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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의 예술가 육코치 Feb 10. 2024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ICF(국제코칭연맹) PCC 취득하던 날의 쌩쇼

#63일차

'힝ᆢ저기요. 좀 봐주세요. 저 시험보러가야해요. 제발요."

아직 번호도 호출 안했는데 창구에 신청서를 디미는 아줌마가 얼마나 진상처럼 느껴졌을까? 주민센터 젊은 공무원이 어이없어하며 마지못해 신청서를 거둔다. 양평 사는 뇨자가 서울 한복판 소공동 주민센터를 찾아 맡겨놓은 거 찾듯 채근하니 볼썽사나울 노릇.


사연인즉슨, 국제 자격증 시험 보러가면서 신분증 없이 덜렁덜렁 까불며 갔다. 아뿔사. 시청역에 내리고서야 사태파악이 되었다. 그냥 맞은편 플랫폼으로 건너가 되돌아갈까 잠깐 망설였다. 시험 시간 좀 일러 도착했기에 그래도 혹시나 방법이 없을지, 하다못해 연기라도 가능할지 싶어서 무조건 가보는 걸 택했다. 신분증 잃어버렸다 하니 안된댄다 그래도 방법이 없겠냐 그럼 연기라도 해달래며 통사정.


멀찍이 있던 한 직원이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내고 확인서라도 받아오면 확인하고 시험치르게 해주겠댄다. 11시 30분까지만 오면 시험 치르게 해주겠대니(여기서 잠깐! 이 시험은 국제 시험대행회사에 개별적으로 가서 감독관 입회하에 온라인으로 시험보는 거임) 길도 모르지, 주어진 시간은 한시간이 채 안되니 사실은 난감했다. 그렇잖아도 길치에 다리까지 션찮아서 달리는 일이 쉽진 않을 텐데ᆢ


시청은 주민등록증 업무를 않는다네? 달려라 하니 아니 현주. 가장 가까운 소공동 주민센터를 찾아서ᆢ지도 검색해서 더듬더듬ᆢ벌써 시간이 30분이 지나갔네ᆢ허겁지겁 뛰어들었건만 사진 내놓으란다. 아악! 다행이 멀지 않은 곳에 사진관이 있다. 그 와중에 옆건물로 잘못 진입. 가지가지한다. 삼층 마지막 계단에선 다리가 후덜덜. "사진 뽑는대 몇분 걸려요?"  보정 안하면 2-3분이랜다. 맘에 잠시 갈등이 있었다. 이러고 갔는데 주민센터 민원 처리하는 사람 밀려  있으면 기다리다가 결국 시험도 못보고? 그래도 끝까지 해보자. 꼼꼼하신 사장님,섬섬옥수 오리고 계시기에ᆢ그냥 얼렁 두장만 먼저 주세욧!


땀 뻘뻘 흘리며 쟈켓은 아예 손에 든 채 시청앞 광장을 냅따 달렸다. 아,이 무슨 추태려나? 어찌 신분증을 잊는단 말인가? 시험 주의 사항 안내문까지 버젓이 읽고도 이딴 만행을 벌이다니. 달리고 달리고 달려 5분 전 세잎. 봉두난발, 달아오른 뺨. 영락없는 동막골 그 친구 이름 그,그,그 뭐냐, 그,그,그ᆢ에랏잇. 그 친구 짝이다. 나대는 심장 주저 앉히랴, 신분 확인하랴, 다시 본인 확인 사진 칙으랴, 사인하랴. 혼이 나갔다.


여전히 방망이질치는 심장, 후덜대는 다리,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느라 욕봤다. 컴 화면을 켜주는데, 잠시 호흡으로 명상하면서 평정심을 불러왔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숫자 11번 책상이다. 좋은 징조거니 했다. 장장 3시간에 이르는 시험을 보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다. 와이드 화면에 지문글이 꽉차 있으니 한 눈에 안 들어와서 눈과 고개를 연신 좌우로 움직여아한다. 지문을 읽어내며 생각을 조합해야하니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든다.


