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앞에 한참 서 있다 왔어요. 양평군립미술관의 <e.想세계_낯선 정원>전에 출품한 고상우 작가의 여러 작품 중 하나였어요.
'상상해보라
우리가 두려움 없이 공존하는 세상을
힘의 계급이 없는 제국을
순수한 사랑이 가득한 세계를
눈을 감고 당신이 원했던 모든 것을 상상해보라
서로에게 기대어 안락함과 안정을 얻으며 평화와 사랑 위에 세워진 제국을'
사진의 색과 음영을 반전시킨 특유의 네거티브 기법으로 멸종되어가는 동물들이 인간을 향해 던지는 연민의 메시지. 바라보는 관객을 압도할만큼 강렬한 눈맞춤으로 여전히 다정한 항변을 하는 듯한 모습이 강렬했습니다.
별 기대없이 들어간 전시회장에서 현란한 미디어 색채를 만나고 AI를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아트 변주를 들었지요. 그런가하면 플라스틱 제품이나 병들로 사유를 여는 낯선 오브제와 미쟝센들을 만났습니다.
자연의 시선-> 재구성된 풍경-> 이상의 숲-> 낯선 정원
기획 의도에 따른 동선 안에서 자연에 내재된 강한 생명력 안에서 키워온 인간과 자연의 깊은 관계를 느낄 수 있었지요.
현대 문명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공병, 플라스틱, 페트병, 나무, 캔, 버려진 산업쓰레기들을 활용한 작품들. 이들은 작가들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되어 상상력이 빚어내는 생명력에 경외심이 일어나더군요.
가속화된 과학기술의 진보가 편리와 생존기반에 대한 위협이기도 한 아이러니가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지요. 무감한 상태로 각성하지 않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려는 듯, 조롱하고 경고하는 듯한 이상의 숲. 마련되어 있는 소파에 한참 앉아 나무 그림자, 동물들의 무해한 눈빛을 오래도록 마주했어요.
작가 노진아의 <히페리온의 속도> 대형 머리 작품은 괴기스럽기도 하지만 호기심을 끌었습니다. 관객과 소통 대화형으로 눈을 맞추고 있는 인공지능의 아이콘. 기계에게 감정의 영역까지 허락하려는 인간들의 꿈의 속도, 이대로 괜찮은지를 묻고싶어집니다.
세상은 변했고 혼돈스럽고 휘황찬란합니다. AI의 기계음을 들으면서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저항이 올라옵니다. 문명의 끝에서 화해와 조화로 공존해가야할 텐데, 자연을 잃어버리면 영혼도 잃어버릴 텐데ᆢᆢ아프고 시렸습니다.
신기함만 있을 뿐, 위안이 되지 못했던 전 휘적휘적 나무라도 듬성듬성 심어진 곳을 찾아 그곳을 떠났습니다. 조용한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이 자꾸 그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