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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Jan 31. 2024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라

넷플릭스 <팝 역사의 가장 위대한 밤> We are the world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라."

미국 LA A&M 스튜디오 녹음실 정면 상단에는 이 문구가 붙어져 있었다. 쏙쏙 입장하는 선수들? 아니 가수들. 당시 1980년대 미국을 휩쓸던 각 장르의 최고 가수들이 007 작전으로 비밀리에 모여들었다.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그득...... 채 한달이 안 걸렸으나 어마어마한 프로젝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작은 이랬다. 1984년 12월 23일, 가수이자 배우이며 정치인이기도 했던 해리 벨라폰테가 당시 기획의 달인이었던 켄 크레이건와 만났다. 에디오피아 대지진으로 인해 기근으로 시달리는 흑인들을 그냥 봐 넘길 수 없다고 우리 가수들이 뭔가를 해야한다고 제안한다. 그동안은 백인이 흑인을 도와왔지만, 이제 흑인이 흑인을 도와야 할 때라고, 예술이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줄 때라 여긴 듯했다.




켄 크레이건은 곧장 라이오넬 리치를 찾아 뜻을 전달했다. 라이오넬 리치는 마이클 잭슨과 의기투합하여 당장 작곡에 들어갔다. 라이오넬 리치는 총 음악 감독으로 퀸시 존스를 섭외했고, 전방위 섭외가 시작되었다. 마침 그해 그래미상 시상식의 사회자로 선정된 라이오넬 리치가 중심이 되어 티나 터너, 다이아나 로스, 레이 찰스, 스티브 원더 등 처음에는 흑인들을 중심으로 뜻을 모았다.




악기를 연주할 줄 모르는 마이클 잭슨은 구음으로 멜로디를 만들고 라이오넬 리치가 악보로 만들면서 의견을 보태서 대곡이 만들어져갔다. 기획자는 뮤직어워드 시상식 날을 위대한 밤으로 정했다. 시상식 뒷풀이로 아주 대단한 영혼을 충만하게 할 프로젝트가 기다린 셈. 1984년 12월 23일 의기투합하고 1985년 1월 28일, 한달만에 녹음을 하다니. 당시 최고 보컬 편곡자 밥 겔도프, 움베르토 가티가가 음향 감독으로까지 가세했다.



초대한 가수만 37명, 케니 로저스, 폴 사이몬, 브루스 스프링스틴, 신디 로퍼, 래리 클라인, 휴이 루이스, 스티브 패리, 케니 로긴스, 빌리 조엘, 윌리 넬슨, 켄 우, 스모키 로빈슨, 벳 미들러, 크리스터 브링클리, 제임스 브라운, 알 자레우, 대릴 홀, 제임스 잉그램, 아니타 포인터, 준 포인터, 디온 워릭, 실라.E. 등. 여기에 제안자였던 해리 벨라폰테, 모두의 전설이었던 밥 딜런까지 한 자리에 모이다니. 젊은 날 내 속을 훑고 기쁨과 애상을 함께 전하던 스타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가가 촉촉해졌다.



당일 합을 맞추는 밤샘 녹음 일지는 뭉클한 감동을 전해줬다. 이제 살이 올라 다른 사람처럼 여겨지는 라이오넬 리치는 모두를 대표해 그날의 감격을 전하고 있었다. 가수를 제외한 스텝도 근 40명, 80명을 진두지휘하며 사람들의 결을 살피며 화합을 이루는 그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솔로로 불러봤자 겨우 두세 소절 겨우 반줄짜리, 솔로 파트 10여 명. 나머지는 그냥 코러스만 담당하는데 그들은 기꺼이 함께 했다. 퀸시 존스가 녹음 전에 붙인 '자존심은 문 앞에 두고 오라는 의미가 충분히 이해된다. 이견이 있을 때마다 라이오넬 리치는 부드럽고도 존중하는 방법으로 서로를 잘 이해시켜나갔다.



대부분 들뜨고 장난기 넘치는 유쾌함 속에 있는데 유독 무표정한, 아니 실은 억지로 맞추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밥 딜런의 표정이 내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라이오넬 리치는 지나치지 않고 그가 녹음할 때는 스탭들을 다 물리고 비교적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후배들속에 둘러싸여 불안하고 예민한 눈동자를 감추지 못하던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내 겁먹은 아이마냥 딴 세계에 있는 듯해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를 웃게 한 이는 스티브 원더였다. 밥 딜런이 자신이 맡은 부분에 감이 안 왔는지 스티브 원더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스티브 원더는 특유의 장난기에 밥 딜런의 음성을 흉내내며 불러줬다. 밥 딜런은 이내 어린 아이처럼 이를 드러내며 순수한 웃음을 터뜨렸다.