지난 12월, 460점 커트라인에 457점으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샘플 몇십 문제 도는 거 외에 정보가 없어서 참 막막한 시험이다. 정답을 모르는 공부라 시간 간격을 벌여 준비한다고  합격할 보장이 없다. 합격자들조차 다시 본다고 또 붙는다 자신 못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냉온탕을 오가며 땀흘렸다 식었다 하느라 몸이 노곤했는지 심지어는 집중력을 잃고 몇차례 졸기까지ᆢㅋㅋᆢ왜 젊어 공부하라는지 알겠다. 공부를 별로 해보질 않았으니 천지분간을 못하는 거다.


'당신은 이제 5분의 시간만 있습니다.' 팝업창이 친절한 안내를 해준다. 지난 시험에서 시간 남아 쓸데없이 대거 고치며 더 헛갈렸던 바, 이번엔 이를 꽉 깨물었다. 처음의 직관대로 가자고. 암전이 아닌 하얗게 화면이 정지. 드디어 끝났다. 결과표가 바로 나오는지라 떨릴 법도 한데 담담했다. 이렇게 굿판 벌이듯 하면서 치렀을 때는 이미 준비된 여정일 거라고 그냥 믿었다. 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으셨다. 아침 전철타고 오면서 삶에 대한 감사의 글을 올렸는데 통했나보다.




PASS

네 글자가 어찌나 사랑스럽돈동! 걱정하고 있었을 현실이에게 얼른 전화 넣었다. '언냐 합격했썽~~ 근데 배고파 죽겠어. 밥 먹으러 갈래. 이따 통화해.'

"언닛, 아니 진짜 왜 그러는 거야? 글감 찾아서 일부러 일 벌이는 거지?"ㅋㅋᆢ현실이는 안다. 내가 그간 벌여온 엽기 행각들을. 직간접적으로 뒷치다꺼리하느라 일 많았으니ᆢ하하하. 근데 나 이런 내가 재미지다. 어이없어 웃게 해주잖어? 니들도 즐겁잖아?


낼 아들이 오면 또 얘기해줘야징, 엄마가 얼마나 허당이고 분주하고 어이없는지. 이리 재미난 엄마 오래 보도록 기도하라고ᆢ시청 주변 노포에서 순두부 찌개로 속을 달랬다. 기쁜 일이 있을 때 망설임 없이 자랑질할 수 있는 고마운 이들에게 카톡세례. 진짜 내편들이니 아낌없이 축하해준다. 새벽마다 만나는 글쓰기 그룹코칭 고객들에게 아침에 아낌없는 응윤받았으니 덕분이라고. 하나라도 도움되라고 정보 보내준 진성의 유미애 도반에게도 감사,




피어슨의 직원들에게도 정말 고맙다고. 포기하지 않게 해줘서. 방법을 찾아줘서. 덕분에 패스했다고 복받으실 거라 했다. 사진관에 다시 들러 나머지 사진을 찾았다. 사장님은 뒤늦게라도 보정 작업므로 그나마 피부톤을 뽀사시하게 해주셨다. 나, 진짜 대책없는 사람인데 남들 덕에 고비고비 잘도 넘나든다. 잘 샬아야하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 빚쟁이라서 빨리 죽지도 못한다고. 빚 다 갚고 죽어야한다고 입버릇으로 말하는데, 걱정이네. 불로장생할까봐.


명절 앞두고 쉰소리 실컷 늘어놓아봤다. 아니 올해 세운 첫 목표 달성했다고 자랑질한 거다. 어때? 매력 쩔지? 난 안다. 꼭 한사람은 박장대소할 거란 거. 히히ᆢ보든지 말든지 내가 신나면 됐지,뭐~~~  안 웃는 사람들, 연휴때 마이 믁고 배불뚝이나 돼버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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