니다. 생각의 갈래가 뻗어가는 지점들을 '문제'로 여기면서 그는 논지들을 풀어갈 운을 뗍니다. '폭력과 공격성과 경쟁에 대해서 복잡다단한 감정과 생각을 품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불안정한 조건들이 가져오는 손실들을 통해 '인간들이 폭력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폭력 그 자체이기보다 잘못된 종류, 혹은 잘못된 맥락의 폭력을 싫어하는 것이라는 핵심 논점을 밝히고, 그 해법을 어떻게 풀어가볼지를 밝힙니다.
2주 전부터 스터디를 하고 있는 <논증의 탄생> 책에 완벽한 서문을 쓰기 위한 공식이 있더군요. <행동>의 서문을 읽으니 이 공식에 완벽하게 들어맞구나 싶어지더랍니다. 이미 전 이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고, 잘 읽어낼 수 있겠구나 싶어집니다.
이 책을 읽는 게 어렵지 않겠다 싶은 또 하나의 이유. 믿는 구석이 생겼어요.함께 갈 든든한 도반들이 생긴 거죠. 3주 글쓰기 챌린지 1기분들이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유료 읽기 과정을 열기로 했지요. 지난 가을, 기획은 했다가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있는 <나로 살다> 시리즈의 '읽기'편이 태동할 순간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벽돌책 위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첫번째 선택은 워밍업이자 재미와 의미를 위해 좀 가볍게 시작합니다. 김정운의 <창조적 시선>을 생각하고 있어요. 한참 아이디어 반짝이며 영감을 끌어내고 있는 멤버들에게 적절할 듯해서요. 이번 주말 기획을 끝내서 홍보하려 합니다. 두번째 책으로 <행동> 역시 후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로 살다> 시리즈 '쓰기'편은 3주 글쓰기 챌린지였고, 모레 15일에 1기를 배출합니다. 연이어 1월 말과 2월에 걸친 End&And 3주 글쓰기 챌린지 2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1기 참여자들은 오늘 내일 주말을 불살라 정리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 도전을 일요일 밤에 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찌나 열기가 뜨거웠는지 심장이 뜨거워졌습니다.
삶이 퍼덕퍼덕 뜨겁게 뛰어오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에너지, 진정한 힘을 오늘 새벽에도 깊게 체험했습니다. 지금-여기에의 장에서 자신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한 그들이 아름다웠습니다. 삶이 잘도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