누구도 자신의 음색을 억지로 맞추지 않고, 고유한 소리를 내되, 합을 맞추고 허밍을 쌓아갔다. 그들의 마음이 하나로 포개지고 목적성을 분명히 했다. 흑인이 흑인을 구하자, 우리는 하나다라는 사회 운동을 시도한 해리 펠라폰테를 향해 후배들이 노래를 불러주던 장면이 정말 아름다웠다. 새벽 6시 모든 여정이 끝나고 떠나갔지만 다이아나 로스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랬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얼마나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했을까? 그들의 조상이 , 가족이 흑인으로 살며 받았을 냉대와 숱한 설움도 함께 했을 것이고, 희대의 가수 동료들이 보여준 우정에 대해 감격에 겨웠으리라.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스티비 원더의 대조적 소절에서 많은 이들이 뭉클한 감동을 느꼈을 것이다. 백인과 흑인, 비장애인과 장애인, 롹과 재즈 그들은 숱한 대척점을 갖고 있으나 사람을 향한 인류애나 긍휼의 마음은 같았을 것이며 노래로 영혼을 풍성하게 해주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하나였을 터.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음악감상실의 죽순이었다. 매일 가다시피하는 그곳에서 VHS 비디오로 'We are the world'를 수시로 봤는데 볼 때마다 뭉클한 감동으로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지금까지도 그 음원이 재생되면 아프리카 지역의 아이들을 살리는 비용으로 지불된대니 얼마나 대단한 프로젝트였던가? 유산으로 남을만큼의.





"예술가들이 힘을 합하면 엄청난 일을 해요. 우리 모두  자존심은 접어두고, 불우한 사람들을 도우려고 했죠. 우리는 모두 진정으로 하나고 우리 모두 서로가 필요해요. 저는 하나씩 해나가요. 한명에게 음식을 주든 백만 명에게 음식을 주든 중요한 건 시작하는 거에요." - 라이오넬 리치의 인터뷰

"7시 50분, 우리는 하나에요. 10억 명이 동시에 듣는 노래 에너지. 세상의 변화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맙소사, 우리가 무슨 일을 한 거지요?" - 라이오넬 리치의 인터뷰



라이오넬 리치는 아버지가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가라. 언젠가는 집이 사라질 것이니."라 하셨던 말씀을 내내 새깁니다. 집은 그대로 있겠지만 사람은 떠나게 될 거라는 진리를 깨닫는다. 라이오넬 리치에게는 그 위대한 밤이 집이었다. "We are the world"가 지은 집. 이제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해리 벨라폰테, 마이클 잭슨,  켄 크레이건, 레이 찰스, 제임스 잉그램, 알 자레우, 아니타 포인터, 준 포인터, 케니 로저스, 티나 터너를 추모하며 그는 눈물을 훔쳤다. 공교롭게도 2023년에 돌아가신 이들이 제법 있었다. 그들은 이 영상을 봤을까? 이 영상을 봤더라면 하늘로 돌아가는 길이 좀 더 떳떳하고 편안했을 텐데.



라이오넬 리치의 말처럼 하나씩 해나가는 일이 세상을 크게 변화시킨다. 집단의 역동성은 말도 못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 그 불길이 더욱 커진다는 걸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에게 '조공을 바친다'는 이들에겐 이런 영상이 어떻게 비칠까? 이 프로젝트가 첫 시도는 아니었다. 1984년에 영국과 아일랜드 뮤지션들이 한데 뭉친 프로젝트 밴드 Aid가 신호탄을 쏘았다.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발표한 수익금으로 에디오피아 난민들을 구제한 일이 시작이었다. 미국의 아티스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이후 많은 가수들이 자선공연이나 합동 행사를 통해 연합을 하며 좋은 일에 앞장선다.



밥 겔도프가 퀸시 존스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 퀸시 존스 왈,

"헤이 맨, 이번에 백인들이 진짜 제대로 하던데?"

인정이란 이렇게 하는 거다. '자존심은 문 앞에 놓아두고', 순수한 목적에 올인하며 인류애를 찾아가는 것. 사람이 여전히 아름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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