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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Jan 26. 2024

내가 좋다고 다 좋은가?

내 즐거움이 누군가의 불편을 부를 때



손전화기 사진을 정리하다가 빨간 심장에 꽂혔습니다. 어쩜 이리 탱클탱클 사랑스러울까요? 심장을 닮은, 홍조로 덮은 케익입니다.


자연 이 장면을 포착한 순간이 떠오릅니다. 독립해서 나가있는 아들이 지난 화요일 불쑥 전화와서 이뤄진 데이트였습니다. 둘이 있는 딱 중간에 있는 식당을 특정했지요.


그렇잖아도 혼자 밥먹기 싫어서 저녁은 어쩌지 싶던 차, 불러준 아들이 내심 반가웠어요. 한편 고생하며 돈 버는 녀석이 안쓰러워 미안한 마음이 삐죽 비집고 올라와서 살짝 물러나는 마음이었죠.


주말에 못왔던 게 맘에 걸렸던지 깜짝 이벤트를 한 셈이었네요. 속정은 깊어도 그다지 다정한 편은 아닌 녀석이라 아예 기대를 안하니 고마움이 더 크지요. 아뇨, 실은 매월 아들에게 큰 지원을 받고 있어 염치가 없는 건지도 몰라요.



아무튼 아들 얼굴도 보고 강가 풍경도 보면서 외식을 함께 했지요. 고기 좋아하는 자신과 해물 좋아하는 엄마를 고려한 메뉴 쭈꾸미삼겹 볶음. 안성맞춤했어요. '엄마가 해물 좋아하는 거 고려해서'라고 전제를 놓치지 않은 가정이 이뻤지요.


오랜만에 배가 꽉 차도록 채워 넣고, 축구 레슨 받는 얘기, 동료와의 관계에서 벌어진 갈등. 년배가 위인 사람들과 잘 지낸다는 것에 대한 인간관이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습니다. 어설픈 충고를 얹지 않기로 작정한 덕에 대화는 순조로웠습니다.


디저트를 빠트릴 수 없죠. 고구마 라떼와 케익을 앞에 두고 치사량에 가까운 당류를 먹을 수밖에 없는 씁쓸함에 대하여 해맑게 얘기하고 웃었습니다. 별 큰 이벤트가 아니어도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고 사랑으로 빛나는 시간입니까?




수시로 사람을 불러모아 먹이고 나누던 때가 있었죠. 북적북적 내가 좋아하는 일이면 아들도 당연히 신나할 거라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음을 알아차린 날이 있었습니다. 엄마 삶의 방식을 부정하는 항변을 들은 날, 얼얼하고 아팠습니다.


언제나 사람이 끓어 넘쳐서 자기가 편히 쉴 곳이 없었답니다. 내가 좋으면 다 좋은 거라는 도그마, 아이에게는 횡포이기도 했을 터. 진작에 진심으로 물어볼 걸, 허락을 구하고 양해를 구했어야할 시간들이 많았구나. 아이는 그냥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었구나.


아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밥 사주는 걸 좋아합니다. 밥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진심으로 기쁘답니다. 밥값 내는 건 하나도 안 아깝다고. 차라리 엄마가 옷 사주는데 그렇게 아깝더라고. 자기옷 사오지 말라는 데도 다 이유가 있었더라구요.


가장 길게 서로의 삶을 지켜본 사이임에도 내가 아들에 대해 뭘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어집니다. 알아가려는 노력이 있을 뿐, 우리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존중을 잃지 않아야 함을.



어두워져 깜깜한 강물이 상념 끝에 잡힙니다.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강물 아래 수없이 흔들리고 요동하는 생명력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을 뿐, 감정은 늘 물결을 새겼다 흩었다 억만겁의 주름을 내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속말을 내놓습니다. '아들, 있는 그대로 너를 존중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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